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ooninara > [퍼온글] 태정태세 문단세
중학교 시절 역사선생님은 일명 [ 민족주체성확립봉 ] 이라 불리는 흉기를 들고 다녔다. 당구대에 쇠줄을 감아서 만든 몽둥이였는데 지각을 하거나 시험문제 틀리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허벅지를 얻어터지곤 했다. 별명도 민족주체성이었다.
이 선생님의 역사 수업은 좀 독특해서 ( 아마 다른 학교도 그렇게 했을것 같다 ) 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노래와 결부시켜 암기시키곤 했다. 우리는 항상 역사수업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불렀다. 그 당시 반장이었던 나는 문에서 망을 보다가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이면 신호를 보냈고 나의 신호에 맞추어 학생들은 구석기부터 조선말까지에서 한두곡 정도를 선택해 노래를 불러제꼈다. 수업시작전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으며 쪽지 시험을 본후 한차례의 푸닥거리가 있었기에 노래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그런 수업방식의 영향인지 촌구석인 우리 학교의 모의고사 역사점수는 항상 강원도 일등이었다.
기억이란 참으로 묘하다. 특히 연상작용에 의한 기억은 오랜 망각의 세월을 뛰어넘어 무의식중에 찾아온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 엄마가 섬그늘에~ ] 하는 노래가 들리면 의식 저편에서 [ 상원군 검은모루 ~ ] 로 시작하는 구석기 시대 유적이 같이 떠오른다. [ 나리 나리 개나리~ ] 하면 [ 태정태세 문단세 ~ ] 로 시작하는 조선시대 왕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생각나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1. 구석기 시대 유적 : [ 엄마가 섬그늘에~ ] 로 시작하는 [ 섬집아기 ]
상원군 검은모루 웅기 굴포리
단양군 수양개 공주 석장리
청원군 두루봉동굴 제주 빌레못
연천군 전곡리도 유적지라네.
2. 고려시대 왕 : [ 뜸북 뜸북 뜸북새 ~ ] 로 시작하는 [ 오빠생각 ]
태혜정광 경성목 현덕정문순
선헌숙예 인의명신 희강고원종
충렬충선 충숙충혜 충렬충정공민
우왕창왕 마지막왕 공양왕이라네.
3. 조선시대 왕 : [ 나리 나리 개나리~ ] 로 시작하는 [ 개나리 ]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 고순종
4. 조선말기 역사사건 :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 로 시작하는 [ 봄이 오면 ]
1876 강화도 조약 불평등 조약
1882 임오군란 제물포 조약
1884 갑신정변 한성 텐진 조약
1885 거문도 사건 러시아 영국
그외에도 꽤나 많은 노래가 있었는데 다른 것은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민족주체성확립봉] 으로 맞아야 기억날까 싶다. 위에서 적은 것중 왕들의 계보중 일부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것중 가장 아쉬운 것은 [ 독도는 우리땅 ] 으로 사절까지 만든 조선시대 사상가들의 책 이름이다. 일부만이 생각난다. [ ~안정복 동사강목 한치윤 해동역사 유득공 발해고 이긍익 열려실기술] 로 한절이 끝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