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라........
눈에 밟힌다. 책 제목도, 책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함박 미소 띤 흑인 소녀의 사진도....
그렇게, 그렇게 집어들게 된 책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는, MSF(국경없는 의사회) 국제 협력단의 일원인 야마모토 토시하루가 오랜 내전으로 초토화된 시에라리온에 들어가 6개월 간의 의료 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그리고 귀기울이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평균 수명, 유아 사망률 최악, 임산부 사망률 최악 등, 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거의 모든 통계 지표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내전의 참화 속에 몸도 맘도 도륙당해 버린-시에라리온에 대해...(그간 국제 뉴스를 통해 접해 왔던 시에라리온이 아닌, 또다른 차원에서의 시에라리온에 대해...)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단순히 시에라리온의 참상을 다시금 세계만방에 알리는 데만 있는 건 아니다. MSF의 일원으로 시에라리온에 들어가 의료 봉사 활동을 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 협력 활동에 대한 상황을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제 협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원조를 받는 나라의 미래에 있어서 실제 도움이 되는 형태의 국제 협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방향 모색과 실천의 방향성에 대한 제시도 겸하고 있다는 데 이 책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이 책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제 협력이란, 원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대량 물량 공세식의 원조는 결코 국제 협력의 올바른 지향점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한 원조는 단지 신제국주의·패권주의의 왕좌에 오른 미국과 거대 다국적 기업의 배 채우기를 교묘히 덮어 버리려는 뻔뻔스런 X수작일 뿐이다. 또 국제 협력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대상 국가들의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도, 눈 앞의 적선식 원조는 그들의 민족적 자존감과 갱생의 의지를 꺾어 버리기만할 뿐, 그들의 발전 가능한 미래엔 그 어떠한 도움도 결코 될 수 없다. 거창하게 인류애 구현의 차원에서도 말이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진정한 국제 협력의 길이란 말인가?
이에 대한 대답엔, 두 가지 전제가 우선 필요하다. 일단은 바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들이 국제 협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혜자로서의 태도를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 동시에 현지인들은 단지 굶주림과 질병에 죽어가고 있는 불쌍하기만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환기해야만 한다는 것. 두 가지다...
진정한 국제 협력은 한시적인 물량 공세 형태의 적선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물론 눈 앞의 기아와 질병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이지만) 문화 상대주의적 인식이 전제된 상태에서의, 현지의 자력적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과 원조(여기에서의 '원조'는 앞서의 '원조'개념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 때의 '원조'는 물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적, 기술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도움도 아울러 이르는 의미임을 밝혀 두겠다.)가 바로 국제 협력이 인류애의 구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지구 반대편, 지금도 한 모금의 물이 없어, 한 줌의 옥수수가 없어, 사그러들고 있는 생명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제 협력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유쾌함의 미학에 대해선 놓쳐 버린 것 같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국제 협력단원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 환상(?)을 우리와는 다르지 않은, 그들도 우리처럼~~그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히 드러냄으로써 깨고 있다는 데 있다.
손거스러미의 상처를 통해 혹여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기생충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현지인들과의 악수 시 찜찜해 하는 모습, 화장실에서 보태면 쥐만하다는 바퀴벌레와의 조우(?)시 움찔하는 모습, 그리고 '젖가슴 공주 뿅뿅(-.-;;)'이나 '옷 벗기기 마작'을 통해 길고 긴 밤을 보내야만 했던 이야기 등등......
국제 협력단의 공식적인 외부 활동의 애환과 보람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의 한 자락을 시끌벅적하게 들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이 책은 또한 선사한다....아주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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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퓰리쳐상 수상작품
『수단의 굶주린 소녀』, Kevin Carter
: 이 사진을 찍은 Kevin Carter는 셔터를 누른 후 즉시 독수리를 내 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촬영보다 먼저 소녀를 도왔어야 했다는 비판이 일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찍은 다양한 현실의 공포를 가슴 밑바닥에 담고 있던 그는 1994년 7월 28일 친구와 가족 앞으로 쓴 편지를 남긴 채 33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사를 통해 사진을 통해,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리고 세인들의 관심과 도움을 이끌어 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즉자적인 동정과 시혜라는 오만함만을 자아내는 것이라면....우리에게, 그리고 고통받는 그들에게도 희망은 없다...진정한 국제 협력의 나아갈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