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뱅이를 아시나요 파랑새 사과문고 1
김향이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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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뱅이를 만나고 나니 새벽이다. 큰딸은 방귀를 뿡뿡뀌며 자고 둘째는 이불을 덮어줘도 어떻게 아는지 차 버린다. 막내만이 처음과 같이 돌부처님 마냥 자고 있다. 귀여운 것들, 천사같은 것들. 대낮의 한바탕 소동과는 달리 자는 모습은 모두 뽀뽀를 천번 만번 해 주고픈 모습들이다. 지금 이 시간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지을 수 있는 것은 아마 '쌀뱅이를 아시나요' 를 만난 덕분이 아닐까?

흰저고리 검정치마 검정고무신, 노란 머리 긴 속눈썹 빨간 운동화 개나리 치마, 꼭 잡은 야무진 손. 그네들의 모습은 어쩜 나 어릴적 윗집에 사는 할머니집에 놀러온 서울 언니와 나의 모습이었다. 쌀뱅이의 옷, 신발, 머리핀, 맛있는 과자, 할 수만 있다면 그애의 몸과 바꾸어 버리고 싶었다는 주인공. 쌀뱅이가 언니 언니라고 불러 주기만 해도 살빛이 하얗게 될 것 같다는 주인공. 지금 나의 입은 옆으로 짝 벌어지고 있다. 나도 쌀뱅이처럼 되고 싶었다. 서울 언니의 예쁜 말씨에 언니의 얼굴도 예뻐보였고 소꼽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언니는 동화속의 공주 같아 보였다. 나도 서울에서 살았으면, 나도 피부과 하얗으면, 나의 손도 언니처럼 갸냘폈으면...... 자꾸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미국으로 입양되어 간 쌀뱅이가 사진작가가 되어 방문한 고국에서 어린 동무를 찾음으로써 옛 기억을 찾는다는 이 이야기는 짐승도 귀소 본능이 있듯이 더욱더 인간이기에 집으로 돌아 가고픈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무를 만남으로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는 쌀뱅이는 우리의 못먹고 못입던 시절 수없이 많이 타국으로 입양되어간 글도 말도 잃어 버린 아니 잃어 버렸지만 내 것을 찾으려는 입양아들일 것이다. 경제가 나아져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하지만 아직도 타국 입양은 비일비재하고 뿌리를 알지 못하고 헤매는 입양아들은 이 곳도 아니고 저 곳에도 완전 소속될 수 없는 슬픔 가슴을 안고 살아 가지나 않을까?

이 곳에 산재한 7편의 작품은 김향이님의 가슴이 어떤 곳에서 보다 더욱 더 가득차고 있다. 암울했던 우리 역사의 단면도 외동자식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생각하게 하고, 정신 지체 장애인인 삼촌을 생각하는 조카, 고향을 등지고 도시생활을 하며 끝내 말을 잃어 버린 버버리 할아버지는 우리의 노인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한다

홍점이의 얼굴에 크게 난 붉은 반점은 하느님이 홍점이를 잘 찾아볼 수 있게 남긴 사랑의 표시로 자신의 큰 아픔과 콤플렉스를 순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의 구석구석에 소외된 곳의 아픔과 희망을 아주 따스하게 나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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