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김남조 - 해마다 이맘때즘 들려오는 노래
< 해마다 이맘때즘 들려오는 노래 >
- 김 남 조 -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멍멍히 귀먹은듯
일몰의 뜰에 섰을 뿐이다
한철 폭양에도 주저없이 피고 진 꽃들은
까맣게 영근 씨앗을 물고서 매양 시름없는 단잠속에 눈감아 있으려니
일찍 온 가을 바람에 실 눈섭끝이 소물거리는 엷은 졸음기, 그들의 고운 넋을 어루만지며
젖 물리듯 품어주기도 하려니 ..........
봄 여름 가을
깊은 우물을 디려다 보는 마음으로
나는 살아 왔었단다
흐린 날 개인 날에 어김없이 찾아보는
우물 밑 작은 옥돌들은
그리움도 되고 미움도 되던 화사한 내 감정의 운석(隕石)
때로 빛도 되고 그늘도 되는 수면의 명암은 그대로가 내 영혼의 절기를 고하는 속 깊은
말이 었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갖 조율(調律0한 악기의 음색(音色)을 귀 담아
살피듯 아직은 미진한 바람속에 산다고 할가
내일은 있는대로 마음의 창을 열자
해마다 이맘때쯤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가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