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 창비아동문고 287
진형민 지음, 주성희 그림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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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공부방은 자본으로부터 배제된 아이들을 위한 게토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기표로서 공부방 아이들은 학원에 진입하지 못한 아이들, 돌봐 줄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 이주노동자 자녀들로 등치 되는 인상이다.

공부방이라는 장소와 그 장소의 주체로서 초원, 상미, 용수의 등장이 우선 반갑다. 이 작품에서 공부방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세 아이의 사회적, 물적 토대로 설명에 앞서 많은 이해를 내포한다. 그리고 이 세 아이는 공부방 아이들의 거세된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이다. 짐작한대로 그 욕망은 실패할 것이다. ‘아직은언제나가 될지, ‘언젠가는으로 뒤집어질지는 모르지만 당장의 욕망은 실패하였으나 아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흐뭇해할 수 있는 이유다.

공부방 삼총사인 세 아이에게 용수에게 축구화 사주기라는 공통의 요구가 생겼다. 용수가 규도 대신 배식 줄을 서주고 돈을 받는 일이 용수의 축구화를 사기 위한 공동의 욕구로 발전하여 급기야 셋은 돈 25천원을 욕망하게 되는 과정은 돈을 버는 일(빈 병 줍기, 줄 서기, 삥 뜯기)과 돈 버는 일의 어려움(빈 병도 주인이 있고, 줄 서는 건 자기 욕망을 배신하는 것이며 삥 뜯기는 삥 당하기), 겨우 1만원으로 좌절하는 것인데 전체적인 어조가 발랄하다. 세 아이들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빨리 선택하며 자기 욕망을 먼저 알아본다. 억지로 참지도 않고 자기들 처지를 슬퍼하지 않는다. 이미 내면화 되었다는 것인가, 처음부터 그랬기 때문에 불만이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겹치지만 이 작품이 아이들을 계급으로 나누지 않으려는 것만은 확신한다.

그저 돈의 가치에 대한 입장 차이,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노동의 대가 혹은 양도할 수 없는 욕망, 돈 버는 일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대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욕망, 돈 없이 불가능한 아이들의 현실 등을 슬쩍 배치할 뿐이다.

아이들은 돈 벌기에 실패했고, 치킨 한 마리를 셋이서 나눠 먹는 장면은 어쩔 수 없이 맛있다. 축구화에는 반도 못 미친 돈이지만 셋이 행복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돈에 닿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돈을 벌기란 불가능하다. 작품에도 그렸듯이 공부방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은 집 안에서 돈 벌기도 가능하지만 그건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욕망하는 것이 있다는 것.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욕망에 끝내 가능한 차선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건강함은 이 작품이 보여준 최선이다.

정치적 주체(<기호3번 안석뽕>, 분배에 따른 공동체 감각(<소리질러, 운동장>)에 이어 이번 작품은 경제적 나눔의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본다. 진형민의 작품이 늘 경험 혹은 연습으로서의 가치에 있다고 보는 나로서는 공부방 아이들의 건강한 나눔의 방식에 찬성한다. 나아가 이 공부방 아이들의 정체성이 미래세대가 되는 것도 슬쩍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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