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날씨가 싸늘하다. 오늘은 겉옷을 하나 더 입었다. 산 중간쯤 올랐을 때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 온다.. 아무도 없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오늘이 무슨 날이냐? 그래 토요일이다. 으례 토요일이 되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 든다. 나무 사이로 까만 날다람쥐 한 마리가 보인다. 저것이 날 다람쥐인가? 아니면..... "안녕" 일찍 일어 났구나!
산길 옆 한 모퉁이에 아직까지 파아란 굴밤이 보인다. 싱긋이 웃는다. 노래를 부른다.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우씨!!!노래도 끝까지 아는 노래가 없으니.........노래를 불러도 자꾸 불안하다. 산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뭔가 튀어 나올것 같다. 짐승 들이라면 좋겠지만 겁나는 인간이다. 이곳에는 변태들이 많다고 하는데......죽은 나무 막대 하나를 쥔다. 오기만 해봐라. 내가 지금 겁나는 것이 있을 줄 아는냐! 꽉 쥔다. 저쪽 너머에서 남자가  걸어 오고 있다. 소문에 변태는 멀쩡한 남자라고 하는데. 여자 혼자 가는 것을 보면 아랫도리를 확 내린다고 하는데........좋다 내려 봐라! 작살을 내 줄테니.

얼굴을 본다. 눈이 흐리멍텅하다. 두 다리는 힘이 없어 보인다. 변태짓을 할려고 해도 못하겠다.

한 사람 두 사람 스쳐 지나간다.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정상에 오르니 어디서 왔는지 바글바글하다. 길이 여러 갈래이니까......내 몸뚱이를 휩쓰고 갈 듯한 쇠 훌라후프를 돌린다. 500번.
또 다시 막대기를 주워든다. 가자. 내 새끼들이 깨기 전에........동네가 훤히 내려 다 보이는 나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 야호" 가 아니다. 죽어라고 고함을 친다. 야~~~~~~~~~~~야~~~~~~~~`오늘은 두 번 만 했다.

살짜기 앞뒤를 본다. 누가 보면 난 영락없이 정신 병자다. 씨앗불의 주인공처럼  온갖 환상을 안고 있다. 중얼 중얼. " 야! 산아. 너에게 빠지겠다"

오늘은 제법 발걸음이 가볍다. 일요일 천왕봉을 가기로 했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내가 10년전에도 아니 5년전에도 이렇게 열심히 살았더라면.........

몸의 비계살이 빠지면 좀 달려 볼란다. 딸내미 운동회 때에도 딸은 달리고 엄마는 끌려가고 그런 꼴은 안 보이고 싶다. 열심히 살자............................열심히 사는 자만이 축복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