- 다시, 100일 정진, 46일차
<得失是非/득실시비/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一時放却/일시방각/일시에 놓아 버려라>
구한 말, 나라는 이미 기울어 졌으나, 산사의 수행자는 오히려 생사를 걸어 자신을 세우려 했다.
죽음이란 두려움 앞에서는 경전의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17세에 출가하여 총명한 머리로 경전을 깨치고 23세에 이미 강백이 되어 수행자들에게 경을 가르쳤던 수행자.
그 똑똑한 수행자도 돌림병이란 역병의 귀신 앞에서 얼어 붙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그 수행자는 암자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한다.
죽음이란, 거대한 공포 앞에서 부처님 말씀을 앵무새처럼 외운들 지극한 도는 오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난 무엇을 수행을 했던 것일까.
죽음 앞에서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다.
죽음을 넘어서려면.
수행자는 검객이 칼을 빼내 적을 겨누듯 자신을 향해 화두를 들어 자신을 겨눈다.
려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당나귀 일도 아직 안 끝났는데, 말의 일까지 와버렸구나.
려사미거, 마사도래.
당나귀의 일과 말의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나귀의 일은 아직 가지도 않았지만, 왜 말의 일은 또 닥친단 말인가.
수행자는 밤낮으로 화두에 매달린다.
온 몸과 마음으로 화두를 잡아 자신을 겨눈다.
먹는 것도 잊고, 자는 것도 잊으며, 오직 남은 것은 화두 하나 뿐.
낮이 가고 밤은 왔으나, 화두에 밤과 낮은 없다.
그는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몽환공화(夢幻空華)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하로파착(何勞把捉)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득실시비(得失是非)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방각(一時放却) 일시에 놓아 버려라
문 밖에 들리는 어느 한 소리.
중노릇 잘못하면 소가 된다네.
그럼 어찌하면 소가 되지 않을까요.
소가 되더라도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되면 되지.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되라는 문 밖의 한마디.
문 안의 수행자는 순간 자신이 들었던 화두가 놓아지고 나귀의 일과 말의 일을 마치게 되었다.
대오각성(大悟覺醒) 의 순간이다.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온 우주가 나 자신임을 깨달았네,
유월 달 연암산 아랫 길에
할 일 없는 들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1879년 11월 15일, 경허선사(鏡虛禪師, 1846~1912)는 그 순간, 태평가를 불렀다.
이제 죽음의 신도 그를 끌고 갈 수 없는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된 것이다.
주: 得失:얻을 득, 잃을 실: 얻음과 잃음
是非: 바를 시, 아닐 비: 바름과 그름, 즉 옳다 틀렸다.
一時: 한 일, 때 시 : 일시에 즉, 한번에
放却: 놓을 방, 물리칠 각 : 물리쳐 놓아라. 즉 확 놓아버려라.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