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옆은 마트이다. 대형마트에 밀린 소형마트이다. 난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집으로 올 때면 괜히 그 마트의 주인이 볼까봐 가슴을 졸인다. 우리집에 책 한 권도 빌리려 오지 않았고 그 여자하고는 같은 나이며 10년이나 단골임에도 불구하고 존대말을 쓰는 관계인데도 눈치를 본다. 그 마트에 손님이 없고 휑하면 더욱더 미안함을 느낀다. 몇년 동네에 살면서 그 여자의 고향이 마산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았다. 그리고 같은 학교에서 졸업했다는 것도 덤으로 알았다.  그걸 먼저 알은 그 여자는 어찌나 입이 무거운지 나에게 반가움은 커녕 눈인사도 안한다. 그러나 나는 눈 인사정도는 한다. 나에게뿐만 아니라 노인네에서 비롯하여 매일 매일 과자를 사오는 아이들의 이름 석자를 불러본적이 없는 그 여자에게 말이다. 일명 우리동네에서는 지 잘난맛에 사는 여자이고 싸가지 백단이라고 불리는 그 여자에게 말이다. 

 마트 행사때 소쿠리를 한 개 더 챙겨가는 동네 아줌마의 뒤꽁무니를 달려가서 안된다고 실강이를 벌이며  시숙과도 십원짜리 욕을 쓰면서 싸움을 한다. 언제나 자신과 아이들은 깔끔하게 입히며 신경을 많이 쓴다. 끼니때마다 밥은 몇 숟가락만 먹기에 몸매는 날씬빠꼼 그 자체이며 긴 머리에 언제나 화장을 하고 있고 한 여름에도 짧은 바지에 스타킹을 신고 있다.  동네 친구의 조카가 알바를 했는데 지는 커피를 타 먹으면서도 남에게 커피 한 잔 타 주는 법이 없다고 했다. 역시 한 달만에 그만두었다. 10년이나 마주보고 산 나도 씁은 커피 한 잔 안 얻어 먹었는데 알바생은 오죽하겠는가? 

 그래도 난 그 여자에게 몇 번이고 실망에 실망을 하면서도 자식과 서방은 잘 챙기고 깔끔하고 언제나 화장을 하고 있는 부지런함등을 생각하면서 상종도 안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눈 인사를 하면서 웬만하면 동네에서 사야된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나도 그 여자가 친구를 하자고 해도 안하겠다는 결심을 오늘 하게 되었다. 싸가지백단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우리 대문앞은 그야 말로 쓰레기 창고를 방불케 한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의 폐지와 그 집에서 나온는 쓰레기들과 색바른 소쿠리 더미로 말이다. (1년이 넘어서 위의 것은 이제 손만 대어도 부서진다. 내 같으면 동네에서 필요한 사람들 가져 가라고 하겠건만. ) 생계를 위해서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는 항상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골목안의 사람이라곤  나와 병에 걸려서 집 밖을 못 나오는 또 한 집 뿐이다) 그러면 나는 정말 괜찮다고 한다. 더러는 새벽시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팥죽을 사와서 우리집에 와서 나눠먹기도 하면서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새벽부터 나와서 폐지를 챙기는 그 할머니는 오히려 내가 못 도와드리는 것이 안타깝지 집앞에 널러져 있는 폐지가 밉지는 않다. 그러나 정말 내가 힘든것은 썩는 냄새이다. 마트에서 야채며 온갖것들은 쓰레기봉지는 커녕 물이 질질 나오도록 버려 놓는 일.......다른 계절은 다 참겠는데 여름은 참기가 정말고 힘들다. 바람이 불어도 창문을 못 열고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로 썩는 냄새가 올라온다. 난 오늘 고민에 고민끝에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 냄새가 많이 나서 문을 못 열겠으니 조금만 신경을 써달라고. 그러나 최대한 상대편이 기분 안 나쁘게 한 나의 말은 그 여자의 한 마디에 역시 내가 반 정도 생각한 것이 맞았군했다. 그 여자는 저 쓰레기는 어제 내어 놓아서 절대 냄새가 안 난다고하고 자기가 아침에 물을 부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꽝!!!!!
 나는 속이 부글 부글 타 올랐다. 내가 아침마다 우리집 마당을 씻으면서 그 오물을 씻고 싶어도 혹시나 미안해 할까봐서 못 씻고 있었는데 오늘 나는 우리집 골목을 세 번이나 씻었다. 할머니의 폐지는 위로 다 올리고 말이다. 그래도 냄새가 나서 씻고.....

 저녁 11시가 되어서 또 내어놓은 쓰레기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나는 샴퓨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빨간 다라이도 가져 나왔다. 그 여자가 냄새가 전혀 안 난다는 것들을 다라이에 담았다. 그리고 골목 가득 샴퓨를 뿌리고 씻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라이속에 썩은 물이 고여 있을 것이다...과연 그 여자는 그 물을 자신의 가게에 부을 것인가 그냥 그자리에 부를 것인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나는 오늘부터는 골목의 구석구석을 씻을 것이다. 그 여자에게는 이러쿵저러쿵 한 마디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자기를 배려해서 그 말을 했을때 여름이라고 그런가봐요 하는 한 마디를 했어도 나의 시선은 달라졌을 것인데 오늘은 그 여자가 나의 동창생임을 자처하고 친구하자고 해도 싫다.  절대 그런말을 안 할 여자이지만 말이다. 난 내일 아침도 골목을 씻을 것이다.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이웃 여편네에게 내가 저 골목을 하루에 열 번을 씻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이젠 저 여자에게 눈 웃음을 보내기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여편네들이 하는 말이 내가 싫다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난 이제껏 별로 싫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서 너가 싫다면 이 세상의 다른 사람도 다 싫을 것이다는 찬사(이것이 칭찬인지 욕인지)  보내 왔다. 남을 배려하기는 커녕 자신만 챙기는 그 여자는 내 타입이 아니다. 예쁜 얼굴도 날씬한 몸매는 더 이상 그 여자의 무기가 아니다. 오히려 못났지만 뚱뚱해서  굴러 가지만 자칭 게을러서 화장을 못한다지만 그래도 남을 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우리동네 모 여인이 더더더더욱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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