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36일차
<繫念乖眞/계념괴진/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昏沈不好/혼침불호/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당나라 시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 하고 묻는다면, 대개 열 중 아홉은 이백(李白701~762)을 답할 것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고 불려지던 ‘시선(詩仙)’ 이백 말이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도 이백과 동시대에 살았던 시인으로 쌍벽을 이루지만 이백과는 전혀 다른 시풍를 지니고 있다.
두보의 시는 불우한 시대의 슬픔과 연민 같은 애절함이 담겨 있는 현실주의적 특징이 있으나
이백의 시는 자유분방하며 호방한 낭만적인 시풍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 시인은 왜 서로 다른 세계를 노래 했을까.
이백이 남긴 시중 <장진주(將進酒)> 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단순히 술을 권하는 내용이지만 스케일은 하늘과 바다, 천지를 오가며 인생의 참뜻을 묻는다.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奔流到海不復回。(군불견, 황하지수천상래, 번류도해불복회)
그대 보이지 않는가? 황하의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힘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고 다시 오지 못함을.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朝如青絲暮成雪。(군불견,고당명경비백발, 조여청사모성설)
그대 보이지 않는가? 귀한 집 거울속 흰 머리 슬퍼하노니,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눈같이 희어짐을.
人生得意須盡歡,莫使金樽空對月。(인생득의수진환,막사금준공대월)
인생에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즐길지니, 금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마주보게 하지 말라.
天生我材必有用,千金散盡還復來。(천생아채필유용, 천금산진환부래)
하늘이 내게 주신 재주 반드시 쓰일 것이며, 많은 돈을 다 써 버리더라도 다시 돌아오리라.
烹羊宰牛且爲樂,會須一飲三百杯。(팽양재우차위락, 회수일음삼백배)
양고기 삶고, 소 잡아 우선 즐기리니,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라.
岑夫子,丹丘生,將進酒,杯莫停。(잠부자,단구생, 장진주,배막정)
잠부자, 단구선생이여 술을 권하니, 그대들은 거절하지 말게나.
與君歌一曲,請君爲我傾耳聽。(여군가일곡, 청군위아경이청)
그대들 위해 내 노래 한 곡 부르리니, 그대들 날 위해 귀 기울여 주겠나.
鐘鼓饌玉不足貴,但願長醉不復醒。(종관옥부족귀,단원장취불부성)
음악과 귀한 안주 아끼지 말고, 단지 오래 취하여 깨지 말기를 바랄 뿐이네.
古來聖賢皆寂寞,惟有飲者留其名。(고래성현개적막, 유유음자류기명)
옛날의 성인과 현자들은 다 잊혀졌으나, 술꾼들의 명성은 전하여 오네.
陳王昔時宴平樂,斗酒十千恣歡謔。(진왕석시안평락, 두주십천자환학)
진왕은 그 옛날 평락궁 잔치 열고서, 한 말에 만 냥이나 하는 술 마음대로 즐겼다네.
主人何爲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주인하위언소전, 경수고취대군작)
주인이 어찌하여 돈이 적다 말하시오? 어서 빨리 사 와서 우리 같이 대작합시다.
五花馬,千金裘,呼兒將出換美酒,與爾同銷萬古愁。(오화마, 천금구,호아장출환미주,여이동수만고수)
나의 오화마와 천금구를 아이 불러 맛있는 술로 바꿔 와서, 우리 모두 만고의 시름을 삭여보세나.
이백의 명성은 지금으로 치면 당대 최고의 가수에 해당 한다.
일반 백성부터 고위 관료들 심지어는 황제까지 그의 시를 읊고 그의 재능을 칭송했다.
각박한 현실과 맞지 않는 화려하고 초월적인 스케일의 시를 남여노소가 좋아했다.
특히 장진주에서는 이백의 자신의 사유의 크기를 시적 재능으로 유감없이 발휘된다.
장진주의 모든 구절 하나하나가 소위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그러나 장진주의 최고의 구절은 바로 첫 소절이 아닌가 싶다.
君不見, 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화지수천상래. 황화의 물은 천상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 , 번류도해불복회. 바다로 흘러 들어가 돌아 오지 못하는 것을.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귀한 집 거울속 백발을 보고
朝如青絲暮成雪 , 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검던 머리가 저녁이 되어 눈처럼 희는 것을.
‘하늘에서 부터 쏟아져 내리는 황화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귀한 집에 태어나 아침에 검던 머리 카락이 저녁엔 백발이 되어 버리는 슬픔을,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로 풀이 된다.
단지 ‘술이나 마시며 즐기며 놀아 보세’ 라고 하며 부른 노래 치고는 자연과 인생의 덧 없음 그리고 무상함을 깊이 담았다.
즉 장진주는 ‘세상의 덧 없음을 그대들은 보이지 아니한가’ 로 물으며 시작한다.
이 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술이나 마시자고 부른 노래의 형식이지만 그 안에 자신의 경지가 감춰져 있다.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보는 것, 은 ‘보려고 하는 것’ 과 ‘저절로 보여지는 것’ 으로 나뉘어 진다.
중국어로 ‘간(看)’은 보려고 하는 의지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고,
‘견(見)’ 은 나의 의지가 없이 보여지는 상황에서 사용한다.
영가현각 (永嘉玄覺, 665~713) 스님의 깨달음을 노래한 <증도가(證道歌)>의 첫 구절도 바로 이백의 장진주와 같이 '君不見(군불견)' 으로 시작한다.
君不見, 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絶學無爲閑道人, 절학무위휴도인, 배움이 끊어진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不除妄想不求眞, 부도망상불구진, 망상도 없애지 않고 배움도 구하지 않나니
이백보다 한 세대를 먼저 살았던 영가스님 역시 깨달음을 노래한 시에 君不見(군불견) 으로 시작했다.
깨달음이란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시절인연(時節因緣) 에 가깝다.
억지로 구하고자 해서 구해지고, 찾으려고 해서 찾아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망상을 없애려 하거나, 참된 도를 구하고자 하려고 하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배움이 끊어진, 이것 또한 억지로 끊어진 것이 아닌 저절로 끊어지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무위 즉, 함이 없이 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지는 볼려고 해서 봐지는 경지가 아니라 저절로 보여 져야 하는 경지이다.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임성합도(任性合道)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소요절뇌(逍遙絶惱)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계념괴진(繫念乖眞)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침불호(昏沈不好)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신심명 또한 증도가의 구절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다시 장진주로 돌아와 이백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술을 마시면 최소한 삼백잔을 마셔야 하고, 늘 취한 상태로 있었으며, 말년에는 너무나 술에 취해 강 속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전설처럼 혹은 신화처럼 살았던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재능과 경지를 단지 술을 마시는 것으로 허비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강에 빠진 달을 건지려 했던 그 마음을, 우리는 이제 조금 이해할 것만 같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 어찌 물 속에 잠겨 있느냐. 내 너를 건져 올리마
주: 繫念: 맬 계, 생각할 념: 생각에 메이다. 즉 생각에 얽매이다.
乖眞: 어그러질 괴, 참 진: 참됨이 어그러진다. 즉 참됨이 어긋난다.
昏沈: 어두울 혼, 잠길 침 : 어둡게 잠긴다. 즉 마음이 맑지 않은 상태
不好: 아닐 불, 좋을 호: 좋지 않다.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