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가도 오기가 바빠서 (사실 핑계다) 몇 년동안 엄마 무덤 한 번 안 찾아 갔었다. 자고로 조상을 잘 섬기라고 했는데 이 불효를 어찌할꾜.
일요일. 밤 줍는 것도 귀찮아서 포기하고 음력 8월1일 엄마의 생신이었는데 한 번 가 보지도 못해서 나서 보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달려서 1시간30분만에 도착한 진영.(명절에는 6시간 걸린다)
읍으로 갈려고 하다가 갑자기 핸들을 돌렸다. 엄마 산소에 먼저 들렀다가 집으로 가자고 하면서 말이다. 사실 집에 가서 엄마 산소에 간다고 하면 괜히 엄마한테 미안해서 그동안 산소도 빼먹었다. 내 18번이 "마 귀찮구로 뭐하러 가! 잠이나 잘란다" 였다.
잠시후 동네 삼거리에서 막걸리와 엄마가 좋아하는 사이다 한 병 사고 종이 컵 2개 넣고 산으로 갔다.
그런데 "옴마나" 도대체 이놈의 동네가 왜이렇게 변했담. 가는 길마다 대통령 생가 팻말은 서너군데 붙어 있는데 울 엄마가 묻혀 있는 공동묘지는 도대체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시상에 일 년 안 와 봤다고 요로코롬 변하는 동네는 살다살다 처음이었다. 내가 진주에 살은지가 10년인디 내 주위에 큰 길은 안 변했는데 이렇게 몽땅스리 변했다니.........소현아빠와 나는 정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역시 대통냥이 나온 땅덩어리는 금덩어리였는감...가는 곳마다 공장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리 곳곳에 외국인들이 눈에 띄고...........비슷한 곳을 찾아 올라도 가보고 싶더니만 입구는 온데 간데 없고 사방 팔방 공장이니.............겨우 비슷하다 싶어 올라 갔지만 울 엄마 맷등을 보이지도 않고............정말 우울했다. 메뚜기며 갈대숲을 헤치고 나가는 아이들은 신나서 난리를 쳤지만 말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목이 빠지라고 기다리는 엄마 아빠를 뒤로 한 채 산소에 갔다는 소리는 안하고 밥 실컷 먹고 놀고 있다가 어렵사리 "아빠 산소 벌초는 했는교" 하니 엄마랑 같이 했다고 한다. 얼마나 풀이 많았던지 엄마랑 몇시간이나 했다고 하면서 그때부터 산 올라가는 입구를 못찾아서 모험한 이야기를 하셨다. 옆에서 엄마도 우짜면 그렇게 순식간에 갈아 엎어 놓았는지 하시면서 엉뚱한 입구로 가다가 생고생을 한 이야기를 하셨다. 잘 됐다 싶어 간 만에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슬그머니 말을 꺼내 놓고도 커피마시고 과일먹고 TV보고 소현이랑 앨범을 보는데 착한 옆탱이가 눈치도 빠르게 흐흐흐. "거 갈라고 하면 빨리 갈 것이지." 하면서 호통을 친다. "어 알았다" 하면서 우루루 몇 년 만에 찾은 엄마 맷등이었다.
아버지와 엄마가 안내를 하고 도착을 했는데 거의 1시간이나 헤맨 우리는 세상에나 영 반대쪽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혹시나 "엄마 아까 왔잖아요" 할까봐서 신경이 쓰였는데 그저 메뚜기 잡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귀여운 것들...........민수가 얼마나 잘 올라 가든지. 여자 셋은 남자 셋을 보고 좀 천천히 가라고 가라고 해도 내빼고 없고..............
엄마한테 절을 하였다. 민수도 절하고. 소현이도 절하고. 엄마와 아빠는 저 멀리 산을 바라보며 무덤을 잘 썼니 명당자리니 하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시고.............
"엄마 나 왔어. 알콩같은 새끼 데리고 요렇게 왔어. 자주 못 와서 미안혀. " 갑자기 가슴이 복받혔다. 그러나 세월이 세월인지라 훨훨 털어버리기로 결심한 지라 전에처럼 눈물도 안 나왔다.
막걸리 한 잔을 먹는 아빠한테 " 죽으면 어디 누울라요"하니 아버진 화장을 시켜 달란다. 이 무덤도 죽고 나면 누가 돌봐 주겠나? 하시면서 말이다. "잘 생각했수. 저렇게 누워서 겁도 나는데 그냥 뼈가루 내어서 내 강물에 훨훨 뿌려 줄게요" 하니 소현애비가 참말로 말도 예쁘게 한다고 눈을 째려본다. 흐흐흐흐
산을 내려오면서 엄마랑 손을 꼭 잡고 왔다. "엄마! 아빠가 느지막하게 복이 있어서 엄마 같은 사람 만나서 저렇게 잘 살지" 하면서 말이다. 엄마도 25살 때 얼라 못 낳은다고 소박맞고 혼자 살다가 이제서야 요런 것이 사는 낙이구나 느낀다면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다. 난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지 애미 맷등하나 못 찾는 년이 또 다른 애미의 손이 더 따뜻할 정도로 세월이 흘렀나 보다.
울 아부지 마지막 남은 인생 또 다른 사랑이 저렇게 돌봐주니 흙속에 파 묻힌 엄마가 울 아빠를 정말 죽도록 사랑했는가 보다.
비가 칠흙같이 오니 그날과 똑 같은 그 비를 보면서 오래간만에 한 자 적어 본다.
휴대폰을 처음 갖게 된 할아버지. 음악도 저장해 주고 엄마 휴대폰도 입력해 주는 소현이. "할아버지 이 음악 하세요" 하면서 손녀가 골라준 음악에 감격한 아부지.흐흐흐흐
엄마왈 "이젠 아빠하고 숨박꼭질 안혀도 되것네^^^^"
이제는 "만희네 집"에 나오는 내 고향집은 이사한지 일 년사이에 공장이 들어 서 있고. 오빠와 미꾸라지 잡으면서 게헤엄치던 논 두렁은 아파트가 들어 서 있더라. 차로 나오면서 안 동네 한 바뀌 돌고 오자는 나의 소원에 흥쾌히 응하시던 아빠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세월이 지나면 다 변하는 거여 한마디 하시고 난 소현이와 민수에게 유일하게 남은 고목을 보면서 저기 저 나무에 옛날에 엄마 알던 사람이 목 매달아 죽었는데 밤이면 엄마가 겁이 나서 저길 못 지나다녔다는 둥. 아직 파 헤쳐 지지 않은 둑을 보면서 공부하고 밤에 저 둑을 지나올때 황소개구리 소리땜에 달리기를 하고 왔다느니둥 주절 주절 ...쓰잘데 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