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휠체어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20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더 자고 싶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혼자 옷을 입기 시작 합니다"

 

이 책과의 처음 만남은 위의 글로 인하여 활짝 웃으면서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옷을 입는 아이. "엄마 잼 어디 있어요?" 하면 자연스럽게 찬장에 있다고 말하는 엄마. 그리고 심부름을 부탁하는 엄마.......사실 난 이 책의 주인공인 마르기트의 엄마에게 "오우!!!!" 하고 찬사를 보냈다. 얼마 전에 본 "유진과 유진"의 또 다른 유진이의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 유진도 마음의 상처를 가진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의 강인함. 장애를 가졌지만 평범하게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마르기트의 엄마는 내가 원하는 엄마였다. 그 엄마 속에서 자란 마르기트의 성격은 책장을 안 넘겨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명랑하고 자존심 넘치는 성격의 마르기트도 거리에 나와 보니 슬프다.  자신을 불쌍하다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며 "나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은데"하면서 우울해 한다. 다행이 뚱뚱보라고 놀림 받던 지기를 만나고부터 그의 생각이 차츰 변하여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만 말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어 도움이 필요할 때 진심으로 "부탁해요" 하는 아이가 된 마르기트!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자존심이 무엇인지 깨닫는 마르기트였다.


얼마 전 장애인의 날로 인하여 우리 동네 도서관에 엘리베이트를 설치했다. 이유는 장애인이 계단을 이용하지 못하니 그걸 타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적어도 휄체어를 탄 장애인은 말이다. 왜냐하면 도서관 입구까지는 차도 기어를 바꾸어야 될 정도로 가파른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마르기트가 책을 빌리려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험난하다. 슈퍼마켓에 엄마 심부름을 가는 길도 남의 도움을 청할 수 없으면 갈 수 없듯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입구에서 마르기트가 당당히 나를 도서관입구까지 밀어 주실래요 부탁할 수 있는 용기! 그런 용기가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그러나 마르기트도 우리 동네 도서관에  오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안타깝다. 우리 사회는 지금 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는 거리가 형성되기는커녕 그들에 대한 배려는 손톱만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마르기트가  경찰관 아저씨에게 신호등 보도 모서리가 높다고 요구하며 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청에 보고 하겠다는 세상은 지금의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눈앞에서도 장애인을 위한답시고 국민의 세금으로 엘리베이트를 지었지만 홍보한 번 안하는 뻔한 스토리에 슬플 따름이다. 잠깐 마르기트가 사는 동네를 부러워했다.


 이 책의 묘미는 그동안 내가 읽은 책들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제 3자가 “장애를 평범하게 바라봐주세요” 하는 책과는 다르게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그의 시선에서 부딪히고 깨닫고 인정하는 점에서는 별 다섯 개도 아깝지 않다.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당당히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마르기트는 어쩜 육체가 멀쩡해도 마음의 장애를 안고 사는 우리보다는 몇 배 아니 몇 천배도 나을 것 같다. 아마 마르기트는 휼륭하게 성장할 것 같다. 카페 아저씨와 신문을 파는 아주머니의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듯이 그의 앞날에도 밝은 햇살만 있을 것 같다. “오체 불만족”의 주인공 오토다케인가? 그가 생각난다. 그도 인정하고 스스로 극복하고 “난 어릴 때부터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났어”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그도 있지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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