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물 상자 (반양장) - 작은동산 1 작은 동산 7
메리 바 지음, 데이비드 커닝엄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인 젊어 나였고 나 늙어 노인 된다.” 이 말은 내가 중증 치매 노인들의 목욕을 돕기 위해서 가는 노인 요양원의 입구에 걸려 있다. 입구에 들어 설 때마다 저절로 눈이 간다. “그래 맞아!” 지금도 젊지만 더욱 더 젊은 시절에 그 요양원을 갔을 때 난 너무 놀랐고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다. 카에 올려놓아서 씻을려고  벗겨 보면 거의 미이라를 방불케하고 그나마 몸의 상태가 좀 더 나으신 노인들이 똥을 싸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우리 집에 좀 데려다 돌라고 애원하고........ 그 난리 통에 차츰 차츰 익숙해진 나는 지금은 거의 같이 논다.(여기서는 논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유달리 신발에 집착이 많으셔서 봤다고 하면 내 슬리퍼까지 빼앗아 신어야 하는 분께는 욕심도 많다고 웃으면서 벗어주고 베개를 들고 다니면서 내 아기를 찾아 돌라는 할머니께는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이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으신지 항상 베개를 안고 젖먹이신다.) 조금 기다려봐라고 지금 찾고 있고 찾을 거라고 하고, 남의 집에 왔다고 눈을 흘기는 분께는 아이쿠 미안해서 어쩌유하면서 웃고 꼬집는 분한테는 아프다고 그만 꼬집어라고 호들갑을 뜬다. (옷을 갈아 입히기가 힘들다.^^^^) 그러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났고 그러면서 언제 나에게도 닥칠 줄  모르는 상황을  미리 조금이라도 겪어 봄으로서 그나마 흥쾌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 속엔 노망든 우리 할매도 있었다. 그땐 나는 내가 너무 어렸기에 울 할매가 빨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버지가 오시면(일당을 벌여 보겠다고 나가셔서 집 가까이 오면 자전거 소리로 알려주신 아버지^^^) 늘 밥 안 주더라 저거만 먹더라고 일러 바치고 엄마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 할매.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죄다 방으로 끌여 들여 쓰레기장을 방불케하고 선반위에는 음식을 혼자 먹을 거라고 숨겨놓아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할매! 그 할매를 사이에 둔 우리집은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아무한테나 “씨발년 내 것 훔쳐갔제”하면서 사방팔방 다니는 할매를 괴물할매라 불렀고 난 부끄러워서 우리 할매를 피해 다녔다. 할매로 인한 집안의 싸움은 뻔한 스토리다. 평상시의 욕이 노망이 든 후에도 여전하였다.  집안 사람들에게 인간 고려장을 시켜 버릴 수도 없고 하는 소리를 난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착한 우리 엄마는 그저 입을 다무셨고 우리 아빠는 좋아하는 요쿠르트 사 먹이기 바쁘고......지금 내가 할매 할배를 보면 아무리 냄새나도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부모님 덕분인 것 같다. 내 부모는 못 배웠지만 당장 자식의 입도 건사하기 힘들었지만 남들이 다 잦다 버렸으면 좋겠다는 할매를 그렇게 모셨다. 난 그런 부모님을 만나서  행복하다. 그리고 또 감사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한 울 할매...“ 할매 미안해!!!매일 죽어뿌라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보았다. 차츰 치매로 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물 상자에 간직하기 위해 손자와 낚시를 준비하고 손자는 잡은 물고기를 그려서 보물상자에 넣고, 할아버지의 병을 준비를 하는 온 가족들. 그 가족을 보니 그런 준비는커녕 집안의 화덩어리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아니다. 그저 안타깝다고 할 상황만은 아니다. 내 어린 눈으로도 얼마나 힘든지 똑똑히 보았으니까! 여기에서 나는 가족이 스스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요양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한지 실감하게 한다. 한 집 건너 있는 술집처럼 전문 요양원이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노인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편안한 그림으로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이 책을 보면서 난 옛 기억을 끄집어내고 “제발 치매만은 안 걸려야 되는데” 하면서 맨 화투라도 배워야 된다는 어머니께는 나도 이 책의 부모들처럼 조용히 대처하면서 내 자식들에게도 할머니와의 보물 상자를 준비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처음부터 차분히 읽은 책.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도 그저 물 흐르듯이 읽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의 참으로 안타까운 점은 유달리 “외”자를 붙여서 국한 시켜서 외할머니, 친할머니를 자꾸 분리하게하고(시어머니께 시자를 붙여서 벽을 하나 쌓듯이) 좀 더 단단한 표지를 입히지 못했다는 점이 이 책의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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