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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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 놓고 평생이 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벽돌 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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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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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군대 생활이라고 생각했던 청년은 훗날 아이 셋의 아빠가 된다. 내가 아빠라고? 책도 좋아하고 나름의 취향을 즐기며 살았지만 출산 일의 감동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현실 육아는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쉬울 수 없는 육아는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줄일 수 없는 시간은 2배속의 속도로 살아도 육아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근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엄마도 아빠도 똑같다.

육아에 대해서라면 이토록 현명한 협력을 이뤄내는 MZ세대의 육아 스토리가 많이 들리고 있기에 이젠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아기띠를 앞으로 매고 아이를 안아주는 남편 정도로도 최고 따따봉을 날릴수 있었던 나 때의 육아와도 확연히 다르다.

남편이 주양육자가 될수 있다? 생각할 수 없었는데 육아도 진화하는구나! 역할도 진화하는구나!

아빠들의 육아가 특별했다기보다는 아빠들의 육아 기록이 더욱 특별했던 만남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꼬박 육아에만 매달렸던 아내를 4박 5일로 제주 여행을 보내고 12개월 송이의 육아를 오롯이 책임지며 나들이도 나가고 사뭇 과감한 육아를 해가는 모습을 본다. 나때는 이런 거 없었거니와 아이를 두고 혼자 여행을 가는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조차 상상해보지 못한일인데 세대가 달라서일까? 시대가 달라서일까? 부럽고 신기하고 흐뭇하게 본다.



강혁진, 박정우, 배정민, 손현, 심규성

기록적인 저출생 시대에 ‘아빠’ 라는 자아를 품고 배우자와 함께 육아라는 이인삼각 경기에 뛰어든 아빠들이 있다. 바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 아빠들이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 다섯 명이 모여 매주 일요일 밤 9시에 이메일로 발행하는 육아 성장 일기 뉴스레터가 책이 되었다.

마케터, 금융서비스 기업 콘텐츠 제작자, 투자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밀레니얼 아빠들이 육아휴직에서 더 나아가 직접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 돌봄의 경험을 나누고자 시작된 뉴스레터지만 이 초보 부모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언론의 주목까지 받게 되었다.



아이를 이 세상에 초대한 것은 부모지만 아이가 창조한 또 다른 세상으로도 기꺼이 초대되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육아와 요즘 육아의 가장 큰 차이점이겠지. 아이와 아빠가 함께 잘 노는 모습보다더 아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은 없을 것 같다.


아빠가 육아의 일부분을 돕는다가 아니라 온전히 책임지는 육아를 통해 아빠는 아이의 행동과 감정 모두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된다. 엄마들만이 읽어내던 아이의 옹알이와 표정이 가진 언어를 아빠도 읽을 수 있어야함이 옳다. 그런점에서 아빠의 육아일기가 바꾸어가는 세상이 분명 작지 않을거라서 나무심는 사람들을 보는 듯 흐뭇해진다.



p 38

아빠가 되어간다는 것은 내가 소유하던걸 아이에게 하났기 내어주는 과정이다. 집은 아기와 함께 하는 곳간으로 점차 변해간다. 싱글일 때 꿈꿔왔던 나만의 온전한 공간은 아기의 성장과 비례 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그 변화가 딱히 나쁘지 않았다. - 배정민

p 39

“아빠, 부자가 뭔 줄 알아?”

“응?” (설마 얘가 벌써 돈의 맛을?)

“에이, 그것도 몰라? 아빠랑 나잖아!"

장난스럽게 툭 던진 그 말에 마음이 덜컹 하고 녹아내렸다. 그래…그러네. 돈 많은 부자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없어도 이미 부자인 걸 깜빡하고 있었다.

이런 대화는 오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 이런 생각이 가슴에들어찼다. 대수롭지 않게 말한 당사자는 분명히 잊어버리기 쉬운 그말을, 아빠로서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다. 기억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해두는 것이겠지. 사라지지 않도록.




육아도 쉽지 않지만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데~ 그 일을 혼자는 하지 못할 것을 예견한 현명한 아빠 다섯명은 이렇게 훌륭한 현재진행형의 성장기를 통해 다같이 아이를 키우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부족하거나 모르는 부분, 두려운 부분마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줄 수 있다. 좋은 부모가 되어가는 이 시대의 육아 항해법은 함께 키우는 데 있다.

p 53

“아빠, 그렇게 하면 롤러코스터 못 타. 점프를 잘해야 해. 봐봐, 이렇게 하는 거야. 아빠, 곧 있으면 저녁이야. 해 지면 좀비들 와서 위험하니까 자러 가야 해. 으응? 좀비? 내가 저기에 침대 만들어놨으니 같이 가자. 나만 따라와."

'나만 따라와'라니. 그곳에서 아이는 나의 보호자이자 수호자였다. 게임 속 삶의 방식에는 무지한 초보자 아빠에게 아이는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침대에서 자는 법, 하늘을 나는 법, 사냥을 하는 법, 식량을 얻는 법 등 자신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공간에 들어와 한 팀이 된 아빠를 보살피기 위해 아들은 꽤 긴 시간동안 '하드캐리’했다.

게임에서는 매번 아이가 앞서 나간다. 이미 게임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차근차근 자기 레벨까지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을 내게 알려준다. 행여나 서툴러 버벅거려도 절대 열 내지 않는다. 그 놀랄 만한 차분함을 곁에서 느끼며, 나는보호자로서의 태도를 거꾸로 아이에게 배운다.

p 54

아이는 이미 내 삶으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존재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그저 함께만 있어도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잊는다. 하루 5분이라도 그 사실을 깨치며 설레고자 한다. 물론 게임만 오래 하면 지장이 있겠지만, 그 설렘을 위해 가끔 아이와 함께 메타버스를 거니는 것도 나쁜 선택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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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선집 세트 - 전4권 그르니에 선집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외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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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를 만나며 그가 존경한 스승, 장 그르니에까지 왔다. 알베르 카뮈가 쓴 장그르니에와, 장 그르니에가 까뮈를 추억하며 쓴 글 등은 특별한 감동이다. 철학자들의 너무나 긴 책들에 비해 간결하게 만나는 깊은 철학적 사유에 대해 감탄하고 공감하며 홀로 시간을 가저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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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1~2 세트 - 전2권 - 김지혜 대본집
김지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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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을 본방사수 했었고 종결 뒤에도 또 한 번의 정주행을 했지만 여전히 갈증이 난다. OST를 듣고, 인간실격 대본집도 사서 읽고 만난다. 대본집을 읽는 동안 모든 장면과 목소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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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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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육아참여는 이제 신기한 광경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빠들의 ‘육아일기‘라는 기록만큼은 아직 매우 희귀한만큼 감사하네요. 망망대해를 해쳐나갈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신항로 개척을 매우 흐뭇하게 보며서, 나 때는 없었던 육아 지도를 펼쳐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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