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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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을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에너지의 변천사를 먼저 만나게 된다. 에너지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며 역사가 이루어졌다. 에너지의 전쟁이 왜 일어났으며 왜 두 국가만의 일이 아닌지도 설명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으로 정리해 보는 에너지 세계사는 다방면으로 도움이 되는 독서 경험이었다. 아마도 고전을 읽을 때에도 에너지에 관한 이 배경 지식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미래 에너지에 대해 통찰하는 독보적인 책인 것 같다. 한 에너지원에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문명사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때 바로 사고의 혁명도 일어나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미래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미래 자원에 대한 각국의 시선도 만날 수 있었고 현실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으로 인한 충돌로 이루어진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20세기까지 100년 단위의 세기적인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면 21세기는 변화 주기를 10년 단위로 끊어도 모자라고 특별해졌다. 세계적인 광범위적인 새로운 발상과 방식을 깨닫기 위해 과거를 재구성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잘 만들어진 책이라서 읽는 내내 만족감이 생겼다.


인간의 숙련된 에너지를 활용한 농업혁명 뒤로 바람의 힘, 풍력을 이용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물자만 배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인간 노예 문화가 퍼지며 제국주의를 부추겼다. <총 균 쇠>로 대표되는 동서양의 만남은 인간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다. 대항해 시대, 포경산업, 쇄빙선, 페스트, 무기 국제 교류, 전쟁, 석유, 석탄, 가스 등을 비롯한 에너지와 관련한 21세기에는 신기술이 어느 때보다 방대해졌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기후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문명은 인간이 손에 무엇을 도구로 들었는지를 통해 대변혁을 이루어왔고, 지금의 인류는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다. 꼭 스마트폰이 에너지원이 된 듯이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구로 사용 중이다. 또 앞으로는 AI라는 도구, 메타버스라는 도구를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동차의 에너지 공급원도 이미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왜 어렵고 중요한지도 보게 된다. 세계의 에너지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이 떠밀려가고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열기 위해 과거에 대한 재해석과 반성이 있어야 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한 많은 논쟁이 필요해 보인다. 지구가 둥글다는 깨달음 보다 혁명적인 21세기를 살고 있다니 눈과 귀를 열어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커진다.


이번 책, 《에너지 세계사》는 지금의 디지털 혁명 인류가 어떤 에너지들을 거쳐왔는지 역사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자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를 통해 점점 더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던 요즘 에너지를 통해서 보는 세계사는 아주 흥미로운 큐레이션이었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각국이 무역 체계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 없이 재도약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미 애국심이 되어 있을 정도로 반도체는 우리의 국력이자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더불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 자기 나라의 안위와 이익을 적정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와 협력 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 역시 과열되고 치열한 경쟁으로 '미중한일' 관계를 비롯해 전 세계와 엮여 있기에 조심스럽다. 자원과 기술을 '가진 자'가 되느냐 '못 가진 자' 가 되느냐는 이제 죽고 살고의 문제이다 보니 뉴스를 보는 마음은 언제나 편치 않다. 내 마음 편하기를 바라서라기보다 자원의 불균형이 빚어내는 비극을 보는 것이 힘들다.

신발도 없이 땅을 걷던 인간이 신발을 신고, 마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그렇게 자연과의 사이가 물질로 멀어질수록 환경은 파괴되어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은 없어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지 존재한다는 것이 무섭다. 그 미세 조각들이 자연에 박혀있는 피를 흘리고 있는 것만 같다. 미래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철만 가득 쌓여 있던 풍경도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 같다. 물질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면 좋겠지만 '자연'이 생존의 이용 수단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에너지'가 '지배 구조의 힘'이기보다는 인간 종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모든 생명을 위해 쓰는 소중한 힘' 으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읽어 가는 곳곳. 하나의 디스토피아 소설 이상의 긴장감을 맛본다. 오늘도 에너지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상상 이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워지기도 했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기회를 얻으려다 페스트라는 질병이 세계에 퍼졌다면 기후 위기에 놓인 지금 녹고 있는 빙하로 남극이 유실되고 이상 기온이 눈에 띄게 무자비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금은 바이러스와 질병에 관해 더 긴장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물과 공기에 대한 가치를 깊게 깨달은 인류가 서로의 가치를 따지기 전에 환경에 관한한 일류적으로 대동단결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인류세의 숙제이다.



인류세의 의미를 염두에 둘 때, 19세기의 에너지 전환이야말로 우리가 화석연료의 불평등한 도입을 추적할 때 가장 심각한 사건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가하는 충격은 막대하게 커졌다.


2019년은 남극 조약 체결 60주년이었다.

열두 개 나라가 승인한 이 조약은 “남극에서 새로운 영유권 주장이나 기존 영유권 주장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약이 체결되면서 남극에서는 과학 연구만이 허락되며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게 되었다.

북극에서 지금 새로운 냉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걸까? 러시아, 중국 및 미국은 북극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다. 어느 나라도 북극에서 장기적으로 정학하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35조 달러어치의 미개발 상태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세계의 많은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이들 나라는 그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북극에서 기회를 붙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따뜻해지는 지구 온도로 인해 북극에서 새로운 항로와 더불어 경제적 기회가 생겼다. 이를 틈타 중국은 아직 소유자가 결정되지 않은 자원을 차지하려고 ‘북극 실크로드' 계획을 추진했다. 그 지역은 금, 은, 다이아몬드, 구리, 티타늄 등 소중하고 희귀한 원소가 매장되어 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에너지 자원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으로 북극에는 세계의 미개발 화석연료의 5분의 1에서 4분의 1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 지역에 장기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국가들로는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미국이 있다. 이런 활동을 잘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쇄빙선의 사용이다. 러시아는 쇄빙선 50척을 운용 중이고, 핀란드는 7척, 캐나다와 스웨덴은 6척 그리고 미국은 5척을 운용하고 있다. 노후화되는 선단을 갱신하려고 미국 해안경비대는 6척을 더 제작할 계획이지만, 첫 번째 쇄빙선은 2023년이 지나서야 인도될 것이다.



모든 개발의 국면이 새롭긴 하지만,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중국의 개입이다. 중국은 남극에 발을 디딘 적이 있을 뿐, 북극에는 아무런 영토를 주장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 높아지는 경제력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북극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9년 이후 북극에서 과학 조사를 명분으로 등장한 중국은 자국의 석탄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2019년 '시베리아의 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3,000킬로미터 길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러시아의 시베리아 유전을 중국 북동부 지역과 연결시키려는 프로젝트이다. 이런 동향에서 확실히 알 수 있듯이, 북극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 책을 읽는 내내 이기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에너지 주도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쩐지 편치 않으면서도 간절해지니 말이다. 인간에게 어느 때보다 도덕성과 이타심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 미래에 대한 평화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는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큰 힘을 지닌 만큼 파괴의 힘은 더 커졌다는 것만이 확실해서 그 안타까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세계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지혜롭게 협력하고 끌어가 주길 신에게 기도 드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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