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집을 뚫고 나와도 그 나무 주위로 창을 만들거나 지붕을 만든 집이 많았다.

 

 한국에서 입고 간 오리털점퍼를 입고  있을 정도의 새벽 추위에도 목욕하는 사람들

 

 

 

 

연기올라 오는 곳이 화장하는 곳, 가까이에서는 찍지 못한다고 함.

 

 

골목길에 누워 자는 순례자(?)들

 

 

 거리를 돌아다니는 소들

 

 

바라나시

몇 년 전부터 도반들과 인도여행을 한 번 하자고 했었는데 해마다 고3 아이가 있어 늘 미루다가 이번엔 함께 인도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인도의 8대 불교 성지 순례.

10박 11일간 우리의 이동 거리는 4200km.

불교 성지들이 북인도 외곽에 있어 시골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엔 유명한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등 몇 군데 관광지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첫 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라나시의 유명한 갠지즈강을 보러갔다.

나체의 순례자와 길거리 곳곳에 잠든 사람들.

강 가에서는 두 구의 시체를 화장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게 되었는데, 한 구의 시체는 얼굴과 발이 생생하게 보이는데 몸에만 불이 붙어서 타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함께 보는 나도 죽음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는 것만큼 일상적인 양 담담하게 볼 수 있었다.

갠지즈강에 소원의 꽃불을 띄우는데 남을 위한 기도를 세워야 이루어진다고 했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바라나시의 일출을 보고 골목길을 한 시간 정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골목에는 몇 걸음마다 조그만 기도처-사원-가 있었고 힌두교 신자들이 바친 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거리로 나와 있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앉아 있었다. 거리에 가득한 쓰레기와 소와 개와 심지어 돼지까지 오토릭샤와 자전거와 자동차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고 있었다.

 

마주 지나가는 버스가 너무 가까이 지나가서 부딪히는 줄 알고 기겁을 했었는데, 바라나시에서는 아예 백미러를 접고 다니거나 백미러가 없는 차가 대부분이어서, 마주지나 가는 차에 탄 사람이 옆좌석에 앉은 사람보다 더 가까이 있어 민망하기까지 했다.

차가 그렇게 마주 서 있는 순간마다 사람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며 환하게 웃어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었다.

쓰레기와 먼지.

순례자와 거지.

산 자와 죽은 자.

현대와 고대,

동물과 사람과 식물, 온갖 종교와 인종들의 공존.

무질서한 듯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인도 전역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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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1-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저는 늘 인도에 가고 싶었어요.
젊었을 적에 배낭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렸어서
유럽을 돌았지요. 이제는 인도에 가서 성지 순례도 하고 싶고 성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성찰이라는 것이 인도를 간다고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가면 왠지 그냥 될것 같은 마음,,,^^;;
좋은 곳에가셔서 많은 것을 느끼고 오셨군요.
그런데 오리털 파카를 입어야 하는 날씨에도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어쩌면 우리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란 것도 다 개인적인 것인가 봐요.
그리고 소가 작으네요. 염소보다는 좀 큰것 같고,,ㅎㅎ
맺어주신 글들이 서로 반대인것 같으면서 또는 같은 것처럼 느껴지네요.

혜덕화 2012-01-04 16:22   좋아요 0 | URL
인도를 떠올리면 미소와 쓰레기가 동시에 떠오릅니다.
혼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또 가고 싶은 매력을 가진 나라랍니다.
인도가 우리나라처럼 재미없게, 살벌하게 성장하기 전에
꼭 여행 해 보세요.
정말 마음에 미소가 가득해서 돌아오실 거예요.^^
 


텃밭 사진
 

올 해는 처음 텃밭 농사를 짓게 되었다. 

친정 아버지와 남편은 텃밭 일을 하고 엄마와 나는 들여놓은 조그만 컨테이너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는 재미로 -나는 거의 엄마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찌게, 매운탕 등을 먹어주기만 했지만- 일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있다. 

비 오거나 바람 불거나 햇살이 좋거나, 동생 생각에 눈물 짓던 엄마 입에서, 엄마의 눈에서, 엄마의 마음에서 살던 슬픔은 봄 볕과 바람이 서서히 거두어 가는 것이 보였다. 

일요일 늦잠도 자고 쉬고 싶었지만, 동생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바람과 햇살이 거두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한 주도 빠질 수가 없었다. 

흔히 자연은 한 없이 베푸는 고마운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뼛 속 깊이, 이렇게 무한하게, 무진장하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이 한없이 한없이- 이 말을 백번쯤 해도 모자랄 거다-베푸는 자연 앞에서 <나>라고 알고 살아온 것이 정말 한 알의 씨앗보다도 적은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알의 씨앗과 내가 동등한 존재이구나, 바람과 햇살과 비가 없다면 씨앗처럼 나도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우주가 나와 씨앗 속에 들어있구나, 짧은 순간의 일치감과 희열 속에서 여름의 뜨거움을 견딜 수 있었다. 

농사 지어서 우리 집도 엄마 집도 먹을 입은 많이 없으니 결국 식당을 하는 올케네로 이웃으로 가져다주기 바빴지만, 자연이 준 것을 내가 단지 옮기기만 했다는 것도 한 해의 농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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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10-2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배추가 실한게 거름이 좋았던가봐요.
저 배추로 김장 담그면 맛있겠당^^
저도 텃밭에 대해선 늘 아쉬움이 남는답니다.
한 해 지어보곤 그만 두었거든요.

흙은 참 이상해요. 속상한 마음, 슬픔, 걱정거리....잔뜩 안고 와서 호미 들고 흙을 파헤치기 1시간이면 갖고 왔던 것들이 다 사라져버리더라구요. 땀 흘리며 흙 만지고 풀 만지다면 한 두 시간도 후딱 지나버리고, 내가 일한 흔적을 뒤돌아보면 어느 새 마음엔 평안이 고여있지요^^ 평안 뿐인가요? 어설픈 내 손길에도 기특하게 열매 맺히는 걸 보면 아주 기뻐 날뛰었죠 ㅎㅎ 평안과 기쁨, 텃밭이 주는 선물인데 말이죠...혜덕화님 보기 좋아요. 곁에 살면 저 채소들 다 억어 먹는건데..아깝다...ㅎ

혜덕화 2011-10-24 22: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농약 하나 안한 진짜 유기농, 옆에 사시면 함께 나누어 먹을텐데......
자연이 주는 은혜를 몸으로 체득한 한 해였어요.
조그만 수박도 두 덩이 열려서 아들 휴가올 때 나눠 먹었고, 방울토마토, 토마토, 가지, 고구마, 감자, 많이는 아니라도 조금씩 맛은 다 보았어요.
참 재미있어요.
진주님도 남편분이랑 다시 텃밭 농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진 2011-10-2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추하나, 무 하나라도 농사라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잘 해내셨군요! 농작물이 튼실해 보입니다 ㅎㅎ

혜덕화 2011-10-24 22:03   좋아요 0 | URL
주말마다 퇴비 실어나르느라 차에서 퇴비 냄새 사라질 날이 없었답니다.^^
반가워요. 처음 뵙네요.
_()_

북극곰 2011-12-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잘 지내시죠? ^^ 저기가 양산텃밭인가요? 우리 부모님은 양산에서 이번에 금곡동 산옆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셨어요.

혜덕화 2011-12-21 15:57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막내가 수능까지 마쳐서, 아이도 저도 신나는 인생이랍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를 인도에서 맞을 예정이라 미리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_()_

북극곰 2011-12-21 17:52   좋아요 0 | URL
와,정말요?!
인도 잘 다녀오시고 좋은 한 해 되시길 바라요.

내년에도 뜨믄뜨믄이라도 서재에 글도 올려주시고,
자리 지켜주세요. ^^
 

 

 

올 해는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하고 산다. 

매일 나 자신에게 '한 번에 한 걸음' 주문을 왼다. 

바쁘다고 열 걸음을 한 번만에 디딜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일이 무더기로 와도, '한 번에 한 걸음'이라는 내가 만든 주문은 꽤 효과가 있다. 

무지 바빠서, 시를 읽기 시작했다. 

하루도 여유롭게 책을 읽을 틈이 없어서 올 해는 50권을 목표로 정했는데, 그 50권도 채울까 말까싶다. 

하루 5분, 혹은 10분이라도 시인이 추천하는 시를 읽고 그 시와 함께 나란히 실린 작가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아~~~하는 감탄사와 긴 호흡이 바쁜 일상에 잠시 여유를 준다.  

시가 있고, 시보다 아름다운 작가의 글이 있어  

10월이 참 행복하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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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3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3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6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철스님 열반 18주기 회향일과 대영암보살님의 12년 삼천배 기도 회향일이 겹쳤다. 

토요일 오후, 백련암으로 가는 발길이 즐거웠다. 

백련암엔 법당마다 사람들로 넘쳐나고, 새벽 두 시쯤 칼잠을 자는 보살들 틈에 끼어들어 나도 잠을 청했다. 

고심원에서 들리는 지심귀명례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세시간 정도 잤다. 좌복을 덮고 모로 누워자는 불편함 속에서도 깊은 잠은 삼천배의 고단함을 모두 녹여주었다. 

 

1박 2일의 철야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일요일, 하늘이 맑고 아름다웠다. 

혼자  푹 쉬라고 남편은 텃밭에 나가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 혼자 차를 마셨다. 

열어둔 창으로 맑은 가을 바람이 들어오고, 난초 잎이 흔들렸다. 

난초 잎을 흔드는 바람, 투명한 햇살, 작고 아담한 화분. 

내 삶을 품위있게 해 주는 것은 가족과 아이들, 도반과 동료와 친구들이고 저 난초 잎처럼 나를 가볍게 흔들어주는  바람과 햇살인 것이다. 

 

꽃 피우고 잎을 흔들며 살 수 있게 해주는 바람과 햇살과 물로 인해 난초는 난초이다. 

이 세상에 오롯이 난초일 뿐인 난초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오롯이 나일 뿐인 나는 없듯이, 나를 둘러싸고 무한히 무제한적으로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모든 인연이 있어, 오늘의 내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감사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대영암보살님의 기도 회향이 세상의 어둠을 조금이라고 거둘 수 있는 싹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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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에 간 조카가 친구 관계가 힘든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올케의 전화를 받았다. 

조카를 불러내서 선암사에 갔다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이유도 없이 자기를 소외시킨다고 했다. 

조카에게 물었다. 

그 아이들이 널 소외시킴에도 불구하고 계속  친구로 남고 싶으냐고. 

그렇다고 한다. 

올케의 말로는 평소에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전화오면 가기 싫다고 안 나가고 

친구가 사탕을 줘도 나는 사탕 싫어한다고 안 받고 하는 일이 계속 이어져서 친구들과 틀어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조카에게 말했다. 

니가 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너도 노력을 해야 해. 

누군가가 너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고 친절하게 해 주기만을 바라지만 말하지 않는데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잘 없어. 

공부는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만 인간 관계는 가르쳐주는 학원이 없단다. 

그러니 평소에 친구들을 잘 관찰해보렴.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는 어떤 성품, 어떤 특성이 있는지, 거기서 니가 배워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꾸만 공부해야 해. 

공부도 잘 하려면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처럼 인간 관계도 그렇단다.  

니가 사랑하는 친구라면 더 친구들의 마음도 배려하고 니 마음도 표현을 해야 한단다.  

아이와 한 시간쯤 시간을 보내고 작은 조카까지 불러내어서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를 먹여 보냈다. 

조카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노력을 나는 별로 기울이지 않고 살았구나.  

조카에게 말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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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7-1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사람이예요. 특히 여기 서재동네에서 그렇게 되어버렸어요.예전에 한참 서재질에 물 올랐을 땐 마실도 많이 다니고 재밌게 지냈는데, 이 동네에서 안 좋은 일 몇 번 겪다보니 마음 문이 닫아졌나봐요. 그때 놀던 서재 주인장들 대부분 활동을 안 하시고 새로 오신 분들과 사귀어야 하는데....저는 소극적으로 이러구 있답니다.
음...저도 사탕 한 봉지 사서 알라딘 서재 동네 한바퀴 돌아볼까요? ㅋㅋ

혜덕화 2011-07-19 10:17   좋아요 0 | URL
서울은 비가 많이 왔다고 하던데, 건강은 괜찮은가요?
찌는 더위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에서 놓치고 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에게서 참 많이 배웁니다.
조카에서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정작 저 자신도 사람과의 관계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산 것 같지는 않아요.
새해 계획에 책을 읽으면 꼭 리뷰를 쓰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니......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기시 바랍니다.
_()_

2011-07-19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1-08-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개학준비하시느라 바쁘신가요?
얼마전에 저에게 직접적으로 소개해 주신 책은 아니었지만
<선방일기>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 참 좋아요~.
문득 혜덕화님이 생각나 서성이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