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의 해 미친 아담 3부작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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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담 3부작의 2부.

인류의 희망으로 상정되는 정원사 집단들이 솔직히 호감가지는 않았다. 새로운 구심점이 일조으이 종교인 것이 아무래도 가장 불호의 부분이었던 듯.

희망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애트우드와는 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다 망할거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해한다.

사십대의 토비와 이십대의 렌, 두 여성의 생각과 행로가 모든 희망과 비전이랄수는 없겠지만..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 2부.

1권보다 훨씬 몰입감 있게 읽었다.

- 가까이에서 보면 모든 게 너무나 다르다. - 15

- 그들은 우리를 극단적인 음식 취향과 형편없는 패션 감각, 거기에다가 쇼핑에 대한 청교도적인 태도까지 결합시킨 왜곡된 광신자로 생각 하지. 하지만 우리한테는 그들이 원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에겐 테러리스트의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니 토비 아가씨, 안심하고 편안히 주무세요. 천사들이 그대를 지켜 준답니다.
별난 천사들이라고 토비는 생각했다. - 94

- 어째서 그녀가 살아남았을까? 셀 수 없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말이다. 어째서 나이가 더 어리고 더 낙관적이고 더 신선한 세포를 지닌 사람이 아니고 하필 토비란 말인가?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토비는 믿어야 했다. 증인이 되기 위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적어도 총체적인 파멸로부터 뭔가를 지켜 내기 위해서 말이다. 믿어야만 하는데 토비는 그럴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한탄으로 보내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토비는 스스로에게 이른다. 애도와 한탄. 그것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 171

- 토비는 지금 베이컨대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녀는 ‘레베카.’하고 불러 본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남았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이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무의미한 질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저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단 말인가? 그래서 토비는 그냥 ‘잘됐네요.’라고만 말한다. - 683

- 아담과 이브 들은 말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가 된다고. 하지만 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우리가 된다고 믿고 싶다. 희망조차 할 수 없다면, 살 이유가 있을까? - 701

2023. feb.

#미친아담삼부작 #홍수의해 #마거릿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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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와 크레이크 미친 아담 3부작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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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담 3부작의 1권.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가 담겨 있는 만큼 이미지를 상정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과학기술의 남용과 돈에 의해 지배되는 윤리의 시대, 환경파괴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디스토피아의 모습.
그 미래에 대한 경고가 담긴 이야기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크레이크의 아이들, 새로운 인류? 인데, 다소 짜증나는 특성(낙관주의, 우호성, 침착함, 한정된 어휘)을 가진 그들이 크레이크와 오릭스의 신화에 경도되어 눈사람의 계시를 받으며 지내는 모습이다. 감귤류의 체취를 지닌 총천연색 피부의 가르랑거리는 종족이라니. 고양이 같기도, 파충류같기도.

번역의 남여간 존대와 하대를... 좀 통일하면 안될까. 더군다나 애트우드의 책인데... 이런 점은 진절머리가 난다.

- 무의미한 푸념을 피하고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순간의 현실과 당장의 과업에 투입하기 위해서, 사소한 자극은 무시해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책 내용은 이렇게 전개된다. 분명 어디선가 읽은 문장일 것이다. 그의 두뇌가 혼자서 무의미한 푸념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냈을 리 없다.
그는 침대보 한 귀퉁이로 얼굴을 닦는다. “무의미한 푸념.” 그는 크게 소리 내어 말한다. 자주,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나뭇잎들로 이루어진 장벽 뒤에 숨어서 그를 간교하게 지켜보고 있는 자. 보이지 않는 어떤 이. - 79

- 당신과 당신의 똑똑한 조력자들, 당신의 동료들. 이건 잘못됐어요, 조직 전체가 잘못됐다고요, 도덕적으로 타락한 곳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겠죠.
우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거야. 희망은 돈을 우려내는 것과는 달라!
새피부 상품 가격은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거예요. 당신들은 상품을 과대광고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그러면 환자들은 빈털터리가 되어 버리는 거죠.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그들은 더 이상의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거고. 그들 몸이 썩어 들어가도 당신과 당신 동료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겠죠. 우리가 이야기하던 것들, 우리가 하고 싶어 하던 일들, 기억 안 나요? 사람들,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모두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자 했던 꿈. 예전의 당신과는 너무나...... 당신에겐 이상이 있었어요, 그때는.
물론이지, 아직도 내겐 이상이 있어. 그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뿐이지. - 96

- 오릭스에게는 단 한 가지 소망이 있었어. 사람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그만 먹기를 바랐던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혼돈 때문에 행복할 수 없었어. 그래서 오릭스는 크레이크에게 말했어. 혼돈을 없애 버립시다. 그래서 크레이크는 혼돈을 거둬들여서 다른 곳에 쏟아 버렸어.
눈사람은 설명을 위해 물을 옆으로 철렁철렁 움직인 뒤 양동이를 거꾸로 엎어 버린다.
자, 텅 비었지. 이런 방법으로 크레이크는 ‘위대한 재배열’을 이루고 ‘위대한 공허함’을 만들어 낸 거야. 그는 쓰레기를 없애 버리고 공간을 깨끗하게 만들었지......
그의 아이들을 위해! 크레이크의 아이들을 위해!
맞아. 그리고 또......
또 오릭스의 아이들을 위해!
그렇지.
눈사람은 말한다. 그의 뻔뻔스러운 창작에는 끝이 없는가?
그는 울고만 싶다.
크레이크는 ‘위대한 공허함’을 만들었어요......
남자들이 말한다.
우리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오, 선하고 친절한 크레이크!
여자들이 말한다. 이것은 일종의 예배 행위로 변하고 있다.
그들이 크레이크를 찬양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비록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사람은 분노를 느낀다. 그들이 찬양하는 크레이크는 눈사람이 조작한 것이다. 악의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는 조작. 크레이크는 신, 어떤 종류의 신에 대해서든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점차적으로 신격화되는 것을 본다면 분명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 176

- 상상력 때문이지. 인간은 자기 자신의 죽음을 상상할 수 있어서 그것이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어. 그리고 죽음이 임박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음제 역할을 하지. 개나 토끼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새를 예로 들어 보자. 식량이 없을 때면 새들은 알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교미를 하지 않아. 더 나은 때가 오기 전까지 생존에 힘을 다 쏟아붓지.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영혼을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새로운 판본에게 주입해 그것이 영원히 살아 있기를 바라는 거야.
그렇다면 좋으로서의 우리 존재는 희망 때문에 파멸에 처하게 된 거야?
그걸 희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자포자기라고도 할 수 있고. - 205

- 나도 한때는 박식했지.
그는 큰 소리로 말한다. 박식하다. 절망적인 단어. 그가 한때 안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은 모두 무엇이었는가? 그것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 254

- 크레이크! 내가 왜 이 지구상에 있는 거지? 왜 나만 홀로 남겨진 거야? 내 프랑켄슈타인 신부는 어디 있어?
눈사람은 흐느낀다.
그는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이 우울한 질문들을 떨쳐 버리고 실망스러운 장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 자기. 힘내! 밝은 면을 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한 여자 목소리가 속삭인다.
눈사람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숲이 그의 목소리를 지워 버린다. 말들이 무색무취의 거품처럼 줄지어 그에게서 흘러나온다. 물에 빠져 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공기처럼, 웃음소시와 노랫소리가 그의 뒤쪽에서 점점 사그라진다. 곧 그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 290

- 게임방을 찾으십시오. 미친 아담이 당신과 그곳에서 만날 것입니다.
미친 아담이 사람이야?
지미가 물었다.
하나의 집단이야. 아니면 몇 개의 집단일 수도 있고. - 365

- 몇 년 뒤면 그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혹은 더욱 번성해서 토종 식물들을 잠식해 들어가 씨를 말려 버릴 것이다. 어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 전 세계는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실험실과도 같이 되어 버렸다. 언제나 그래 왔지. 크레이크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정책이 범람하고 있다. - 387

- 어쨌든 해결책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는 일종의 괴물이며 그것의 주요 부산물은 시체와 폐허뿐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인간 사회는 결코 자각하지 못하며 똑같은 멍청한 실수를 계속해서 저지르고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고통을 맞바꾼다. 그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를 거침없이 갉아먹은 뒤에, 제조 생산되고 나면 곧 구식이 되어 버릴 플라스틱 폐품의 형태로 똥을 싸 놓는 거대한 민달팽이와 같다. - 410

2023. jan.

#미친아담삼부작 #오릭스와크레이크 #마거릿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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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72
조말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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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에 읽고 이제야 기록해 둔다.

- < 외국어 교본 >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어떤 고장을 지나가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슬픔이 한 번도 깃들지 않은 곳 나와 갈등하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현관 옆에 꽃을 키우고 있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혈육이 스며들지 않은 풍경은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엄마와 닮은 노파는 엄마가 아니었고 아버지와 닮은 노인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나와 닮은 여인은 내가 아니었다 빨간 고무통에 피어있는 접시꽃은 친숙해 보이고 담에 기대어놓은 들깻단에서 들깨가 펑펑 터진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연습해서 이루어지는 단어가 아니지만 상가에 진열해놓은 상품들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저 보석가게는 먼지만 털면 빛날 것이고 저 신발가게는 아이들이 돌아오면 붐빌 것이고 저 국밥집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신용을 잃었다 인근에까지 소문이 난 국숫집에 낯선 차들이 붐비고 있어서 이 고장은 대도시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의 더러운 기류 같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지나칠 때마다 내 혈육이 스며 있지 않은 풍경 때문에 아름다워 보였다 저 남자는 초등학교 동창이 아니지만 그와닮았고 저 여인은 내 자매가 아니지만 내 자매와 닮았고 나와 닮지 않은 내가 지나가고 있는 풍경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다 내 욕망이 한 번도 깃들지 않은 곳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닮은 사람들이 꿈속처럼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무것도 없음으로 이루어가는 것이 환대일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바구니가 무거운 것에 더 깜짝 놀라는 손목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을 들어올린다 두 손을 내밀지 않으면 맨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다 - 환대 중

- 이게 다예요 최선을 다해서 유일한 앞모습이고 옆모습이고 뒷모습이에요 - 입체적인 비 중


2023. jan.

#이해할수없는점이마음에듭니다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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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습니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561
권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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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좀 없지만,
맞는 말 일색인 시집.

아릅다고 싶은 이의 요설?

- 네가 여성스럽다고 한다면, 바로 그런 거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
이해?
이해. 그래서 감각이 열려 있는 거, 열려 있는 감각에 당당한 거.
어렵다. - 누나, 부르면, 응, 답할게, 중

- 폭력은 정치적이다.
민중은 폭력적인가. - 갑을 중

- “혐오와 차별은 어디에나 있어서, 나 혼자 아무리 올곧게 살겠다고 마음 먹어도 물들지 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시작 중

- 악몽이 더 쉽다
쉬운 게 편해서
무섭다 - 능력과 수긍 중

2023. jan.

#아름답습니까 #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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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키코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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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다가오는 이유와 원인이 명확하지 않는 삶의 노래.

좋은 삶에 다다르지 못하였더라도, 부를 수 있는 한자락의 노래.

- 이룰 수 없는 꿈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하나에 빠져 있던 마음
매번 속더라도 쥐어야 하는 꿈
등뒤로 구름이 흐르고
지옥까지 가지에 우리 악력은 너무 약했다 - 발로- v에게 중

- 이별하기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애처롭게도 아직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만나는 자들에게 그곳을 탈출한 척 꾸며내야 하는 연극은 이번 생에 제겐 퍽 슬픈 것입니다 - 아웨나무에 부쳐 중

- 살아 있다는 감정, 몇몇은 그 유희를 갖지도 못하지
그러나 얼마 동안 질료가 되었다 - 모국의 밤 중

- 나는 이제 살길을 행복하게 갈구할 거야
역경이 오면 그땐 다시 떠돌이 개처럼 뜨거운 침을 흘리며 잠깐 경련하겠지만
그전까지 나는 모든 행복한 시간을 통틀어
그것을 전부 가지고 있는 여름이 되어 있을 테니 - 천엽벚꽃 중

2023. jan.

#여름키코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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