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 박해선 詩를 담은 에세이
박해선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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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이 공허하게 떨어지는 그리고 쌓여가는 나의 발 밑을 바라보며, 가을을 한껏 느끼고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에게 인사할 때 이 책과 만났다. 붉게 타는 노을과 하얀 눈이 서린 꼭 그 사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은색 빛으로 곱게 장식하고 있는 반짝이는 제목을 보며 스윽 매만져 보았다. 그.리.움. 이란 단어에 손이 닿았을 뿐인데 금새 울컥. 빛에 비춰본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명확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희미하지도 않은 꼭 그 것. 그.리.움.

그가 풀어내는 시 그리고 이야기가 사진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

그의 마음에는 어떤 길이 나 있을까. 또 나의 마음엔 어떤 길이 나 있는걸까.

 



 

고인 물을 보며 나도 이같은 추억을 한 적이 있었다.

비록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나의 가슴이 저리다면 그대 역시도 아주 조금은 저릴 것이다, 하는 추억 같은.

그 추억에 무너져 버리는, 나.

 



 

그의 이야기와 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에도,

함께 해주는 풍경들이 있어 눈까지 싱그러웠다.

떨어지는 꽃잎에도 그리운 이가 있다는 것.

그대에게도 그런 사람이 혹, 있지 않은가.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을 올려다보며, 함께 했던 시는 나에게 있어

애잔함이었고, 가슴떨림이었고,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함께였다.

 

 



 

제목이 되어준 시.

추억하는 이들에게 주는,

마음을 가벼이 해주고자 하는 그의 마음.

 

이문세, 김장훈,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성시경, 호란과 함께한 그의 시들.

CD를 들으며 시를 다시 곱씹는 그 느낌은 처음인지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무래도 시를 낭송한 이들이 목소리로 마음을 전달하는 가수이기 때문이리라.

라디오DJ를 하신 분도 많으니, 더욱 시가 감미로워졌다. 특히, 작가님이 남자분이고 시 자체 특유의 강인함이랄까. 그 강인함에서 오는 미처 토해내지 못하고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무거운 느낌이랄까. 삶의 무게를 느껴야 하는 이야기와 시가 주였기 때문에 이문세님의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 시간이 더 지나, 부모가 되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한다. 여인의 특유 감성도 함께 기대했지만, 사실 남자분의 시와 이야기라 여운이라기 보다는 책임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 늘 등뒤에서 말 없이 지켜봐주는 묵묵함. 그래서 아버지에게서 받는 위로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마음이 있음을. 그것이 더할나위없는 큰 힘이 됨을 알려주려 한 것 같아 내일은 아버지의 작아진 등을 꼬옥 껴안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처 피지 못한 응어리가 한꺼번에 터지듯, 하나씩 방울지듯 모여 와르르 쏟아져 내리듯 한 땀 한 땀 씌였을 그의 시가 오늘도 나의 저녁을 적신다. 드러내기 위한 감성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서 조금씩 스며들고 베어 나오는 잔잔한 느낌이 참 좋았다.

 



 

나의 그리움아. 이제는 걱정하지 않을께.

나 없이도, 이젠 안녕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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