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는 경로는 많다. 소설, 에세이, 일기, 울프의 독서법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이번 책은 울프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을 시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20세기의 영국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의 영국과 사람들의 모습은 한 번의 탈피를 거친 모습 같기도 했다. 울프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내적 현실을 포착하려 했고 그것이야말로 울프가 보는 진짜 '현실'이었다.

여러 경로로 조금씩 울프를 만났고 여러 번의 리뷰도 했다. 이제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이 조금 소풍 같아졌다. 웬만한 집중력이 아니고서는 울프가 그려놓은 장면들을 떠올려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해하다는 말~ 이젠 그마저도 좋아서 버지니아 울프 관련 책은 모두 반갑다. 만나다 보면 난해함을 잊고 온전히 울프와 편안하게 대화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밖에서 본 여자 대학, 과수원

안젤라는 생활고를 겪는 여대생이다. 대학에서 이 세상의 규율과 규칙 너머를 꿈꾸며 창가에서. 저 너머를 상상한다. 안젤라는 자기 안에 바다를 품은 듯이 상상 속의 거친 풍랑을 느끼며 새로운 세계를 어렴풋이 갈망한다. 그 모습은 21세기 청년들의 모습도 닮아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는 소리는 과수원까지 퍼지기도 하는데 어린 나이부터 과수원의 노동자가 되어 학교 공부와 멀리 지낸 한 친구의 마음이 덕분에 심란해지기도 한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카드놀이로 여가시간을 즐기는 여대생 기숙사,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가난한 여인들의 모습, 과수원에서 상상을 펼치다가 잠이 든 19세 아가씨가 "차 마시는 시간에 늦겠어"라고 소리치며 현실로 복귀한다. 그렇게 경계를 즐기는 모습들이 어딘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설렌다. 과수원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자라듯이 이제 자신의 모습을 갖추려 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특히 여성들의 의식 변화를 담은 이야기들은 새로운 끌림이었다.

이 단편들을 읽으며 ~~ 빨강 머리 앤의 고장 '에이번리'를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버지니아 울프가 안내하는 아름다운 자연에 빠졌다가도 사람들의 변화가 가진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단편들이 완결 없이 끊어지는 느낌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의 초고나 글의 재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해설에서도 버지니아 울프를 '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내가 받았던 느낌이 영 틀리진 않았나 보다.

  • 울프의 작품을 한층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울프의 창작 방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전적 에세이집 <기억의 소묘(A Sketch of the Past)》에서 울프는 자신을 작가로 만든 것은 “장면 만들기"라고 말한다. 기승전결의 플롯이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대신 인상적인 장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 이는 전통적인 서술 기법보다 회화나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과 닮아 있다. 울프의 작품이 어려운 이유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울프는 "1910년을 기점으로 인간의 본성이 변했다"라고 주장하며 전통적 글쓰기를 거부하고 다양한 서술 방식을 실험했다.


( 쓰다만 글 조각, 글속의 시대 )

전화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진짜 쓰다 만 듯한 10줄이 안되는 글이지만 그것이 품고 있는 이야기 실타래가 엄청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지나랄 우리의 통신 수단이었던 삐삐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있듯이 그 이전에는 전화의 등장으로 달라진 삶이 상상된다. 문명의 대전환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변화와 굴곡이 있었을까? 지금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보다 사실은 더 큰 이질감과 충격이었을 것 같다. 산업혁명을 지나며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동시에 행복했던 낙원을 잃어버린 것을 회상하는 듯 묘하게 아련한 단편들이기도 하다.

  • 이 나라는 자기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절대 알지 못할 겁니다.

  • 전쟁 후에는 장갑 공급이 안정되지 않아서요

  •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쓰러져 죽었고, 세계는 계속되리라.

빅토리아조(1837~1901년)에 태어나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울프와 우리 사이에 놓인 100년이란 시간의 간극이 느껴진다. 19세기 말 20세기를 품은 키워드들과 의식의 변화를 읽어가는 시간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전쟁 후의 물가 변동과 생각의 차이도 느껴본다. 실크 스타킹, 장갑, 신발, 드레스, 설탕 등의 이야기를 통한 시대 읽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글에서도 많이 만나게 되기에 이젠 울프에게 닿는 '표지' 같다.

프라임 양, 불가시이한 V 양 사건

울프는 특히 프라임 양처럼 “이름 없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전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프라임 양>이라는 이 작품은 이름 없는 한 독신 여성의 삶에 관한 스케치로 이해할 수 있다. 불가사의한 V 양 사건 역시 이름 없는 개인의 삶을 다룬다.

하지만 뛰어난 인물이 아닌 사람의 삶은

기록될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런 식의 의문과 의식이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켜 나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습작 하나일지라도 놓치기 싫어진다. 동시에 하루를 끄적이는 수준의 우리의 일기도 소중해진다.


울프는 20세 무렵부터 <타임스> 문예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어 600여 편이 넘는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에 실린 것은 단편이라서인지 에세이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실험적 습작, 장면 만들기 연습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축약 같기도 하고 사뭇 다르기도 한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편을 읽으며 뭔가 달라서 갸우뚱거렸던 의문을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되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늘 버겁지만 한 발씩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내게도 길고 행복한 여행이다.


  • 댈러웨이 부인은 꼿꼿이 서서 화물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빅 벤이 열 번째 종을 치고, 열한 번째 종을 쳤다. 묵직하고 둥근 파장이 공중에 퍼졌다. 그녀를 곧추세우는 것은 자긍심, 대대로 내려오는, 그녀가 물려받고 물려주게 될, 훈육과 고통을 통해 몸에 밴 바로 그것. 사람들은 어떻게 고통을 감당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기차, 자동차 크고 묵직한 쇳덩이들이 만들어지기까지 노동자들의 비명이 있었음을 꼬집는 걸까? 일자리를 찾아 도시의 불빛에 밀려 든 많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또다시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다는 걸 버지니아 울프가 알게 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글을 썼을까 싶다. 개인의 시선과 이야기가 시대에 얽히는 글들을 재밌게 읽는다. 코로나 수기가 이런 느낌이려나? 큰 일을 다같이 겪으면서 일상이 소중했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고귀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여운을 뒤적거려 본다.




울프는 20세 무렵부터 <타임스> 문예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어 600여 편이 넘는 에세이를 남겼다.

이 책에 실린 것은 단편이라서인지 에세이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실험적 습작, 장면 만들기 연습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축약 같기도 하고 사뭇 다르기도 한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편을 읽으며 뭔가 달라서 갸우뚱거렸던 의문을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되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늘 버겁지만 한 발씩 나아가는 재미가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만남은 내게도 길고 행복한 여행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미티드 에디션,

사인본 엽서가 포함된 구성의 책입니다.

73점의 그림을 만나면서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선현 작가님과 만나는 세 번째의 그림 치유와 응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림의 힘] 시리즈보다 더 풍성했고 일상생활 가까이 들리는 글들이 많아서 좋았다. 생로병사처럼 누구나 겪는 성장 과정 속에서도 개인마다 특별히 힘든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사춘기, 사십춘기, 오십춘기를 겪으며 고됨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 와중에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나조차 잘 모르는 나를 그림으로 만나는 시간이 말 그대로 미술 치료 과정이었다.

거창한 목표와 성취가 인생의 전부는 아님을 다독이며 그림과 함께 나를 만나는 시간. 날지 않는 꿈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글 하나씩 읽으며 이어지는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았고, 저자처럼 그림에다가 내 이야기를 붙여 연상해 보는 것도 좋았다. [그림의 힘]이 그림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책은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두고 더 풍성한 그림으로 이해해 보게 되는 듯하다. 4장부터 나오는 MBTI 유형과 연관 지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림으로 찾아가는 몰랐던 나의 세계

  • 저는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 김상현이에요. 사람들을 치료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치료받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p244

날 수 있음에도 날지 않는

여러분에게 날개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희망'이라는 '날개' 말이에요.

-김선현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모든 챕터의 흐름이 좋았다. 다양한 그림과 컬러를 접하다 보니 인간의 다양한 특성들을 보는 것도 같다. 특히 4장 '네가 가진 너'라는 제목 아래에 MBTI 유형별 그림을 다루어서 나를 알아가는 동시에 우리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책!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가장 특별한 그림 테라피

73점의 작품과 이야기


삶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기 벅찬 이들에게 내미는 따듯한 손길, 내면의 깊은 통찰로 빚어낸 가장 ‘부드러운’ 지혜를 만난다!

사춘기, 나는 누구이며 내가 무엇이길 바라는지 스스로 알지 못해 괴로운 시기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 아름다운 유영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아마도 이런 그림과 좋은 책을 만나는 청소년이라면 분명 지혜로울 것이다. 나조차도 나를 알아가는 일이 많이 늦었지만 늦었다는 것이 또 실패는 아니기에 사춘기는 마음의 성장판이 열려 있는 한 계속인 것 같다.





아픔을 잊어야 하는 너에게

  •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도 지옥에서 벗어날 수는 있습니다.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뻔한 얘기지만,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거든요. 물론 상처가 없는 사람도 없고요.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도 마냥 행복하게만 살고 있지는 않아요. 그 사람들은요. 자신의 아픔을 내적인 힘의 원료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일종의 지혜인 거죠. 유약한 우리가 그 지혜를 발휘하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아요. 우린 아직 너무 어리, 또 너무 어리니까요. p 14

자영업자의 눈으로 나와 동일시되는 그림이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그 일 뒤의 성취감을 맛보며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때 느끼는 사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짐을 진 마지막 고단함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피곤함을 싹 잊게 하는 것이 또 가족과의 평범한 밥상, 대화, 목적 없는 웃음들이 아닌가.



  • 씨를 뿌리는 시간이 있다면, 수확하는 시간도 반드시 있어요. 당장은 힘들고 피곤할지 몰라도 성취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 괴롭던 모든 기억이 씻은 듯 날아갈 거예요. p 115


축적된 시간이 주는 단련되고 건강해 보이는 두 젊은 청년의 몸이 희망적이라는 느낌이다. 왠지 마루가 아니라 뼈를 깎는 듯 고되어도 보이지만 이내 성취감을 맛볼 것이다.

일을 마치고 연인과 숲 길을 잠깐 거닐 계획을 얘기하고 있는지 두 사람의 대화도 무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실수를 지지르고도 해맑은 이 소년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침 필사 지기와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실수나 실패가 두려워 늘 조심스러웠고 덕분에 많은 경험들을 놓쳤다는 후회와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다. 나 역시 모험가는 아니었기에 삶에 꼭 필요했던 실패와 그것을 통한 배움의 부족이 아쉬운 건지 모르겠다. 내 아이는 '아무려면 어때~ 뭐 좀 실수하면 어때~ ' 그런 넉넉한 품에서 크고 있길 바라본다.

  • '오늘은 이런 실수를 했고, 이 실수는 예전에도 했던 실수다. 돌이켜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왜 나는 유독 이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원인을 찾자. 원인을 찾아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해답을 찾자'


  • 이 얼마나 근사한 고군분투인가요. 정확한 분석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수의 원인 정도는 알아야 그걸 자꾸 인식하게 돼요. 필요 이상으로 반복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기도 하고요. 실수하는 게 두려워서 시작도 못 한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p 67



    • 감정의 이 그림은 미국의 작가, '아담 핸들러'의 작품인데요. 핸들러에게 작품 요청을 하면서 '실패'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눠보았어요. 그는 실패의 불안에 시달릴 때마다 창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지각하면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거죠. '창작은 감정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라 말하던 그의 반짝이는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p 76

    그림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디서도 설명 받지 못하는 자신의 미세한 감정을 그림으로 마주하다 보면 치유도 일어나고 힘을 얻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런 작은 경험들이 많아지면서 풍부한 감정으로 유연해지길 바라본다.

  •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존감' 확립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이 그림을 보세요. 사랑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나요? p 37

  • 그림 제목은 허영이지만 자신을 이토록 맘껏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솔직히 부럽다. 좀 과할지라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아름다운 것 같다.


    나를 치유하는 그림으로 평소 좋아하던 그림이 등장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욕망은 내가 책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고, 엄마의 행복이 아이에게도 나쁘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아이도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보니 이런 그림들을 보면 좋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날지않는꿈도괜찮아 #MBTI유형그림 #나를알아가는그림 #김선현 #그림테라피 #그림의힘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그림이야기 #그림치유 #김선우 #콰야 #아담핸들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나조차 잘 모르는 나를 그림으로 만나는 시간이 말 그대로 미술치료 과정이었다.​
거창한 목표와 성취가 인생의 전부는 아님을 다독이며 그림과 함께 나를 만나는 시간. 날지 않는 꿈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글 하나 읽고, 이어지는 그림을 보고, 내 이야기를 덧대보는 시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벽한 해결이란 없어서 반복되는 상처 뒤로 많은 의구심과 걱정이 뒤섞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의 치유‘ 처럼, 무경과 현정, 최아라 선생님이 그랬듯이 무엇이 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연대가 조금씩 바꾸어 낼거라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명의 아이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 표지의 그림을 이해하게 되기까지, 그러니까 적어도 이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이 아이들이 견뎌야 했던 이야기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왜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지? 어른으로서 아무 답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 대신 나 역시 이 아이들과 나란히 서있다고 그렇게 '우리'가 되자고 말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어른인 나로 읽기보다 같은 반 옆자리에 앉아 있을 법한 친구가 되어 읽고자 했다.​​

무경, 예찬, 현정, 서연 그리고 이 그림에는 없는 지선과, 종률이 얽힌 이야기들은 사실 아프다.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불편한 내 마음은, 어쩌면 사건을 덮으려 애쓰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잘못 없는 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띠지의 추천서가 이 소설을 읽은 뒤의 감상과 잘 맞아서 꼭 언급하고 싶었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이 파수꾼 같은 소설이 너무 반갑고 그저 감사하다. - 이희영

​듣고 싶던, 말 하고 싶던 말, 만나고 싶던 사람들이 이 소설에 모두 담겨 있다. - 최진영

아픈 곳은 계속 만지게 된다. 상처를 방치하는 것은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만나야 하는 이야기이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중학생 무경은 같이 운동하던 단짝 친구가 성폭력 사건을 겪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무경은 친구의 피해를 알려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낙담하고는 축구를 그만둔다.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무경은 친구들 사이에서 약자로 지내는 예찬, 데이트 폭력으로 상처 받은 서연, 교사의 폭언에 상처 받은 친구를 도우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현정을 만나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매년 열리는 지역 유등축제를 이용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마침내 공동체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p 191

누구한테 말을 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말끝을 흐리던 미란이었다. 그런 일도 있지. 털어놓으면 좀 가벼워지는일도 있지. 하지만 너에게 일어난 일은 그런 일이 아닌 거지.​

p 201

​"지선이 강한 애야."

​“나도 처음엔 오해했던 것 같아. 아픈 사연이 있는 애니까 약할 거라고, 줄곧 무너져 있을 애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니었어. 필요한 건 아파할 시간이었던 것 같아.​

p 202

그리고 지선을 생각했다. 편지 속에서 지선은 자신의 방식대로 일어서고 있었다.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지선이 손으로 땅을 짚고 무릎과 허벅지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행을 끝낸 지선이 어떤 얼굴일지 무경은 궁금했다.

p 215

"세상에 나쁜 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지?"

​탄식하듯 말하는 현정에게 마음을 맡기고 겨우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끝낸 뒤에 서연은 현정의 표정을 살폈다. 말하는데만 집중하느라 긴장했던 탓에 걱정이 뒤늦게 밀려왔다. 얘가 어떤 생각을 하는걸까? 문득 미란의 얼굴이 떠올랐다. 겪어 보니까 알겠니? 도와줄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데넌 그때 어디 있었니? 미란이에게 도움이 필요했을 때, 다들 방치했을 때, 너도 똑같았잖아. 무관심했잖아. 서연은 현정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서연의 고개가 다시 떨어졌고 현정이 말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할까?"

​서연은 잘못들었나 싶어 현정을 쳐다봤다.

​"가자"

​서연은 앉은 채로 현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를…………?”

​현정이 대답했다.

​“바로잡으러 가자. 잘못된 것들 싹다."​​


『꼬리와 파도』는 고질적인 학교 폭력은 물론 운동부 사제 관계 간 폭력,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섬세하면서도 밀도 높게 다룬다. 아울러 이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경쾌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 내 이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게 한다. 십 대가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유연하게 풀어 가는 무경, 예찬, 서연, 현정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작은 용기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내적으로 한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창비 성장소설 수상작《 꼬리와 파도 》가 우수상을 받을만 하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선생님과 부모라는 이름의 어른들이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불편함을 딛고 서본다. 어떻게 손을 내밀고 잡아 줄 수 있는지 소설 속 문장마다 콕콕~ 던져주는 시그널이 그 방향을 제시 하는 것 같았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 42

통증이 없어진건 아니었지만 조심해서 움직이면 편한 자세를 찾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친 통증을 말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에 의한 통증을 은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같이 힘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p 71

달갑지는 않아도 약자의 자리에서 숨어있으면 괜찮을 거라 믿었는데. 약자는 가만히 있다가도 당하니까 약자인가? 예찬은 처음으로 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도움을 필요로한 아이들이 믿고 잡았던 손이 오히려 불구덩이가 되는 것을 본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보다도 더 마음이 단단한 '무경'이 있어서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경'에게는 누가 힘을 보탤 수 있고 의지가 될까? 그 답을 찾아가면서 만나는 예찬, 현정, 서연이 우리 곁에 많다는 것을 보고 있다.

성장소설이니 아이들도 만나봐야겠지만 폭력과 성적인 상처가 포함되어서인지 선뜻 아이에게 전하기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기도 한 이야기에 멈칫하는 마음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불신이기도 했다.

미리 안다면 피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이 된다면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진짜 도움이 될까?

완벽한 해결이란 없어서 반복되는 상처 뒤로 많은 의구심과 걱정이 뒤섞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의 치유' 처럼, 무경과 현정, 최아라 선생님이 그랬듯이 무엇이 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연대가 조금씩 바꾸어 낼거라 믿고 싶다.

 

지켜줄게. 혼자서는 못 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꼬리와 파도

폭력 앞에 무력했던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고 연대해 가는 이야기.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지만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를 남긴다.

지금 어른인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 해도 이 아이들만큼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군림하다니~ 부끄럽다. '아이는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커지며 소설을 마무리 했다. 완독하고 나면 다시 가슴 한켠 따뜻해질 파수꾼 같은 이야기다.

자기가 가진 상처를 먼저 내보이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고 희망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을 전달 받았던 무경과 지선의 축구 장면이 인상 깊다.

 

p 53

마지막 시합의 마지막 찬스, 무경이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으나 그것을 받아야할 지선은 없었고 그는 반대편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갔다.​

 내가 던진 골을 받아낼 사람은 공이 떨어지는 포인트를 미리 읽어줄 사람이다. 내 감정의 연장선을 읽어 주는 사람, 그 감정의 밑바닥을 알아주는 사람, 그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읽는 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