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촌마게? 이게 대체 뭘까. 고작, 이라는 뜻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고작 푸딩? 무슨말이야.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 했는데, 도입부에 촌마게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촌마게란? 에도 시대 남자의 머리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올린 것이란다. 그러니까, 일본식 상투인거다. 상투와 푸딩,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나저나, 표지의 푸딩이 꽤나 먹음직스럽다. 푸딩처럼 달콤한 이야기라면 좋겠는데,

 



 

과거에서 온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겉표지를 살짝 벗기니 사랑스러운 핫핑크가 튀어나왔다. 발랄하고 튀는 색깔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타임슬립. 내가 좋아하는 소재니까~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만들지를 못해서; 게다가 입도 짧고;- 디저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상큼한 디저트가 나올까, 심장 두근두근하며 펼쳐들었다.

 



 

180년 전의 에도시대에서 현대의 도쿄로 튀어나온 사무라이. 우연히 만나게 된 싱글맘 히로코와 그의 아들 도모야와의 특별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현대의 음식을 맛보며, 감탄하는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 우리가 흔히 사먹을 수 있는 푸딩. 예컨대, 고작 푸딩이, 처음 접하는 그에게는 천상의 맛, 구름 위에서 선녀들의 연주에 몸을 맡긴 느낌으로 다가온다.

 



 

- 줄거리 -

싱글맘인 히로코는 밥벌이와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집안일, 회사일 모두 완벽할 수 없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도 그녀에게는 벅찬 일. 그저 냉동식품에 의지하던 집의 식탁이, 이상한 나라의 사무라이로 인해 바뀌기 시작한다. 에도시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히로코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집안일과 도모야를 돌봐주는 일을 자처한 것이다. 그로인해, 가족이라는 느낌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히로코는 사무라이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회사일에 치여 도모야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늘 미안했지만, 사무라이 아찌의 등장으로 히로코의 아들 도모야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낸다. 처음에는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예의법도가 확실한 그를 무서워한 도모야였으나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어른을 공경하는 법과 자신의 할일을 하나씩 찾으며 어른스러워지는 도모야. 아빠가 없어 비행기 붕붕도 삼촌에게 졸라야 했지만 사무라이아찌와 함께하는 동안 비행기 붕붕도 실컷하게 되고, 게임도 함께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집안일을 도맡고 있는 사무라이 덕분에 히로코도 회사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인정받게 된다. 사무라이의 요리솜씨를 맛본 히로코의 지인이 디저트 대회에 몰래 응모하여 방송출연을 하게 된다. 그 출연을 계기로 더이상 히로코의 집에 머물지 않아도 될만큼, 많은 돈을 벌게 되고 도모야와 히로코에게서 멀어져간다.

 

단지,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사무라이. 잠깐 가지게 된 흥미거리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서는 빈둥거리는 사무라이였지만, 자신의 일을 찾은 현대에서는 마음껏 일에 심취한다. 그럼으로써 주변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된다. 그저 그것이 좋아서 만들던 푸딩과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드는  푸딩의 맛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사람의 마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던 푸딩과 기계가 찍어내는 사람의 정이 없는 푸딩.

 

이 책은 아마도, 달콤한 디저트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전혀 현대식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사무라이를 파티시에로 변신시키면서 에도시대와 지금의 도쿄를 이어주었다. 마음을 열어주는 사무라이.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정을 쏟아내는 사무라이를 보여주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가족의 의미와 어른에 대한 공경, 자신이 해야하는 일 (주어진 일)을 잊지 말아야함을 알려주고 있다. 요즘은 한 가족이 식탁에 마주앉아 얼굴을 보며 식사를 하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이 들고, 간단한 빵조각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일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따스함이 오고가는 식탁에서 바뀌어 가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과 인정. 따스함이 결여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달콤한 일상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오직,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주고자 만들었던 윤기도는 색깔과 달콤한 캐러맬향이 감도는 푸딩. 나 또한 한 사람을 향해 정성껏 만들고 마음을 쏟으면 그런 푸딩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하게 쏟는 것이 힘든 요즘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예전의 모습을 되 찾음에 다시 에도시대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무라이처럼, 나도 예전의 모습을 잃지말고 다시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겉모습이 다가 될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이 전부를 휘감을 때까지 다시 달려보자.

 

 



 

오랜만에 읽는 일본소설이었다. 한동안 일본소설은 멀리했었다. 내가 자꾸 무미건조해지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이 책 또한 일본소설 특유의 건조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이야기에만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푸딩에만 시선을 두었을 뿐 사무라이의 느낌을 그냥 지나쳤었는데 책을 덮고 다시 본 표지는 실로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상한 말투를 하고, 이상한 머리를 하고, 검까지 차고 있는 사무라이에게서 맡을 수 있었던 사람냄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 중앙에 비행기 붕붕을 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칼질을 하는 모습, 티비에 흠뻑빠져 흥분하던 그 모습도,

시대는 다르지만, 현재에 적응해가는 사무라이를 보면서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사무라이에 대한 거부감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깨어주고 있을지. 실제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은 어떠할지에 관해서. 그리고 먹어보고 싶다. 촌마게표, 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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