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sf는 거의 처음 읽은 것 아닌가 싶다. 생각보다 깊이도 있고 고민과 지식의 폭도 넓다. 앞뒤가 잘 안 맞는 부분도 많고 너무 꼬아놔서 따라가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책을 붙들고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또 보지는 않을 것이다.
북유럽 작가라고 해서 요네스뵈 스타일을 은근 기대했으나... 요네스뵈는 단 한 명 뿐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깨달음. 여행지에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은 책.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하는 정도의 재미는 있다. 하지만 이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1편보다는 약간 더 재미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독서할 때의 관점이 어릴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황석영 본인보다, 그를 지켜주고 챙겨주고 돌봐준 여성들. 그의 어머니와 아내들(?)이 겪었을 그 고단함과 고통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최악의 아들이고 형편없는 남편이며 무책임한 아버지. 그가 가족들에게 그토록 많은 고통을 안기며 쌓아올린 무수한 경험이 그가 훌륭한 저작을 남길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 하다. 썩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었으나 그나마 황석영에게 가지고 있던 약간의 애정마저 싸늘하게 식었다. 앞으로 이 사람의 어떤 책도 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