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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책의 표지를 본 순간 떠오른것은 성경속의 인물인 <아담과 이브>였다. 정확한 이유는 들 수 없지만 두 남녀의 모습과 그 주위로 이름 모를 꽃들이 이들 주위를 둘러 감싸듯 보였기 때문이고 완독후 에는 책의 대부분이 두 남녀와 식물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강하게 이미지가 남아졌다. 또한, 식물도감은 들어봤어도 사랑도감이라니...여기에,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의 문장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런 것인지 궁금했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저자의 경력을 읽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작품을 쓴다고 하니 더욱 호기심이 일어났던 책이었다.
이 책의 특징은 파트별로 꽃이름과 식물 이름이 칼라와 함께 소개를 해주고 있는데, 그렇기에 더욱 독자로 하여금 책속에서만 보는 식물이 아닌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가깝게 느껴졌다. 이어, 꽃의 이름과 함께 그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눈에 솔솔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꽃과 식물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장면 역시 즐거운 부분의 한 요소였다. 음식은 인간의 마음을 달래주며 때로는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최근에 접한 <꽃 아래 봄에 죽기를:2012년> 작품에서도 한 음식점을 중심으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주인이 음식을 내밀고 손님들은 음식을 맛보며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이 포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 한 여성만을 위한 요리가 존재하니 얼만 솔깃하는가 그것도 직접 채집을 하고 준비한 음식인데 말이다. 그럼 그녀가 누구인지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건어물녀인 '사야카' 어느 날 행려병자인 남자 '이츠키'를 주웠다. 물론, '이츠키'가 먼저 자신을 주워달라고 했으니 이렇게 표현했다. 아주 순수하게 동거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인데 이 남자의 요리 솜씨가 애사롭지 않다. 어느 비싼 재료가 아닌 산책을 하다가 길가에 있는 식물들인 것이다. 여기에, 그 식물을 보고 이름들을 척척 맞추는데 이부분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거기다, 음식 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글에 유심히 읽었으나 낯선 음식이다보니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발칙한 부분이 맘에 쏙 들기도 했다. 그중 애플민트가 등장하여 괜시리 반갑기도 했는데, 허브에 관심이 많다보니 차로 우려 마시는 과정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직접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이처럼 그들이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통해서 알아가는 식물들로 음식을 만들고 하는 모습들이 절로 흐뭇해지기도 했다.
만약, '이츠키'가 음식도 만들지 않고 자신의 일만 묵묵히 했다면 이들의 관계가 발전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음식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술기운에 거둬들였던 한 남성을 주운 '사야카' 여성 혼자 사는데 남자를 들인다는 것은 어느 모습으로 보나 좋지 않는데 이런 생각을 날려 버리게 한 것은 바로 이츠키의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봄을 시작으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까지 이들은 시간이 나면 틈틈히 밖으로 나가 식물과 꽃을 관찰하다시피 살았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언젠가는 멈추는 법..겨울이 오고 어느날 '이츠키'가 사라졌다. 아니 자신의 길로 돌아갔다는 말이 맞을까..'언젠가..'라는 편지를 남기도 홀연히 사라진 그를 그리워 하고, 그리고 이제는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을 기억하며 봄. 여름.가을 동안 그와 함께 만났던 식물들을 이제는 혼자서 만나고 있었다.
유쾌하고 경쾌한 캐릭이었던 '사야카'는 이제 외로움을 이기려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기약없는 기다림이란 신이 인간에게 준 시련 중 하나일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절망과 희망의 두 갈래 길에서 매일 선택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씩씩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사야카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졌다 마치 ..'이츠키' 처럼 말이다. 읽는 내내 그는 어떤 존재일까 왜 자신의 존재를 그녀에게 말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언젠가는 그가 떠날것을 예상했으나 이렇게 겨울에 홀연히 떠난것은 나름 충격이기도 했다. 마치 추운 겨울에 어느 식물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이들의 행복이 더이상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겨울은 결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봄을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었고, 그리고 이제 사야캬에게 다시 봄이 오고 있었다.
<사랑도감>은 어느 연인들이 사랑을 가꾸어가는 모습을 계절과 식물들을 첨가시켰다. 첫 만남에서 만난 닭오줌넝쿨(뜸장미)로 시작하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꽃들로 눈이 즐겁기도 했었고, 꽃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한층 평안해지는 것을 보여지기도 했다. 이것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으나 자연을 벗삼아 살았던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자연과 함께라면 자신도 모르게 안락함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봄을 맞이하고 있을 두 남녀의 모습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상상을 하면서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