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발~* >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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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 자장가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9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낸시 화이트 칼스트롬 글, 이상희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평점 :
달님 안녕을 연상시키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북쪽나라의 차갑고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서양그림들에 익숙한 독자의 눈에는 알래스카 인디언의 생김새와 문양들이 신선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일으킨다.
그런데 글을 읽으며 어딘가 이상했다. 대체 왜 그럴까? good night은 밤에 하는 인사이다. 우리말로는 '안녕히 주무세요' 아니면 '잘 자' 또는 그냥 '안녕'이다. 달님, 잘 자요, 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보통 달은 밤에 잠을 잔다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별아빠든 달엄마든, 강할머니든, 부엉 언니든 밤에 잘자라고 인사하기보다는 안녕이라는 작별인사가 어울린다. 그들은 밤을 지켜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슴이나 늑대, 곰은 먼저 잠들 수도 있으니, 잘 자라는 인사도 괜찮다. 잘 자요, 라는 운은 맞지만, 어딘가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정확히 우리말과 대응할 말이 없는 good night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바라보는 제3자가 인사를 하고 있다면, 잘 자라고 인사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잘자라고 인사하는 걸까? 달님 안녕에서는 잠들려는 아이가 주변의 모든 것에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이 책에서는 누가 인사를 하는 지는 맨 마지막에 가야 드러난다. 처음에는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보는 제3자가 모두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나'라는 1인칭 서술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는 요람 속에 누운 아기. 아기가 모두에게 잠들기전에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럼 어딘가 더 이상하다. 아기가 자기자신한테 자장자장? 혹시 원문은 good night, good night이 아닐런지.
텍스트 자체로는 운도 맞고 차분하지만, 그림과 연결시켜보고, 화자를 생각해보면 어딘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든다. 그래도 아름다운 그림책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