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빙그르 돌 때가 좋아

 


아빠의 커다란 발 위에 내 발을 올려 놓고,

                     이 방 저 방 쿵쾅거리면서 걸어다니는 게 좋아 

 


무릎에 난 상처의 딱지가 떨어질 때 쯤, 손톱으로 살살 떼어내는 게 좋아.

 


솜 위에 올려 놓은 강낭콩에서 싹이 트는 걸 볼 때가 좋아

 


엄마의 뾰족 구두를 신고서 집안을 한 바퀴 도는 게 좋아

 


싫어해! 좋아해! 사랑해!! 데이지 꽆잎을 한 장 씩 뜯으며 사랑점 치는 게 좋아

 


차를 타고 가면서 간판에 적힌 글자를 큰 소리로 읽는 게 좋아

 


새로 산 공책 겉장에 내이름을 쓸 때가 좋아

 


엄마의 빨간 립스틱을 바를 때가 좋아. 그것도 몰래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갈 때가 좋아.  

 

지하철을 타고서 우리 칸에 몇 명이나 있는지 세어보는 게 좋아 

 


나비 핀, 무당 벌레 핀, 파랑 핀, 노랑 핀, 초록 핀...

온갖 머리 핀을 한꺼번에 다 꽂을 때가 좋아. 내 머리가 마치 핀들의 무도회장 같아.

 


엄마 옷에서는 엄마 냄새가 나서 참 좋아.

                                               

 

* 출처: <속눈썹 위에 올라 앉은 행복>, 민느 나탈리 포르티에 지음,  이정주 옮김, 삼성 출판사, 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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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가락의 설탕이 수박만한 솜사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 솜사탕을 받아드는 것도, 그 솜사탕을 떼내어 혀끝에서 살살 녹여 먹는 일도 좋았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색색의 고운 무지개를 담고 있는 커단 비눗방울을   하늘로 띄어 보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교길 학교 앞에서 백 원 주고 산 노란 병아리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가을 운동회 달리기 시합 때 선생님이 손목에 써주시는 숫자, 그리고 상품으로 받은 공책 한 권도 좋았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렸을 땐, 정말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매 순간,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모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왜 나이가 들면서 좋은 일은 점점 찾기가 힘들어져만 가는지....

        아마 커져버린 욕심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은 그걸 잃어버린 '순수'라고들 하더군요...

        잃어버린 순수를 ..... 를 찾아서..... 

어린 시절, 속눈썹 위에 올라 앉은 행복들을 떠올려 보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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