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인연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도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님의 '인연'이라는 수필중의 글이다. 세번째의 만남이 작가에게 아름답고 젊은 아사꼬의 초상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세번째의 만남이 있었기에 그녀를 아름다운 젊은 날의 초상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게 되었을까.
이해인 수녀와 청송 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중인 대도(大盜) 신창원이 2년 전부터 편지를 주고 받아온 것으로 세간에 전해졌다. 이해인 수녀가 2002년 출간했던 산문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을 신창원에게 부쳐주면서 두 사람의 '편지 교감'이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31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에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유년시절의 사진과 직접 짠 십자가 벽걸이 등을 이해인 수녀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신창원은 이해인 수녀에게 '이모님'이라고 부르면서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이모님께서 절 일으켜 주시네요. 아이처럼 맑은 이모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최근에 출간한 신작 산문집 '기쁨이 열리는 창'(마음산책 刊)을 펴낸 이해인 수녀는 "내가 모든 이들에게 이모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해인 수녀는 신창원이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유년시절의 사진들은 물론, 그가 목욕 수건을 풀어서 그 올로 짠 십자가 벽걸이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신창원은 무기징역에다가 20년을 더 선고받았기 때문에 살아서는 교도소를 나올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편지와 사진들을 이해인 수녀에게 맡긴다고 한다.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켙의 오랜 편지우정, 루 살로메와 릴케의 편지우정, 이해인 수녀와 신창원의 편지우정...편지를 매개체로 하여 맺어진 그들의 우정은 지상에서 존재하는 어떠한 화려한 인연에도 결코 빛 바래지 않을 보석처럼 영롱한 불멸의 우정이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물거품처럼 쉽게 사라지는 값싼 인스턴트로 지나간 시대의 유물처럼 거리 밖으로 내몰린지 오래 되었지만 시인 키이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했듯이 영원한 기쁨이 되는 요소야 말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불멸의 명작이 된다. 참다운 우정의 아름다움은 맑고 깊은 생명력으로부터 나온다.
내게도 그렇게 17년 동안 편지우정을 지속하는 오랜 친구가 한 명 있다. 삭막한 세상 앞에서 내 영혼이 목말라 할 때 깊은 샘물을 길어다 주고, 세상의 으스스한 한기에 추위를 느낄 때 한 줌의 햇살을 보내주며, 눈물나는 일이 있을 때 함께 가슴으로 조용히 울어주는 그런 편지우정이 있으니 이만하면 부족하고 서투른 나의 삶에 인연이라는 행운은 이제 온전한 내 것이 되지 않았나 여긴다.
여기 또 하나의 소중하고 고마운 인연들이 있으니, 인연의 다른 말은 '연인'이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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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어내는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박가분아저씨님
마태우스님보다 더 미녀를 밝히는 부리가 무서운 부리님
내몸에 병이 나서 서재를 잠시 비웠을 때 대변인 역할을 묵묵히 해주신 마태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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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여기에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님들은 나의 불행한 기억력의 한계와 더불어 내서재에 잠입하여 은밀하게 추천단추를 꾹 눌러 주시던 알 수 없는 고마운 님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알라딘 서재 주인장들의 인연은 내게 하늘이 내려주신 인연으로 여긴다. 이런 귀중한 인연은 세상에 흔치 않다. 이 아름다운 인연을 오래 지니고 싶다면 그건 나만의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