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모임. 내일도 있다. 간만에 모여서 아구찜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엊그제 학교에서 생긴 엄청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빨리 오라고. 집이 물에 잠긴다고.
창밖을 보니 비도 별로 안 오구먼. 지금 간다고 올라오는 물 좀 잡아 놓아라고 하면서
문을 나서는데 하늘이 새까맣다. 즉시 퍼 붓는다. 비와 바람이 나를 너무 좋아서
감싸는 바람에 우산도 날아갔다. 차 있는데까지 뛰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친구의 등을 밀어서 악~~~~~~~~고함을 지르면서 빗사이를 요리 조리
피해 뛰었다. 번개는 쉴 새 없이 때리고 한 치의 앞도 안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방을 동동 구르면서 찻집에 있고 나와 친구는 용감하게도 뛰었다.
그러면서 우와!!! 오랜만에 울 몸매가 다 드러났다고 깔깔 거렸다. 정말 비에 젖어서
볼록 볼록 비계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출렁 출렁.
차를 타고 오는데 군데 군데 물이 넘쳐 난다. 10분만 비가 때리면 길 바닥에 넘쳐 나는 물이다.
친구가 걱정이 많다. 가게에 물이 들어 왔으면 어떡하냐고. 뭘 어떡해. 울 얼라들 배 띄워주지뭐,
조심조심 기듯이 왔다. 10분 정도 왔는데 숨도 안 쉬고 때리던 빗줄기가 약해졌다.
집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물이 넘쳐 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나와 있었다.
조금만 더 왔으면 또 물이 차올랐을것이다고 한다. 흙탕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었다.
잠시 그 비로 하수구가 역류해서 차 오르더라고 한다. 실컷 서서 욕을 하고 있다.
하수구 공사는 미쳤다고 했냐고. 그걸 믿은 우리가 바보라고...
이젠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 부지런히 모래 주머니 준비하고 다음 비를 대비할 수 밖에 없다.
간만에 비를 쫄딱 맞은 날이었다. 자꾸 전화가 온다. 가게 물에 안 잠겼냐고.
남자에겐 그냥 폭 잠기고 있다고 하니 남자왈 고생하지말고 그냥 버리고 나오라고 한다.
말이 그렇지 어떻게 내 재산을 버리고 나오겠냐고
이젠 만성이 되어서 오는 전화도 즐겁게 받는다.
가게에 물이 차 오르는 것도 이젠 웃을 수 있다. 참으로 그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몸매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맞을 줄 알았으면 오늘 점심은
조금만 먹는건데. 사리 넣고도 먹고 또 먹고 먹고......배가 너무 빵빵하다.
그나저나 서울에 놀러가서 비가 오면 내 집은 누가 지키냐?
아예 열쇠를 여기 저기 억지로 안기고 가야겠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