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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평점 :
“전쟁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 는 소망에도 불구하고 또 그 놈의 전쟁 때문에 아이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부모들이 운다. “애들아 일어나! 일어나!” 통곡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말로만 들은 나라 한 번도 가보지도 않은 나라 러시아. 그 나라의 온 국민이 운다. 가장 약한 어린이를 군사전력으로 삼아 희생양으로 만들어 온 전쟁은 이번 러시아 사태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자신의 재물을 삼았다. 다시 한 번 전쟁이 인간을 어디만큼 잔인하게 만드는가를 본 내 눈이 밉다.
전쟁은 인간을 악마로 만든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그 전쟁 속에 포함된 인간이란 존재는 더 이상 인간이라 말하지 못한다. 인질범의 입에서 “나도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미안하다” 고 말한다. 미안함을 알면서도 양심에 그릇됨을 알면서도 죽여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승리한 자는 춤을 춘다. 전쟁에서 진 자는 살아남은 기쁨보다 죽는 것이 행복이다. 춤을 추는 승자는 피 묻은 손으로 승리의 깃발을 들지만 그들의 온 몸은 피 묻는 손 보다 더 가득한 피가 고여 있을 것이다. 시신을 부여안고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지금 죽어 있는 자식들이 현실이 아니고 꿈이다. 같이 울었다. “하느님 당신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요?” 외쳤다.
읽은 지가 한참이나 된 책을 다시 들었다. 그림들을 훑어보았다. 중간 중간 밑줄을 그은 곳을 다시 읽어 본다 “아프리카는 정말 신이 잠깐 잊으신 땅일까요?”에 첫 번째 밑줄이 쳐져 있다 밑줄 쳐진 곳을 다시 훑으며 중간 중간 사진을 들여다보니 내가 걸친 모든 겉치레가 부질없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집에 고이 모셔둔 다이아몬드에서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와 눈물을 느낀다. 내가 이걸 가짐으로서 그들의 피를 갖게 되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자책한다. 왜 싸우는 건지, 누굴 위해서 총을 쏘아대는 것도 모르는 채 죽이고 죽어가는 이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건물만 파괴 되면 좋으련만 인간성도 파괴된 전쟁의 끝에 그들에게 누가 과연 희망을 안겨 줄까? 그런 면에서 난 그들에게 손을 내민 김혜자를 존경한다. 온갖 스캔들과 상업성이 난무하는 연예계의 세계에 김혜자의 존재는 평소 그들을 꼴깍게 생각해온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빌어 세상 사람들에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알렸고 그 글을 보고 전쟁은 나의 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도 잠시나마 눈을 떴다. 그가 장작더미에서 타고 있는 인간의 육체를 보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고, 집착하고 , 울고, 웃고 하는 것들도 결국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전쟁을 준비하는 그들도 그 연기를 맡아야 된다.
책의 중간쯤에서는 밑줄도 끊여져 있다. 밑줄 긋는 것조차 미안해서 일 것이다. 우리의 과거도 전쟁을 겪었듯이, 그 전쟁이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만들었음을 알듯이 또 모든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듯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주받을 욕심의 끝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또는 어떤 종교를 a믿든, 우리 모두는 삶에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삶의 모든 행위가 행복을 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본문P252
우리는 다 같이 행복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