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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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소설인데 소재가 야구라는 점에서 저는 흥미롭고 새롭던걸요. ^^ 재밌을 것 같아서 구매합니다. 야구의 시즌이 돌아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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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하루 그림 -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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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그림들이 아름답습니다. 쉬어가듯 편하기도 하고 설레면서 떠나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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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아이 -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8
이은용 지음,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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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의 문을 두드려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결혼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시절에 혼자 늙어갈 외로움이 두려워 나와 함께 할 아이 한명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친구가 꺼낸 단어였습니다. 정자은행. 그 말에 저는 친구에게 물었지요. “내가 바라는 대로 원하는 유전자를 받을 수 있을까? 많이 활발한 O형의 혈액형이었으면 좋겠고, 아이가 키가 컸으면 좋겠고, 나에게 부족한 언어적인 두뇌가 뛰어나 외국어를 잘했으면 좋겠고, 얼굴이 작고 예뻤으면 좋겠고, 엄마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여자 아이였으면 좋겠고…….” 그 말에 친구가 대답을 해줍니다. “내가 너에게 밀가루 한 봉지를 사줄게. 이걸 반죽해서 네가 원하는 모양대로 인형을 만들어. 그리고 단단하게 굳혀서 평생 데리고 살아!” 그럴 수는 없다는 말이었지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부모 역시 아이를 골라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 서로가 서로를 스스로 선택해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왜 저는 꼭 제 맘에 드는 아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마음이었을까요.

그런데 아이를 골라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 책 『열세 번째 아이』를 읽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시우의 엄마는 시우를 그렇게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머리는 짙은 갈색으로,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된 키는 187센티미터 정도로, 성격은 판단력이 뛰어난 냉철한 이성을 가진 남자 아이로 시우를 태어나게 했습니다. 2075년 그때는 뭐든 맞춤형으로 만들어낼 수 있나 봅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로봇부터 자신의 아이까지 말이지요.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딱 맞추어 태어난다면, 태어난 아이도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부모도 서로가 생각이 엇갈려 싸우거나 대치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살아간다면 평화로운 시간은 계속될 테니까요. 그렇게 행복할 테니까요. 그런데 말이지요. 그게 정말, 행복일까요? 누구에게요?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12년과 먼 미래의 2075년은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 감정보다 이성이 우위여야만, 살아갈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으로 보입니다. 무엇이든 월등하고 우수해야만 존재 가치가 부여되는 사회,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사회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거기에 따라야만 하는 의무감이 필수인 곳. 감정이 넘쳐흘러서는 안 되며 냉정한 이성을 가진 자가 앞서 가는 것이 너무 익숙한 현실이 되어버린 곳이지요. 이미 그렇게 살아온 어른들이 맞춤형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치열한 그 시간들을 견디듯이 살아온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우위에 있기를, 남들보다 더 안전하게 앞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다가오거든요.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이였을 때 가졌던 그 생각들이나 바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 점차 희석되어지고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자신들이 아이였던 시간들은 기억에서 아예 사라지기도 합니다. 입장이 바뀌니 부모들의 생각만 남아있을 뿐이니까요. 부모의 입장에서 보고 부모의 입장에서만 하는 말들이 옳은 것으로만 판단되는 자리에 있게 되었으니까요. 정녕, 오래전 아이였던 자신들의 그 시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나요? 아이였던 시간을 건너 뛰어 어른이 된 순간만 간직하고 싶은가요?

아이들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75년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 2012년의 아이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요? 제 눈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부모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하루를 움직이고 미래를 결정짓는 것처럼 2075년의 시우와 시우의 친구들 역시도 부모의 조종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보여줍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가야할 길이 정해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이라는 것은, 새로운 개발로 태어나는 로봇들뿐입니다. 그것마저도 계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소유하는 로봇의 레벨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단일 감정의 로봇이냐 아니냐의 차이. 소유한 장난감이 바뀌는 정도의 것으로만 여겨지는 소소한 일상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지요. 부모의 직업이 무엇이냐, 사는 동네가 어디냐, 부모가 가진 부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어울리는 무리들이 달라지는 지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보아왔던 모습입니다. 현재에서 6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그 시간에 달라진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야. 분노와 증오도 할 줄 알고, 기억까지 있어. 언젠가 인간을 위협할지도 몰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낸 많은 것들의 부작용은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업그레이드 된 장난감으로 여겼던 감정 로봇들은 인간보다 더 감정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대항하고 있었고, 인간은 로봇들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조종이 불가능해지자 폐기처분 해버립니다. 인간과 로봇의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난 것이지요. 서로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겨야만 끝이 나는 전쟁.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더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단순히 로봇과 인간의 대치가 아닌, 왜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지요. 맞춤형 아이 1호인 김선 박사가 결코 자랑스러움만 가졌던 것은 아니라는 것과 로봇들의 반란과 시우의 반항으로 보이는 행동. 그 세 가지의 공통점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그러한 현상들이 보여주려고 애쓰는 게 무엇인지를요. 본인들의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서 꾹꾹 눌러 담았을 어둠을 봐야할 때입니다.

시우 VS 레오? NO! 시우 = 레오!
냉정한 이성으로 채워진 강한 아이를 만들고 싶어서 거기에 맞게 태어난 시우에게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만들어진 기억을 주입시킨 감정 로봇 레오는 너무 달라 보입니다. 감정 따위 필요 없는 것처럼 살아온 시우에게 레오가 드러내는 감정들은 부담이고 거추장스러운 것입니다. 반면 감정 로봇인 레오는 시우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에게 입력된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친구가 되고 싶고 가족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시오와 레오가 그렇게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우와 레오는 너무 닮은 아이들입니다. 엄마에게 조종당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계속 살아갈 시우와 인간에게 조종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로봇 레오는 너무 닮았거든요.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미래가 주체적인 것이 아닌 정해진 대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의지와 목소리는 묻혀버리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는 삶을 살아가야할 둘은 너무 닮았습니다. “로봇으로 만들어진 레오 =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시우” 그래서 결국 두 아이가 가지는 슬픔과 분노와 끌려가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같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지요. 하지만 긍정적인 것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 로봇 레오와 이성적인 인간 시우처럼요. 레오가 감정을 나누어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과 시우가 레오에게 제 발로 찾아간 것은 같은 마음으로 보입니다. 진심이 통한 것이라고. 결국은 그 순간 인간이기에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간성과 진심을 시우와 레오 그 아이들 스스로가 서로에게 찾아낸 것이라고…….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만들 수는 없어. 내가 그런 존재도 될 수 없고. 나는 신도 아니고 그 아이들의 아버지도 아니니까…….”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내고 무엇을 죽이고 있었던 것일까요. 누구를 위해 그렇게 만들어내려 애쓰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이가 바라는, 진짜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면서 계속 해왔던 것일까요. 그 모든 것들을 원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알려주어야 할 것들을 알고나 있었던 것인지요.
부모, 당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당신은 완벽한 부모였나요? 혹시 아이를 통한 대리만족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나요? “모두 널 위한 거야.” 이 한마디로 아이를 조종하려 하지는 않았나요? 치열한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 사회니까요.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것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었던가요? 아이가 경쟁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앞서 달려가는 것보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서로가 진심으로 먼저 보듬어주고 지켜봐 주어야할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시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웃음) 저도 쉬울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우리는 인간이기에, 하루하루를 부모와 자식이라는 자리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보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것을 혹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요. 매 순간 서로의 존재감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는, 부모는, 아이 인생의 조력자가 되어야지 조종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우리의 아이들은 비교할 대상이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0번째” 아이니까요.

《장시우 프로젝트》

성장과정이나 감정상태, 진로가 정해지고 조종되었던 장시우 프로젝트. 더 이상 만들어지고 조종되어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시우가 아닌, 시우 자신이 만들어가는 ‘진짜 장시우 프로젝트’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걸맞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성은 감정을 사랑해야 하고, 감정은 이성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성과 감정은 우리 안에 늘 공존해야 조화를 이루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은 감정이 있고, 감동을 할 줄 아는 존재이기에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조금 늦어진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너처럼 결정이 늦어지는 아이들이 있어. 엄마가 저러는 건 네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탁월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문제가 생겼다는 건 특별한 일은 아니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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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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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항’이란 장소를 두고 이런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다니 재밌고 좀 놀랍다. ^^

곧 서른 살이 되는 여행사 직원 엔도(‘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나리타공항에서 근무한지 3개월째다. 6년간 사귄 애인과도 헤어지고. 공항에서 일한다고 하면 화려하고 좋은 것만을 연상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그가 소속된 여행사에서 공항근무란 한직이다.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아포양’. 나름 성깔이 있어 공항에 잘 적응하지는 못하지만 여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본사에서 범한 사소한 잘못을 원만하게 덮어주는 전문가를 아포양이라 부른다는 것이다.(42페이지) 말 그대로 궂은 일 다 하고 몸이 열 개 이상이어야 안심모드로 근무하는 곳이다. 대부분 어느 정도의 경력을 채우고 밀려나는 사람이 오는 곳이라는 근무처인데 아직 서른도(!) 안된 엔도는 구석으로 밀려나듯 젊은 나이에 공항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그곳의 사건사고들은 오늘도 계속된다. 풋~풋~풋~!!!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그곳, 공항. 외관상으로 보이는 그 규모만큼이나 단어에서 풍기는 어감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참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예약해 놓은 여행을 떠나려 하지 않는 노부인, 허락받지 못한 결혼으로 불길한 예감을 우울해하는 신혼부부, 가족여행에서 혼자만 남겨진 소년. 우리의 주인공 엔도는 이들의 모든 사연을 접수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그게 아포양의 임무이자 자세이니까. ^^ 그리고 이어지는 엔도의 활약은 재미있고 떠날 날을 기다리던 엔도가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도 아포양 엔도가 있기에 나리타공항 이상 무!

누군가에는 꿈을 꾸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눈물과 함께 하는 이별을 떠올리게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치면서도 우연과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시 또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많은 장소들이 있다. 공항도 그 중의 한 곳이리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절로 진지해지고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항에서 이런 유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좀 의외다. 단순한 소개 글로 봤을 때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펼쳐들었을 때는 내내 웃음을 지으며 읽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기에 그들만의 사연도 많을 수밖에 없는 곳, 그래서 공감이란 이름으로 더 함께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나 그곳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 여객이 아닌 직원으로 보는 공항이란 세계는 참 많이 달랐다. 살짝(정말 살짝이야.) 반성한다. 가끔 맘에 안 드는 것들 해결해내라고 고객센터 전화해서 진상 고객 짓을 한 것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의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비슷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재미와 감동이 충분했던 이야기들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하늘로 날아오른 무거운 금속 덩어리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와 무사히 여기에 내려앉는다. 테크놀로지와는 인연이 먼 문과계인 나에게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일이다. 사람이 만들어내 기적, 예술과도 같은 장치. 공항은 그 예술의 일부다. 그리고 예술은 우연히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노란색 회전등을 단 몇 대의 차가 유도로를 오가며 점검 작업을 벌인다. 매일 반복되는 저런 끊임없는 노력이 이 예술을 완성시킨다. 그것이 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다.(168페이지)

작가의 이력이 재미있다. 여행사에 근무하던 작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3년 후에 글을 가지고 나타난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는 자신의 이력을 충분히 살린 『공항의 품격』으로 공항 그곳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들려주는 듯하다. 그 후속작인 『연애의 품격』도 곧 나온다니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아, 원래의 제목은 『아포양』이라던데 지금의 제목도 참 잘 어울리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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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고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리의 고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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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백억 원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인 도죠 슈이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다. 슈이치가 주말을 보내기 위해 갔던 별장에서 시체는 발견된다. 특이하게도 프로트 캡슐 안에서. 프로트 캡슐이란 현대판 고치라고 불리는데 캡슐 모양의 명상 기계다. 그 기계 안에서 알몸으로 누워 일정 시간을 보내면서 말 그대로 명상을 하는 것. 보통 40분의 시간을 그 안에서 보내면 6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 그 특이한 기계를 놓고 사는 슈이치가 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으로 사건의 추리는 시작한다. 그가 왜 살해를 당했으며,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추리가 시작되면서 용의선상에 오르는 인물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슈이치의 구애를 받았던 아름다운 여비서 사기오 유코, 유코와 애인 사이였던 주얼리 디자이너 나가이케 신스케, 슈이치의 이복동생인 슈지와 요시즈미 등.

살바도르 달리는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그 특이한 콧수염과 아내인 ‘갈라’와의 사랑으로도 유명했기에 말이다. 달리는 자신의 친한 친구였던 폴 에뤼아르의 아내인 갈라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상당히 고뇌한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아닐 것이기에. 결국 운명은 달리에게 갈라와의 사랑과 결혼을 허락했지만 달리는 죽은 형의 인생을 살아가는 고통이 너무 심했다. 갈라는 달리의 그런 고통을 덜어주고자 달리를 감시하면서 오직 그림만을 그리게 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그림을 그리게 하면서 감시까지 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런데 의외로 뜻밖의 결과를 얻은 셈이 된다. 강압에 가까운 환경에서 그린 달리의 그림은 명작으로 찬사를 받았고 달리는 자신이 그린 모든 그림에 갈라의 이름까지 생겨 넣는다. 하지만 그 명성도 갈라가 죽고 나서 끝이 난다. 갈라의 죽음 이후로 달리는 칩거 생활을 하다가 눈을 감는다. 갈라 이후로 누구도 달리에게 갈라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없었던 것. 그만큼 갈라에 대한 달리의 사랑은 컸던 것인가?

달리의 고치라 제목이 붙여진 이유는 읽다보면 저절로 알겠지만, 이 책에서 살해된 도죠 슈이치가 그 답이 된다.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해서 슈이치 스스로가 달리와 같은 수염을 기르고 달리의 그림을 수집하기도 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달리와 슈이치는 생일마저 같다. 독자인 내 생각이지만 슈이치는 달리의 사랑마저 신봉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애인이 있는 자신의 여비서인 유코를 사랑했고, 유코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슈이치가 유코를 사랑했던 또 다른 이유가 나중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프로트 캡슐과 고치.
태내의 낙원을 꿈꾸었던 두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달리는 자궁 안이 기막히게 쾌적한 낙원이라고 표현하고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할 만큼 그의 담론은 유명하다. 슈이치가 달리의 그러한 자궁 속의 낙원을 경험하고자 고치 모양의 프로트 캡슐을 별장에 들여다 놓고 즐기기까지 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도 같은 심리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외로워했던 슈이치가 그 자궁 안의 낙원을 즐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회사를 키우느라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의 휴식이 필요했기도 했고,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놓을 장소가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슈이치는 프로트 캡슐을 그런 용도로 활용했고 충분히 즐겼다. 단지 어쩌면 자신에게 본보기라고까지 여겼을지 모를 달리의 자취를 따라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은 우려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사랑이 당연하게 올 것이라는 그릇된 자만과 계획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의 예외사항을 간과한 것이 그 증거라고.

“누에는 고치를 짓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지. 진주조개는 껍질 속으로 침입한 이물질을 수천 겹의 진주층으로 감싸 보석을 만들어.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의 고치 속에서도 갖가지 것들이 변화해 다양한 무언가가 만들어지겠지.” (405페이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한 추리였지만, 그 진행과정을 보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혹은 갖고 싶어 하는 그 고치와 고치의 역할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갖게 한다. 누구나가 다 그런 시간이 있고 그런 도구가 있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의 그 가장 최적의 순간을 필요로 하는 시간.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자신만의 도구. 어쩌면 그런 장소일지도 모를 그런 곳(것).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하나쯤은 있다. 죽은 슈이치가 프로트 캡슐을 즐겨했던 것처럼 말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게 되는 ‘고치’. 어린 자아를 방어하기 위한 껍데기 하나쯤 갖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나에게도 고치가 있다. 나의 고치는 아마, 아니, 문명 소설을 쓰는 행위이리라. (중략) 왼쪽 서가에 나란히 꽂힌 나의 작품을 향해 손을 뻗어 책등을 어루만진다. 나의 소설. 나의 고치여. - (380, 386페이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도 그런 고치가 있다. 그가 쓰는 소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시리즈 중의 두 번째 작품인데, 나는 이 책으로 <아리스> 시리즈를 처음 읽거니와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처음 만난다. 추리소설작가 아리스와 범죄학자 히무라의 활약이 그럴듯하다. 제법 흥미롭게 시작하는 이야기와 결국 드러낼 것은 드러내고야 마는 추리소설이기에 큰 거부감이 없이 읽어갈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질투와 집착, 어느 대상에 대한 지나친 광신, 헛된 망상 같은 것들이 가져오는 이상들. 결국은 인간이기에 그런 것들도 같이 갖고 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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