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인생이고 그걸 맛깔나게 담아낸 글이라 마음에 든다. 재미있게 읽었다. 1년에 천권에 가까운 책을 읽을 시간과 돈을 어떻게 충당하나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니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귀신 보고 다니는 분이 부동산 경공매로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본인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괜찮았나. 지도에 점과 선을 그어 자산을 모으고 은행장의 방문까지 받았다니 놀라운 재능이다. 이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 버는 사람들에 대해 편견이 있다. 주변 사람들,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이렇게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떠들어 책까지 내는 사람들은 볼수록 신기하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재미있고 유익하다. 오래 전 한 번 읽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으나 정작 그 책에서 예측한 아이템이나 트렌드가 실제로 그 해에에 구현된 비율은 현저히 적은 것 같아 그 다음부터는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지인 추천으로 2024, 2025를 모두 구입했다. 추천 받을 만한 내용이다. 실제로 2024년을 돌아보면 이 책에서 예측한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25도 기대된다.
한국계 미국인의 한계인가.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한국인들의 대화 같지 않다. 감성이 다르다. 외국 작품 속 인물들의 대화를 보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극 전개나 소재나 캐릭터 모두 전체적으로 진부하거나 올드하다고 생각했는데(여자들은 대부분 예쁘고 그 미모로 남자를 사로잡으며 남자들은 대부분 상속 등으로 부자고 그들의 결혼은 모두 건조하고 의미가 없다), 이런 작품이 인기를 끌고 상까지 받았다는 게 약간 신기하거나 의아한 느낌이 든다.
선조 때부터 그리고 후손까지 뿌리 내라고 살아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는 미국인이 세계 곳곳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넋두리하듯 풀어낸 책인데 이걸 도시독법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다. 개정 전 책 이름이었던 도시탐구기가 조금 더 적절하지만 그것도 적확하지는 않고. 도시탐방기 도시산책기 뭐 이 정도가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탐구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어로 썼다는 것, 이 분이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 강의를 했다는 건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이 책의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 요즘은 저마다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책을 내는 세상이지만 책을 읽는 세상은 아니라는 말이 떠오른다. 남다른 경험을 했으니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겠다 싶지만 시간 내어 읽을 만한 책인가에 이르러서는 머뭇대지 않을 수 없다. 재개발 극혐 도시 재생 환영 대체로 이런 모드로 일관하는데 일견 동의할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너무 주구장창 이런 얘기만 늘어놓으니 저자 스스로 고백했듯 이 세계에 뿌리내려 살아보지 않고 부초처럼 떠돌아다니며 수박 겉핥기로 그 도시를 보는 미국인의 시각에서나 한가롭게 누릴 수 있는 의견 아닐까 싶은 반발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