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술을 먹은 남자 3명이 책을 고르고 있다. 이 동네 남자들은 아니고 어디사는 사람들이지......
엄청 술을 많이 먹었나 보다. 한 참 고르고 있다. 갈 생각을 안한다. 그리고 묻는다.
신간 책 나온것 없냐고. (속으로는 신간이 한개 두개냐!) 소설책은 거의 안 들여놓는다고 했다.
방금 호텔 선인장을 보고 진한거냐고 묻는다.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는 성인만화를 찾는다. 그래서 아주 상냥하게 죄송합니다만
저희집에는 성인만화를 거의 안 넣는다고 했다. 웃으면서. 거의 학생들이라서요..하고 웃었다.
방금 또 한 명의 남자가 람세스를 보고 읽다가 성질나서 치웠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지금 방에 아녀자 둘이서 열심히 퍼즐을 맞추고 있어서 겁은 안난다.그러나 이제 그만 갔으면 싶다.
또 묻는다. 신간이 뭐냐고...이 집에는 만화밖에 없냐고 한다. 웃으면서 또 대답했다.
학생 위주로 넣고 장사위주로 넣다보니 소설책이 거의 안들어 온다고. 또 묻는다.
연애소설은 없냐고. 친절하게 로맨스 소설을 권해 주었다. 재미있냐고 묻는다.
예 상당히 재미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것을 묻는다. 에세이 명심보감이 재미있냐고 한다.
재미는 덜하지만 읽을 만하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또 묻는다. 시집은 없냐고.
몇권이 있긴 있는데 신간을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자가 정확하게 11시30분에 전화가 왔다. 문 안 닫느냐고....지금 갈거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 아직까지 앉아 있다. 두사람은 휘청거리며 담배를 피는지 나갔다.

무슨 책을 보고 있나? 자꾸 호텔 선인장을 들여다 보고 있다. 속으로 안되는데,
저걸 빌려 가면 안되는데...나는 장삿꾼 되기는 글렀다. 사람을 보면서
책을 빌려주는 버릇은 여전하다. 솔직히 책을 빌려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저런 사람일수록 친절하게 해야된다. 사람들이 술을 먹어서
몸도 가눌수가 없지만 그래도 책방이라고 들어 온 것을 보면 필히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난 왜 책을 빌려 주기가 싫지... 엊그제 지난번에 김치국물에 엉망이 된
책을 반납한 사람이 또 한 참 뒤에 책을 반납하러 와서는 신간을 빌려갔다.
내가 이 장사를 하면서 책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하는데 또 김치국물에 몇달만에
가져 올까봐서 속으로는 제발 안 빌려 갔으면 하고 빌었었다. 그러나 빌려 갔다. 700원에...
.(나는 예전에 소현이를 업고 옷을 사러 간 적을 생각한다. 그때 나는 옷가게 주인에게
그 옷을 비싸서 못 살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때 내 지갑속에는
현금 백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절대 장사는 만인에게 평등하게
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잘 되지를 않는다.)

지금 저 사람들이 호텔 선인장을 자꾸 모텔선인장이라고 한다. (뭐 맞지..글 한 자 차이인데)
내 남자의 얼굴처럼 새까맣다. 어디 햇빛에서 일을 하는 가 보다.
자꾸 술 냄새가 풍겨온다. 잠시 내 남자를 생각한다. 내 남자는 책방에
출입도 안하지만 저런 모습은 자주 있지 않은가?

최대한 친절하게 친절하게..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드디어 빌렸다. 말콤엑스랑 가장 아름다운 이별 1권과 2권을 빌려갔다.
신분증도 안 가져 왔다고 한다. 그래도 빌려 주었다. 술먹고 책방에 들어 온것만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또 묻는다 며칠만에 가져 와야 되냐고...
술냄새가 확 확 풍긴다. 웃으면서 한 일주일 보다가 오세요 하고 말했다. 만족해서 나간다.

그 책이 돌아 오지 않더라도 미련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풍기는
외모와는 달리 그 책이 돌아올것 같다.  사람이 외모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다시 다짐한다...

앙!!!!집에 가면 설거지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랜만에 온
이모와 돼지 갈비를 구워 먹고 열심히 놀았는데.....가서 치워도 열번은 더 치웠겠는데.....
.지금 이 시간에 가니..... 오늘 저녁 달콤한 책과의 데이트는 사양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