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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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전들이 다양한 해석을 품고 회자되는 중에 <연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책 홍보 문구에 밀란 쿤데라 이전에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기대감이 생겼다.


운 좋게도 최근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가 그려낸 가벼움과 무거움을 만났었고 <연기 인간>을 이해하는 힌트는 되었지만 다르기도 하다. 가벼움을 정의하려던 의도는 아니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 각자에게는 이 무게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 정도를 알았을 뿐 사실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며 결국 어느 쪽을 보느냐의 차이를 만든다. 하나의 진리와 그 반대의 진리라고 해서 모두 거짓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요즘으로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가짜 뉴스라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확실한 진실로 믿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가볍거나 무거운 기준을 부여하는 것 같다.



밀란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프라 체스키(1885~ 1974) <연기 인간 >을 통해 본 가벼움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그에게 가벼움은 연기가 되는 것 곧 존재의 '승화'일까? (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연기'에 대해서라면 소설 속 인물들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

작가는 스스로를 미래파 소설가라고 불렀고 미래파 운동가들과 교류하며 평생 문학 여정을 이어갔고, 20세기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소설, 영화, 평론,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로 위기와 갈등에 대해 소통하길 원했다.

소설 자체가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난해하긴 했다. 나로서는 희극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보니, 몇 명이 나누는 대화인지 말장난 같은 대화들이 처음엔 버겁다가 적응되고 나서야 연극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에도 충실한 많은 연기자와 군중의 웅성 거림들이 들리기도 했다.



검은 자궁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검은 굴뚝에서 33년간 머물다가 세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굴뚝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인간 세상에 섞인다. 맨 처음 우연히 보인 장화를 신고서 인간이 되었다는 '연기 인간'이 진짜 연기로 만들어진 형상인지 아닌지 상상하는 것조차 어색하긴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발'이 가진 의미가 크다는 것을 얼핏 접하긴 했지만 깊은 의미를 알긴 버거웠다. 은유적인 뭔가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알쏭달쏭 아직 잘 모르겠는 마음은 어둠을 헤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검은 자궁, 검은 굴뚝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있다가 곧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발견한다.


p 29

연기는 허공으로 흩어지지요. 벽난로 굴뚝 꼭대기가 막혀 있으니 허공으로 가지는 못했지요. 지극히 자연스럽다 봅니다. 그러니까 요컨대 당신은 연기가 뭉쳐서 만들어진 거 아닙니까? 사람의 태아가 굴뚝 꼭대기에 있었다니 자궁은 검든 하얗든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한 법이요. 굴뚝에서 씨앗은 곧 연기입니다.


대항해시대와 유럽의 역사, 여왕의 이야기, 산업혁명을 지나며 무수히 세워진 공장 굴뚝을 떠올리기도 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알베르 카뮈<이방인> 정도의 접점을 남기는 <연기 인간>을 통해 보는 것이라면 인간들이 쉽게 뒤집을 수 있는 논리와, 사상, 정치의 가벼움이기도 했다.


페렐라가 세상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여 왕에게 데려갔지만, 사실은 페렐라가 인간들을 발견하고 왕에게 이르른 셈이었다. 이런 시선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가 <연기 인간>에서 중요해 보인다. 무언가를 우기는 군중이 모이면 대중의 여론이 되고 전후 사정 고려할 틈도 없이 사실이나 진리가 되고 만다.


연기 인간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처럼 고귀하고 신성하게 느끼며 추앙한다. 이는 '연기 인간'이 된 페렐라가 원한 바도 아니지만 귀족과 귀부인들은 마음대로 그를 한껏 드높인다. 여성에 관한 법이 아직 없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시점에 신성한 페렐라에게 새로운 법전을 만들어줄 것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의심만 나부끼는 시대의 새로운 법전이 굳게 지지해야 할 목표는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야 하는데 그 계획을 실현할 적임자는 오직 페렐라 밖에 없다.



페렐라는 법전 만들기에 앞서 민생 시찰에 나선다. 시찰 도중 특히 정신병원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비일상적이고 기괴한 언행을 접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삶의 이면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페렐라가 시찰에서 돌아왔을 때 궁정 하인 알로로가 지하 납골당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다. 알로로는 자기 몸을 태우면 연기가 되어 모두가 숭배하는 페렐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렐라는 불에 탄 알로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저 그가 가벼워지고 싶었던 거라고 말한다.

이 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한건지, 정말 한없이 가볍게 들은 모양이다. 그 일로 페렐라에 대한 평가와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처음에 사람들은 페렐라를 이루고 있는 연기 천국으로 받아들였다. 연기 색깔의 옷을 입고 연기축제와 무도회를 개최하여 연기로 존재하는 가벼움을 칭송했지만 그 가벼움은 알로로의 죽음 이후 돌연 지옥으로 변질된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정의하는 페렐라의 무관심에 분개한다. 페렐라의 가벼움을 세상에서 가장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으며 무능한 헛소리로 여기다가 마침내 모두의 안녕을 위해 페렐라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제거하자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그는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에서 당사자는 없는 채로 페렐라는 가장 높은 존재의 신성함에서 가장 낮은 혐오스런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유럽의 역사에도 있었던 종교전쟁과, 마녀 사냥 재판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의심만으로 시작해서 죄를 자백할때까지 무자비한 고문을 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들이 생각나서 답답했다.



페렐라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기 전에 사람들이 그를 판단해 버리는 느낌이 좋지가 않다. 높이 들어 추앙했다가 곧 추락시키는 것을 보며 부조리를 느낀다.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재판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있는 그대로를 말하던 뫼르소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냉혈했던 무자비한 살인자로 내몰며 사형선고 내린다. < 시지프 신화>로 만나는 부조리와 자살 이야기는 그제야 이방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기 인간>만으로 이 소설을 이해가기보다는 다른 연결을 통해 점점 더 이해해나가지 않을까? 어디선가 다시 <연기 인간>을 떠올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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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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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을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에너지의 변천사를 먼저 만나게 된다. 에너지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며 역사가 이루어졌다. 에너지의 전쟁이 왜 일어났으며 왜 두 국가만의 일이 아닌지도 설명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으로 정리해 보는 에너지 세계사는 다방면으로 도움이 되는 독서 경험이었다. 아마도 고전을 읽을 때에도 에너지에 관한 이 배경 지식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미래 에너지에 대해 통찰하는 독보적인 책인 것 같다. 한 에너지원에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문명사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때 바로 사고의 혁명도 일어나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미래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미래 자원에 대한 각국의 시선도 만날 수 있었고 현실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으로 인한 충돌로 이루어진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20세기까지 100년 단위의 세기적인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면 21세기는 변화 주기를 10년 단위로 끊어도 모자라고 특별해졌다. 세계적인 광범위적인 새로운 발상과 방식을 깨닫기 위해 과거를 재구성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잘 만들어진 책이라서 읽는 내내 만족감이 생겼다.


인간의 숙련된 에너지를 활용한 농업혁명 뒤로 바람의 힘, 풍력을 이용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물자만 배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인간 노예 문화가 퍼지며 제국주의를 부추겼다. <총 균 쇠>로 대표되는 동서양의 만남은 인간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다. 대항해 시대, 포경산업, 쇄빙선, 페스트, 무기 국제 교류, 전쟁, 석유, 석탄, 가스 등을 비롯한 에너지와 관련한 21세기에는 신기술이 어느 때보다 방대해졌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기후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문명은 인간이 손에 무엇을 도구로 들었는지를 통해 대변혁을 이루어왔고, 지금의 인류는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다. 꼭 스마트폰이 에너지원이 된 듯이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구로 사용 중이다. 또 앞으로는 AI라는 도구, 메타버스라는 도구를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동차의 에너지 공급원도 이미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왜 어렵고 중요한지도 보게 된다. 세계의 에너지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이 떠밀려가고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열기 위해 과거에 대한 재해석과 반성이 있어야 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한 많은 논쟁이 필요해 보인다. 지구가 둥글다는 깨달음 보다 혁명적인 21세기를 살고 있다니 눈과 귀를 열어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커진다.


이번 책, 《에너지 세계사》는 지금의 디지털 혁명 인류가 어떤 에너지들을 거쳐왔는지 역사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자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를 통해 점점 더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던 요즘 에너지를 통해서 보는 세계사는 아주 흥미로운 큐레이션이었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각국이 무역 체계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 없이 재도약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미 애국심이 되어 있을 정도로 반도체는 우리의 국력이자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더불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 자기 나라의 안위와 이익을 적정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와 협력 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 역시 과열되고 치열한 경쟁으로 '미중한일' 관계를 비롯해 전 세계와 엮여 있기에 조심스럽다. 자원과 기술을 '가진 자'가 되느냐 '못 가진 자' 가 되느냐는 이제 죽고 살고의 문제이다 보니 뉴스를 보는 마음은 언제나 편치 않다. 내 마음 편하기를 바라서라기보다 자원의 불균형이 빚어내는 비극을 보는 것이 힘들다.

신발도 없이 땅을 걷던 인간이 신발을 신고, 마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그렇게 자연과의 사이가 물질로 멀어질수록 환경은 파괴되어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은 없어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지 존재한다는 것이 무섭다. 그 미세 조각들이 자연에 박혀있는 피를 흘리고 있는 것만 같다. 미래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철만 가득 쌓여 있던 풍경도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 같다. 물질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면 좋겠지만 '자연'이 생존의 이용 수단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에너지'가 '지배 구조의 힘'이기보다는 인간 종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모든 생명을 위해 쓰는 소중한 힘' 으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읽어 가는 곳곳. 하나의 디스토피아 소설 이상의 긴장감을 맛본다. 오늘도 에너지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상상 이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워지기도 했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기회를 얻으려다 페스트라는 질병이 세계에 퍼졌다면 기후 위기에 놓인 지금 녹고 있는 빙하로 남극이 유실되고 이상 기온이 눈에 띄게 무자비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금은 바이러스와 질병에 관해 더 긴장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물과 공기에 대한 가치를 깊게 깨달은 인류가 서로의 가치를 따지기 전에 환경에 관한한 일류적으로 대동단결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인류세의 숙제이다.



인류세의 의미를 염두에 둘 때, 19세기의 에너지 전환이야말로 우리가 화석연료의 불평등한 도입을 추적할 때 가장 심각한 사건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가하는 충격은 막대하게 커졌다.


2019년은 남극 조약 체결 60주년이었다.

열두 개 나라가 승인한 이 조약은 “남극에서 새로운 영유권 주장이나 기존 영유권 주장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약이 체결되면서 남극에서는 과학 연구만이 허락되며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게 되었다.

북극에서 지금 새로운 냉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걸까? 러시아, 중국 및 미국은 북극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다. 어느 나라도 북극에서 장기적으로 정학하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35조 달러어치의 미개발 상태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세계의 많은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이들 나라는 그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북극에서 기회를 붙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따뜻해지는 지구 온도로 인해 북극에서 새로운 항로와 더불어 경제적 기회가 생겼다. 이를 틈타 중국은 아직 소유자가 결정되지 않은 자원을 차지하려고 ‘북극 실크로드' 계획을 추진했다. 그 지역은 금, 은, 다이아몬드, 구리, 티타늄 등 소중하고 희귀한 원소가 매장되어 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에너지 자원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으로 북극에는 세계의 미개발 화석연료의 5분의 1에서 4분의 1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 지역에 장기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국가들로는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미국이 있다. 이런 활동을 잘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쇄빙선의 사용이다. 러시아는 쇄빙선 50척을 운용 중이고, 핀란드는 7척, 캐나다와 스웨덴은 6척 그리고 미국은 5척을 운용하고 있다. 노후화되는 선단을 갱신하려고 미국 해안경비대는 6척을 더 제작할 계획이지만, 첫 번째 쇄빙선은 2023년이 지나서야 인도될 것이다.



모든 개발의 국면이 새롭긴 하지만,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중국의 개입이다. 중국은 남극에 발을 디딘 적이 있을 뿐, 북극에는 아무런 영토를 주장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 높아지는 경제력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북극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9년 이후 북극에서 과학 조사를 명분으로 등장한 중국은 자국의 석탄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2019년 '시베리아의 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3,000킬로미터 길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러시아의 시베리아 유전을 중국 북동부 지역과 연결시키려는 프로젝트이다. 이런 동향에서 확실히 알 수 있듯이, 북극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 책을 읽는 내내 이기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에너지 주도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쩐지 편치 않으면서도 간절해지니 말이다. 인간에게 어느 때보다 도덕성과 이타심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 미래에 대한 평화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는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큰 힘을 지닌 만큼 파괴의 힘은 더 커졌다는 것만이 확실해서 그 안타까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세계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지혜롭게 협력하고 끌어가 주길 신에게 기도 드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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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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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이기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에너지 주도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쩐지 편치 않으면서도 간절해지니 말이다. 인간에게 어느 때보다 도덕성과 이타심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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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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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늘 버겁지만 한 발씩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내게도 길고 행복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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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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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는 경로는 많다. 소설, 에세이, 일기, 울프의 독서법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이번 책은 울프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을 시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20세기의 영국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의 영국과 사람들의 모습은 한 번의 탈피를 거친 모습 같기도 했다. 울프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내적 현실을 포착하려 했고 그것이야말로 울프가 보는 진짜 '현실'이었다.

여러 경로로 조금씩 울프를 만났고 여러 번의 리뷰도 했다. 이제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이 조금 소풍 같아졌다. 웬만한 집중력이 아니고서는 울프가 그려놓은 장면들을 떠올려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해하다는 말~ 이젠 그마저도 좋아서 버지니아 울프 관련 책은 모두 반갑다. 만나다 보면 난해함을 잊고 온전히 울프와 편안하게 대화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밖에서 본 여자 대학, 과수원

안젤라는 생활고를 겪는 여대생이다. 대학에서 이 세상의 규율과 규칙 너머를 꿈꾸며 창가에서. 저 너머를 상상한다. 안젤라는 자기 안에 바다를 품은 듯이 상상 속의 거친 풍랑을 느끼며 새로운 세계를 어렴풋이 갈망한다. 그 모습은 21세기 청년들의 모습도 닮아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는 소리는 과수원까지 퍼지기도 하는데 어린 나이부터 과수원의 노동자가 되어 학교 공부와 멀리 지낸 한 친구의 마음이 덕분에 심란해지기도 한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카드놀이로 여가시간을 즐기는 여대생 기숙사,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가난한 여인들의 모습, 과수원에서 상상을 펼치다가 잠이 든 19세 아가씨가 "차 마시는 시간에 늦겠어"라고 소리치며 현실로 복귀한다. 그렇게 경계를 즐기는 모습들이 어딘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설렌다. 과수원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자라듯이 이제 자신의 모습을 갖추려 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특히 여성들의 의식 변화를 담은 이야기들은 새로운 끌림이었다.

이 단편들을 읽으며 ~~ 빨강 머리 앤의 고장 '에이번리'를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버지니아 울프가 안내하는 아름다운 자연에 빠졌다가도 사람들의 변화가 가진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단편들이 완결 없이 끊어지는 느낌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의 초고나 글의 재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해설에서도 버지니아 울프를 '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내가 받았던 느낌이 영 틀리진 않았나 보다.

  • 울프의 작품을 한층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울프의 창작 방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전적 에세이집 <기억의 소묘(A Sketch of the Past)》에서 울프는 자신을 작가로 만든 것은 “장면 만들기"라고 말한다. 기승전결의 플롯이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대신 인상적인 장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 이는 전통적인 서술 기법보다 회화나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과 닮아 있다. 울프의 작품이 어려운 이유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울프는 "1910년을 기점으로 인간의 본성이 변했다"라고 주장하며 전통적 글쓰기를 거부하고 다양한 서술 방식을 실험했다.


( 쓰다만 글 조각, 글속의 시대 )

전화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진짜 쓰다 만 듯한 10줄이 안되는 글이지만 그것이 품고 있는 이야기 실타래가 엄청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지나랄 우리의 통신 수단이었던 삐삐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있듯이 그 이전에는 전화의 등장으로 달라진 삶이 상상된다. 문명의 대전환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변화와 굴곡이 있었을까? 지금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보다 사실은 더 큰 이질감과 충격이었을 것 같다. 산업혁명을 지나며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동시에 행복했던 낙원을 잃어버린 것을 회상하는 듯 묘하게 아련한 단편들이기도 하다.

  • 이 나라는 자기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절대 알지 못할 겁니다.

  • 전쟁 후에는 장갑 공급이 안정되지 않아서요

  •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쓰러져 죽었고, 세계는 계속되리라.

빅토리아조(1837~1901년)에 태어나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울프와 우리 사이에 놓인 100년이란 시간의 간극이 느껴진다. 19세기 말 20세기를 품은 키워드들과 의식의 변화를 읽어가는 시간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전쟁 후의 물가 변동과 생각의 차이도 느껴본다. 실크 스타킹, 장갑, 신발, 드레스, 설탕 등의 이야기를 통한 시대 읽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글에서도 많이 만나게 되기에 이젠 울프에게 닿는 '표지' 같다.

프라임 양, 불가시이한 V 양 사건

울프는 특히 프라임 양처럼 “이름 없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전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프라임 양>이라는 이 작품은 이름 없는 한 독신 여성의 삶에 관한 스케치로 이해할 수 있다. 불가사의한 V 양 사건 역시 이름 없는 개인의 삶을 다룬다.

하지만 뛰어난 인물이 아닌 사람의 삶은

기록될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런 식의 의문과 의식이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켜 나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습작 하나일지라도 놓치기 싫어진다. 동시에 하루를 끄적이는 수준의 우리의 일기도 소중해진다.


울프는 20세 무렵부터 <타임스> 문예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어 600여 편이 넘는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에 실린 것은 단편이라서인지 에세이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실험적 습작, 장면 만들기 연습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축약 같기도 하고 사뭇 다르기도 한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편을 읽으며 뭔가 달라서 갸우뚱거렸던 의문을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되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늘 버겁지만 한 발씩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내게도 길고 행복한 여행이다.


  • 댈러웨이 부인은 꼿꼿이 서서 화물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빅 벤이 열 번째 종을 치고, 열한 번째 종을 쳤다. 묵직하고 둥근 파장이 공중에 퍼졌다. 그녀를 곧추세우는 것은 자긍심, 대대로 내려오는, 그녀가 물려받고 물려주게 될, 훈육과 고통을 통해 몸에 밴 바로 그것. 사람들은 어떻게 고통을 감당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기차, 자동차 크고 묵직한 쇳덩이들이 만들어지기까지 노동자들의 비명이 있었음을 꼬집는 걸까? 일자리를 찾아 도시의 불빛에 밀려 든 많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또다시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다는 걸 버지니아 울프가 알게 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글을 썼을까 싶다. 개인의 시선과 이야기가 시대에 얽히는 글들을 재밌게 읽는다. 코로나 수기가 이런 느낌이려나? 큰 일을 다같이 겪으면서 일상이 소중했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고귀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여운을 뒤적거려 본다.




울프는 20세 무렵부터 <타임스> 문예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어 600여 편이 넘는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에 실린 것은 단편이라서인지 에세이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실험적 습작, 장면 만들기 연습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축약 같기도 하고 사뭇 다르기도 한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편을 읽으며 뭔가 달라서 갸우뚱거렸던 의문을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되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늘 버겁지만 한 발씩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내게도 길고 행복한 여행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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