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갈대 > 다양성

마이 페이퍼가 생기고 나도 서재를 한 번 꾸며볼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당시 즐겨찾는 분은 전혀 없었으니 내 서재는 나만을 위한 공간, 닫힌 공간이었다. 그런데 글을 몇 편 쓰고 며칠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첫 코멘트가 달렸고 즐겨찾는 분들이 생겼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첫 코멘트는 진/우맘님이 달아주셨다. 버스에서 아줌마들의 횡포에 대해 실컷 투덜댄 글이었는데 '아줌마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셨다. 두 번째는 잉크냄새님인지 마태우스님인지 헷갈리지만 아마도 비슷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때만 해도 서재가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마태우스님 서재도 꽤 한가한 편이었다. 아무튼 꽤 오랫동안 내 서재는 즐겨찾는 분 숫자가 10미만이었다. 비록 적은 숫자였지만 나에겐 그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점점 서재를 꾸미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즐겨찾기 숫자도 늘어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괜찮은 서재들을 잔뜩 즐겨찾기 해놓고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그래도 지금보다 올라오는 글이 훨씬 적어서 거의 다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 즐겨찾는 분이 스무 명을 넘었을 때 결심했던 것이 하나 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리뷰 개수가 즐겨찾는 분 숫자보다 많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읽은 후에는 리뷰를 꼭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쭉정이 서재임에도 너그러운 알라디분들은 꾸준히 즐겨찾기 숫자를 높여주셨다. 그러더니 결국 몇 주 전에는 즐겨찾기 숫자가 리뷰 개수 턱밑까지 도달했다. 위기를 느낀 나는 부랴부랴 리뷰를 하나 올렸지만 끝내 역전을 당하고야 말았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떤 분들이 어떤 이유로 내 서재를 즐겨찾으시는지 모른다. 모습을 드러내신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모두 나에게는 고마운 분들이다. 어쨌든 처음과는 달리 나는 그분들을 의식하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물론 나도 누군가 내 글을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거지만 솔직히 가끔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때는 더 그렇다. 오늘, 즐겨찾기 숫자가 하나 줄었다.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퍼다 나른 글 때문이 아닌가 싶다(김선일씨 문제를 다룬 글이었다). 그 글에 실린 주장이 그분의 생각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래서 불쾌하셨을지도 모른다. 이게 나의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즐겨찾기 숫자가 줄었을 때 모든 분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홍세화는 그의 책에서 "똘레랑스"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강조했다. 똘레랑스는 쉽게 말해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아는 관용적인 태도이다. 홍세화는 똘레랑스가 프랑스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진 가치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꿰뚫은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편견과 아집에 빠져 허욱적대기 일쑤지만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있다면? 모두 똑같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나부터 반성해야겠지만 알라딘에서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려는 태도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르다는 건 그냥 다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내가 깻잎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깻잎광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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