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사진
올 해는 처음 텃밭 농사를 짓게 되었다.
친정 아버지와 남편은 텃밭 일을 하고 엄마와 나는 들여놓은 조그만 컨테이너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는 재미로 -나는 거의 엄마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찌게, 매운탕 등을 먹어주기만 했지만- 일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있다.
비 오거나 바람 불거나 햇살이 좋거나, 동생 생각에 눈물 짓던 엄마 입에서, 엄마의 눈에서, 엄마의 마음에서 살던 슬픔은 봄 볕과 바람이 서서히 거두어 가는 것이 보였다.
일요일 늦잠도 자고 쉬고 싶었지만, 동생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바람과 햇살이 거두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한 주도 빠질 수가 없었다.
흔히 자연은 한 없이 베푸는 고마운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뼛 속 깊이, 이렇게 무한하게, 무진장하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이 한없이 한없이- 이 말을 백번쯤 해도 모자랄 거다-베푸는 자연 앞에서 <나>라고 알고 살아온 것이 정말 한 알의 씨앗보다도 적은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알의 씨앗과 내가 동등한 존재이구나, 바람과 햇살과 비가 없다면 씨앗처럼 나도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우주가 나와 씨앗 속에 들어있구나, 짧은 순간의 일치감과 희열 속에서 여름의 뜨거움을 견딜 수 있었다.
농사 지어서 우리 집도 엄마 집도 먹을 입은 많이 없으니 결국 식당을 하는 올케네로 이웃으로 가져다주기 바빴지만, 자연이 준 것을 내가 단지 옮기기만 했다는 것도 한 해의 농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