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온다... 비를 보니 화단의 나무들이 생각난다.
가게와 너무 멀어서(?) 자주 자주 가서 물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게으름 때문에 목구멍이 바싹 바싹 탓을 우리집 나무들.
작년엔 K가 정성들여 옮겨 심어놓은 소나무도 한그루 죽여 버리고
(그럴 것 같으면 옮겨 오지나 말지) ,
야생란도 작년에 고상한 꽃을 피웠는데 올해는 잎까지 바싹 타 버렸다.
미안하다. 나무들아...
집은 가게의 바로 맞은편... 어른발로 20발자국만 움직이면 되는 거리이다.
그 거리를 멀어서 자주 가보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 핑게이다.
소현이가 매일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러 갈때 들리고.
집안의 행사가 있으면 활기를 띄는곳...
. 언제 부턴가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저녁 늦게 닫기에 완벽하게
살림살이며방이며 목욕탕이며 완비되어 있는 가게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코앞의 집이지만 아이들끼리 있기에는
내가 너무 불안해서 안되겠고.... 서방도 마누라가 없는 집에서 무슨 청승으로
아이들과 있겠냐며 눌러 앉게 되었고....
그러기에 집은 자연히 사람의 손을 덜 타게 되니 자연히 그곳의 나무들은
주인을 잘못만났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불쌍한 것들....
진달래가 피고 동백이 피어도 아침 저녁으로 어루만져 주지않으니
얼마나 속이 상할까?
인간이든 나무든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밤이 되면 텅빈 캄캄한 집... 장독들하고 친구나 하고 지내나?
K가 구해 놓은 희안한 바위들하고친구하고 지내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이 비가 나의 일을 대신 해 주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낫다.
내일은 나가기 전에 다른 일 다 못하더라도 비온 김에 먼지 낀 장독대나
세제 풀어 팍 팍 씻고 나무들한테 인사나 해야겠다....
미안하다 아거들아... 주인 잘못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