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F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ㅡ 서미애 , 엘릭시르

' 아빠 그거 알아 ? 우리가 보는 저 별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래 . 그러니까 저 빛은 별의 마지막 인사인 거야 . '
(본문 8 쪽 )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우리 윤이 생각였다 . 윤이 아빠는 우리가 한참 젊던 날들에 내게 낚시를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 잔잔한 물을 앞에 두고 등 뒤론 무성한 수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멀리 던져 놓은 낚시대의 끝을 소리없이 오래도록 바라보던 시간 ,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붕어를 잡았을 때 상처 없이 낚시바늘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주던 사람 , 내게 팔딱이는 작은 비린 것의 생명력을 첨으로 체감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우리 윤은 아빠가 그런 낚시를 가르쳐주었을지 그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

수정이와 우진 , 그러니까 수정이의 아빠가 겨울 산 깊고 높은 곳에서 저만치 먼 발 아래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는 풍경을 오롯이 상상하고 있자니 나의 가정家庭 에 또 다른 가정 假定 들이 회한으로 스치며  어둔 하늘 모서리를 별빛처럼 가물없이 사라져가는 걸 느낀다 .
수정이는 우진의 삶에서 별처럼 그렇게 사라져갔다 . 그 아픔을 아내와는 다르게 일에 몰두하는 걸로 이겨내려한다 . 아픔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법은 모두 다르다 . 그런 우진에게 또 닥친 불행 . 암으로 고통받던 시간도 이겨냈다고 믿었던 아내는 재발 사실을 말해주지도 않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날려 버리고 만다 .

슬프게도 수정과의 추억은 헤아리지만 아내와의 추억은 헤아릴 만큼 많지 않다는 걸 깨닫는 우진 . 거기에 더해 유언처럼 아내가 남긴 말은 후폭풍처럼 그의 삶을 송두리째 들썩이게 한다 . " 왜 죽었지 ? 우리 수정이 ? " 돌아보니 수정이 왜 죽었어야했나는 돌이켜 볼 짬이 없었다 . 슬픔 속으로 침잠하느라 왜를 잊었다 . 아내마저 떠나고 돌아보니 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 범인들은 모두 경미한 죄값을 치르고 풀려나 여전히 잘 살고 있었다는데 , 그들을 추적하는 우진에게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들 . 진실의 얼굴은 늘 냉정하고 잔혹하다 .


" 아빠 , 그거 알아 ? 저 우주는 73 % 의 암흑 에너지와 23 % 의 암흑 물질 , 그리고 나머지로 이루어져 있대 . "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 별이 아무리 많이 보인다고 해도 압도적으로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어둠이었다 . 문득 우진은 낯선 단어들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
" 암흑 에너지 , 암흑 물질이라는 게 뭐야 ? "
" 과학자들도 모른대 .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 그래서 암흑 물질이라고 부른다는데 ? 아마 정체를 알게 되면 새로운 이름이 붙여질 거야 . 아무튼 암흑 물질이 있다는 것만 밝혀냈는데 노벨상을 받았다고 했어 . "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 별과 별 사이 텅 비어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 곳에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하고 , 그걸 과학으로 증명해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
(본문 32 쪽 )


불행은 암흑 물질일까 , 그렇다면 그 불행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은 암흑 에너지일까 , 진실은 압도적으로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어둠의 한 면일까 ...... 삼년 전의 진실이 암흑 속의 별빛처럼 뒤늦게 발견된다 . 진실은 늘 어둠처럼 거기 있었지만 보려고 하지 않으면 이름조차 알 길 없는 무엇이 되듯 . 모두에게 소환되는 삼년 전의 사건과 세영이 밝히는 충격적이고 어이 없는 진실 앞에 우진은 돌아서고 ......

책갈피로 쓴 엽서에 한 소녀가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밤하늘 별과 달빛으로 가득한 곳에 있는 그림을 뒤늦게 알아채고 한참 바라봤다 . 책장을 덮고 든 첫번째 생각은 역시 , 내겐 아직 초롱초롱한 별같은 딸아이의 눈을 볼 수있다는 사실이었다 . 책 속 주인공 우진에겐 더 없이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 . 그러면서 인간이 타인의 불행에 안도하는 습성에 환멸도 함께 찾아든다 .

세영은 수정이가 행복해 보여서 짜증이 났던 거였단다 . 그게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된다는 것이 몹시도 두렵게 다가왔다 . 인성이 여물지 않은 아이들이란 우진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세영의 아버지인 재혁을 보면 어른 역시나 여전히 성장을 시켜가야 하는 부분이 인성이란 생각도 들었다 .  이 책이 왜 장르물로 나온 걸까 그랬는데 읽으면서는 표현력에 빠져들어 있다가 정신이 들면서 서늘한 두려움이 찾아온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 이 책도 윤이에게 권해 봐야지 . 요즘 아이들의 날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책이었으니 .

윤에게 오늘 밤 산책을 하자고 해야겠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2-25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2-25 23:37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스티커와 세트였던 엽서 ~
안그래도 지금 이어서 달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