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역에 남편을 마중나갔다.

아들의 부산대 수시 불합격에 의기소침해져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서.

라디오에선 마침 불교방송의 7시 음악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중이었다.

아나운서의 말.

"그도 나와 똑 같이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그래 맞아. 정말 그래.

어둠이 내린 차 속에서 눈물을 닦으며 운전을 했다.

아이가 여러 군데 수시를 넣어 다 떨어졌다.

아이도 나도 인생을 배우는 과정일 뿐이다.

아이는 아이의 방식대로 세상과 인생에 대해 배워가고 있을 것이다.

아이와 나의 원이 있고

부처님의 가피가 있어도

법계의 힘이 없으면 안된다고 입보리행론에서 배웠다.

아이가 그렇게 원하던 대학이 있었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거나, 부모가 수시 모집에 무지했거나

법계에 뿌려놓은 인과 연이 없으면, 열매는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아이가 어느 대학을 가든

탐, 진, 치의 거친 물결에 휩싸여 살지 않기를

부처님의 지혜를 비추어 살기를,

오늘 아침 기도에서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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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10-29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인천집에 올라가서 택시를 탈 일이 있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럽디다.
"술 먹고 술 취해 다니는 인간들 보면 한심스럽다"
물론 저는 술을 먹지 않은 상태였지만 전승객이 술취한 손님이었나봐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저도 모르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답니다.
"그 사람들도 사는게 고단해서 그래요. 누구나 유난히 그런 날이 있잖습니까"
갑자기 너그러운 인간으로 변신한 듯 한 제 자신에게 놀랐지만
그 말을 하고 저도 택시에서 내려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혜덕화님, 대학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
모든게 내 마음대로 똑 떨어지지 않는 세상이지만
말씀대로 지혜를 찾으려는 마음만이라도 잃지 않았으면 싶어요.

혜덕화 2008-10-30 13:53   좋아요 0 | URL
그도 나와 똑같이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제부터 이 말이 맴돕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이 확 열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상도 결국, 인생을 배우는 나 같은 사람의 집합체다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요.
누구나 고단한 삶을 기대일 땀내나는 낮은 베게가 있듯이
어떤 이에겐 그게 술이기도, 책이기도, 친구이기도
하겠지요.
_()_

2008-10-30 0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8-10-30 13:58   좋아요 0 | URL
가끔 생각합니다. 아이가 없다면 세상을 얼마나 오만하게 살았을까, 하고
세상을 그냥 물 흐르듯 무난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어쩌다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마음이 완전히 하심이 되어서
그냥 건강하기만 하면 아무 것도 원할 것이 없다고 하게되죠.
고 3엄마, 말로만 듣다가 막상 그 자리에 앉으니 아이를 입시장에 들여보내고 교문을 잡고 서 있던 뉴스의 한 장면이 '딱 그대로' 임을 느낍니다.
님도 저도 아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할지, 아이는 도반이자 스승이란 생각도 드네요. 우리 함께 힘내요.^^
 

 

성철스님 열반 15주기이다.

칠일 칠야 팔만사천배 기도 입재일이었다.

좌복을 반으로 접어서 어깨를 붙이고 앉아도 자리가 모자라 일부는 관음전 밖에서 사시 예불을 올렸다.

수많은 사람이 왔다가 가고, 백련암 마당 한쪽엔 떡과 과일이 평상에 놓여있어 잔칫집 같았다.

스승은 가고 없는데, 남은 사람의 마음속에 그리움과 가르침은 남아서, 노보살들의 빳빳하게 풀먹인 동방 저고리와 불편한 몸으로 올리는 백팔배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성철스님께서 재로 화하던 날,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가야산 한 자락을 가득 채우던 수많은 사람들을 tv로 봤었는데, 어젠 맑고 푸른 하늘과  아이들의 투명하고 고운 웃음소리가  백련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하시던 분이셨으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최고의 공양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가고 슬픔이 가고 난 자리엔 또 다른 삶이 그 자리를 채운다.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부만이 잔칫날처럼 그를 기억하고 가르침을 기억할 뿐, 모든 것은 지나간다.

스님의 열반일과 함께 한 삼천배

입을 닫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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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르침에 깊이 감동하는 것이 관건이 아닙니다. 저녁을 먹거나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저 할 뿐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진정한 좌선은 잠자리에 누워있거나 선방에 앉아 있는 것 너머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남편이나 아내가 자고 있더라도 그것이 좌선입니다. 여러분이 "나는 여기 선방에 앉아 있는데, 나의 배우자는 아직도 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록 여러분이 여기서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좌선이 아닙니다."

-선심초심 중에서-

무언가를 그저 하기가 참 어렵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행일 뿐인 수행이 안되는 이유가 어쩌면 마음 속에 끝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분별심과 이것을 하고 나면 저것을 해야 한다는 바쁜 마음이 떠나지 않아서가 아닐까?

마음이 현재에 있지 못하니 절하는 순간에도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물렀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앉아 있는 것, 단순한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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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사의 선심초심
스즈키 순류 지음, 정창영 옮김 / 물병자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스즈키 순류라는 이름은 선의 황금시대에서도 보았고 또 다른 불교 관련 서적에서도 아주 많이 만났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선심초심'이라는 책은 품절이거나 절판되어 있어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수많은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라면 반드시 다시 출판이 되어서 만날 수 있겠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어제 우연히 교보문고에 갔다가 이 책이 새로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아래층에서 책을 고르는 동안 나는 불교 서가 앞에 앉아 책을 그냥 훓어보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주 잠깐, 거의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였지만......

호흡

좌선을 할 때 마음은 항상 호흡을 따라 다닙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공기가 내부 세계로 들어오고, 내쉴 때는 외부 세계로 나가지요. 내부 세계는 무한합니다. 그리고 외부 세계 역시 무한합니다.

우리가 내부 세계니 외부 세계니 하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큰 세계가 있을 뿐입니다. 이 무한한 세계 속에서 우리의 목구멍은 앞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하나의 여닫이문과 같습니다. 누군가가 이 문을 통해서 들락날락합니다.

그대들이 '내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나'는 군더더기입니다. 숨이 들고나는 데에는 '나'라고 할 수 있는 그대가 없습니다.

그대들이 '나'라고 부르는 것은 숨이 들락날락할 때 앞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여닫이 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문은 그저 열렸다 닫혔다 할 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마음이 숨의 움직임을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순순하고 고요하다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도 없고 세상도 없고, 마음도 몸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할 뿐이지요.

이제 겨우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뿐이지만, 서둘러 읽기가 겁날만큼 명료한 가르침이 살아있다.


글 잘 쓰는 분의 리뷰가 이어져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출판사와 옮긴이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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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자기에 의해 악이 행해지고

자기에 의해 스스로 타락되며

자기에 의해 악이 행해지지 않고

자기에 의해 스스로 청정해진다.

청정과 청정치 않음은 자기에게 달린 것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청정케 할 수는 없다.

-법구경-

 

아주 예전 일이다.

엄마가 집에 놀러 오셨는데 무슨 이야기 끝엔가, 눈물을 보이셨다.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고 있는 데, 어떤 할머니 두 분이 며느리 흉을 보고 있었단다.

할머니 한 분이

"우리 며느리가 부모 없이 자라서 본 데가 없어서 그렇다"며 자기 며느리 흉을 보는 데 엄마가 갑자기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하셨다.

엄마도 10살 안되어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친척 집에 가서 수양딸로 살았는데, 말이 딸이지  집안 일을 거의  다 하고 입만 얻어 먹고 살아오셨다.

부모 없는 아이란 말 안들으려고 평생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다른 할머니들이 자기 며느리 흉보는 소리도 엄마에겐 가슴을 칼로 베듯이 모진 말로 들렸다고 하셨다.

부모 없이 자라는 것만도 불쌍한데, 그것을 안아 감쌀 줄 모르고 그렇게 함부로 말을 한다고......

 

입 속에 든 칼로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을 수 있는지, 인간극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실감을 한다.

비만인 사람들은 그것 자체로도 힘들텐데

"꿈에 나타나 가위 눌릴까 겁난다" 라든가

"재도 사람처럼 직립 보행을 하네"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나니 

입 속에 든 칼로 사람을 베어 버리고도 스스로 악행인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무지가 무섭기까지 하다.

어디 그 뿐인가?   채널을 돌리다 보면  사람을 마치 동물을 도살하듯 어떻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가만 연구하고 가르치는 드라마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 자연과 동물에 저지른 일이 그대로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해 준다.

얼마나 더 고통을 받아야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고통은 다른 이의 몫이고 나는 잘 사니까 상관없다는  무지로 인해

더 많은 고통을 만들어 내고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불기자심이라.

누구도 나를 청정하게 해 줄 수 없고, 누구도 나를 악한을 만들 수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죄는  짓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지만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해서 짓는 죄는, 모두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도 세상도 내가 만드는 것인데

나는 세상의 청정에 힘을 보태는가. 악행에 힘을 보태는가

자신이 없다.

오늘 하루, ebs 지식 e채널에 나왔던 "가난해서 학원 갈 엄두는 못내지만 영어 공부 잘하는 법을 공유하고 싶다"던 아이의 댓글과 인간 극장에 나온 아가씨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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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8-2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입 밖에 흘린 말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혜덕화 2008-08-30 16:21   좋아요 0 | URL
2학기 강의 나가신다는 글을 읽었는데 개학은 했나요?
바쁜 나날이 되겠군요.
자기 말만 잘 보고 살아도 큰 죄는 안짓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바람돌이 2008-08-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나깨나 입조심!! ^^
오랫만에 뵙네요. 건강하시죠?
지식채널 저도 봤는데 한숨만 나오더군요. 길이 안보여요.

혜덕화 2008-08-30 16:26   좋아요 0 | URL
지식 채널에서 그 아이가 바라는 소망이 너무 소박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과외를 하겠다는 것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공부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을 보고는 아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언지 슬펐습니다.
"학원에서 배웠지?" 하는 말은 교사가 해서는 안될 말인 것 같더군요. 우리 아이도 가끔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대충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그땐 무심히 넘겼는데,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듣는 아이가 있으면 자고 있는 30명을 볼 것이 아니라 배우려는 한 명을 위해서 교사는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프레이야 2008-08-3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어머니의 눈물이 가슴 아파요.
입으로 짓는 죄,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삼가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산다는 게 참,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걸 뒤집으면 복을 짓는 일로 될 수도 있는데, 그게 다 내게 달린 것인데 말입니다.
좋은말씀 잘 듣고 갑니다.

혜덕화 2008-08-30 16:33   좋아요 0 | URL
그 말씀하실 때 엄마는 환갑을 넘기신 나이였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나이가 이렇게 되어도 10살 이전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구나 싶어서.
엄마 이야기랑은 반대되는 이야기인데, 우리 아이가 어릴 때 어떤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가 강아지 예쁘다고 자꾸 만지려고 했어요. 그때 그 아주머니 말씀
"강아지보다 니가 훨씬 예쁜데" 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강아지를 만지게 하더군요. 아주 예전 일인데 이 말도 잊히지 않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복 짓는 말은 이런 말이 아닐까, 가르쳐 준 말입니다.^^

순오기 2008-08-3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침묵하면 입으로 하는 죄는 짓지 않겠군요~ 마음에 새겨둡니다.
입으로 뱉어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반성할 게 많아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혜덕화 2008-08-30 16:39   좋아요 0 | URL
꼭 해야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지요.
그 할머니들도 무심히 하신 말일테고 악의를 가진 말은 아니겠지만 그 말이 엄마의 상처와 만났을 때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예전엔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 못한 채로 넘어갔는데, 요즘은 그 사람으로서는 그럴 만한 일이 있었겟지, 오해하지 않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너무 좋더군요.^^



로드무비 2008-08-3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정선 씨가 참 예쁘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위의 꿈, 달팽이,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 참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