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둘째 딸이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소리가 아이의 가슴을 뻥 뚫어 줄거라 생각하기에 나는 울지마라는 소리대신 실컷 더 크게 울어라고 속상한 딸의 마음에 더욱더 설움이 더하도록 부채질을 했다. 우는 이유인즉 윤희 언니는 옷도 많이 사주고 신발도 사주면서 왜 나는 안 사주냐는 것이었다. 윤희는 몸에 맞는 옷이 없어 꼭 사야 되고 너는 작년에 입은 외투며 입을 옷이 많이 있으니 안 사는 것이라고 타일러도 어린아이인지라 자꾸 사는 윤희의 옷에 설움이 복받혔는가 보다. 한달에 한번 먹는 통닭을 앞당겨 먹자고 어느 정도 아이의 설움을 달랜 뒤 통닭이 오기 전에 막간을 이용해 <만년샤쓰>를 읽어 주었다.

창남이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어쩜 큰 딸을 닮았는 것 같다고 하였고 어깨로 둘러 맨 헝겊가방은 용감한 작은 딸을 닮았다고 했고,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것만 남기고 불이 나 오갈데 없는 이웃들에게 나누어준 창남이 어머니는 엄마를 닮았다고 하였다. '맞다.맞아' 아이들의 맞짱구 소리에 힘을 얻어 두번이나 읽어 주고 나니 작은 딸 눈에 눈물이 뚝 뚝 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큰딸과 네살박이 민수. 작은 딸과 나는 우는 김에 서로 부둥켜 안고 실컷 울었다. 딸은 창남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울었고 나는 옛날 나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복합적으로 떠올라 설움이 더했다.

익살스럽고 가난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기의 처지를 웃음으로 넘길 줄 아는 창남이. 옷 한가지에도 까탈을 부리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오늘날의 너나 할 것없는 우리 아들 딸들.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도 모를 정도의 풍부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어리지만 긍정적이게 살아가는 창남이. 결코 울지 않고 늠늠하게 살아가는 창남이. 그러나 창남이 역시 어린이였기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엄마를 생각할때 참지 못하고 쏟아 놓은 눈물은 창남이 선생님도 울렸고 친구들도 울렸고 우리 온가족을 울려 놓았다.

통닭을 잘못 시켰나. 아니 책을 읽어주는 시기가 안 맞았았나? 한동안 아이들과 나는 따끈한 통닭이 왔지만 금방 먹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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