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노무현, 그가 나를 분노케 한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가 이전의 다른 보수정치인들보다 더 나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해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그 뒤를 이어 노무현이란 선택이 그다지 틀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난 대선 때 저는 노사모 혹은 그를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한 분들에게 둘러싸여 야단도 참 많이 맞았더랬습니다. 말처럼 심하게 야단 맞은 건 아니지만 지난 87년 이후 이렇게 많은, 제가 좋아하는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껴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지요. 이제와서 그때 일들을 일일이 되살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선택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거나 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개인적으로 해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와 관련해서는 결국 본인들 스스로가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즉, 제가 아무리 이러저러해서 노무현은 안된다고 하더라도 그 지지자는 여전히 지지자일 테고, 파병 반대를 아무리 외쳐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은 여전히 그렇게 말할 테죠.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 마음 속의 불덩이가 커져서 폭발해 버릴 것 같거든요. 내 막내 동생보다도 더 어린 녀석들이 총을 쥐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로 종교와 신자란 측면에서 교회와 성직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예수님을 버릴 수는 없는 거고, 절과 승려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불교 철학과 부처를 버릴 수는 없는 법이지요. 하지만 종종 실제 현실에서 혹은 정치적인 열망을 한 개인에게 투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성적으로 사고해서 선택했기 때문에 이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일종의 스스로 선택하는 도그마인 까닭에 더욱 어려운 일이죠. 이들은 스스로가 내린 결정을 현실과 견주어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으므로 잘못되더라도 하는 수 없다는 자세가 과연 바른 자세인 건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종종 당신이 갈망했던 개혁으로부터 당신이 선택한 정치인이 얼마나 멀어졌는가? 실제로 그가 그런 일을 해나가기엔 얼마나 역부족인가?를 힘주어 설명하는 것은 종교를 가진 이에게 예수를 버리라고 말하는 것만큼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종교와 정치는 다른 것이죠.
종교에 있어서 성직자가 꼬리이고, 예수가 몸통이라면 정치에 있어서는 국민, 그리고 당신이 열망하는 것이 몸통이고, 정치가는 꼬리이기 때문이죠. 이 순서가 뒤바뀌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우리의 개혁열망이 노무현에게 고스란히 반영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이러저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의 열망과 희망을 실천해주길 바란 것이지, 이러저런 이유로 그 일들을 저버려도 괜찮다는 뜻에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그 희망들을 실천한다면 그는 분명 당신과 제 뜻에 일치합니다만, 그와 반대로 그가 우리들의 열망을 배반하는데도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따라간다면 우리는 꼬리에 휘둘리는 몸통이 될 겁니다.

투표는 결혼이 아닙니다. 즉, 선택은 시시각각 내려야 한다는 거죠. 이제 노무현은 자이툰 부대를 비밀리에 이라크에 파병하면서 그 자신은 휴가를 떠나버렸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제게 이런 쪽지를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소식을 들으셨겠죠....
이미 8월 1일 0시에 자이툰 선발대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아니..실은 민주노동당에 제보를 했었죠. 명색이 기자이면서도 그러한 일을 보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듭니다만 제게 정보를 건네준 친구들의 얼굴 때문에 차마 그 배후를 밝히지는 못했죠.

전에 말씀 드렸지만, 저는 '노사모'의 일원입니다. 노짱을 옹호하고 그가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바꿔주기를 기대했던 수만명중 하나죠. '국익'때문에 파병해야 한다는 신기남의 말에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끌어온 노짱에게는 실망감을 표시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짐짝으로 분류되어 자이툰 선발대가 국민들 모르게 출발한 그 순간, 노짱은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저는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정말 제가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던 것인지..."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그가 개헌해서 다음 대선에 출마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 정치 일선에서 떠나게 되겠지요. 그 다음엔 누구를 향해 이 분노를 터뜨려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을 학살과 강간으로 범벅이 된 저 이역만리 타국에 보내는 대통령, 바로 그 자에게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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