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는다 -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이재복의 옛이야기 교육서
이재복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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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혹은 옛이야기가 아동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원종찬의 말을 기억한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근대 이전에는 아동기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당연히 그들을 위한 문학, 혹은 이야기가 따로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이 책은 옛이야기, 혹은 신화가 아이들에게 유용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옛이야기나 신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상징하는 것이다.

옛이야기나 신화가 지금도 읽히는 것은 이야기나 신화가 담고 있는 상징 때문이다. 그 상징은 한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힘과 같다.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감성을 배우고, 옳고 그름을 알며 지혜를 배운다.

 

저자가 옛이야기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꿈이다. 꿈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꿈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해석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꿈이 옛이야기가 되고, 옛이야기는 꿈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아이들이 꾸는 꿈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꿈이 그 아이의 심리상태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메시지라는 것. 독자가 무의식이나 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옛이야기나 신화는 옛 사람들의 내면을 드러내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종의 경전과 같은 의미가 있다(134).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말문학이기 때문이다. 말문학이 갖고 있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서 가능하다.

옛이야기나 신화가 글문학이 아니라 말문학이라는 것은 중요한 차이다. 지금 다시 만들어 지는 이야기가 글문학이 아니라 말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책이 현실적으로 나에게 유용했던 것은 을 적어보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적어보고 앞뒤 문맥이 통하지 않는 미완성 꿈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보는 일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렇게 꿈을 적어보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다보니 옛이야기의 환상성이나 신화의 비현실성이 이해가 된다. 나처럼 판타지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 작업이 효과가 있다.

판타지는 상징이라고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꿈을 적어보고 해석하고 생각하다보면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나로서는 판타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이질감을 약간이나마 벗어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다.

 

옛이야기는 그것이 담고 있는 상징, 혹은 의미 해석이 중요하다. 옛이야기를 즐겼던 층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유통시키고 얻고자 했던 것이 이야기를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이야기 하나가 단순히 재미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유통 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옛이야기와 같은 내면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라,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진실의 세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인과관계의 합리적인 사실성보다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욕망(행동의 세계관)의 진실성에 더 무게 중심이 두어질 수 밖에 없는 거지요.”(206)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덮었다 벗었다 하면서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마지막 해설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이야기가 하고자 했던 뜻이 정리되고는 했다.

그렇게라도 이야기가 전승되었는데, 지금은 말문학으로서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무릎 배고 옛날 얘기해달라고 할 할머니도 없다. 글은 많아졌는데 이야기로서의 말은 부쩍부쩍 줄어들고 있다.

앞 세대가 뒷 세대에게 전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다. 해줄 말이 없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문제구나 싶다. 줄어든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을 무엇이 채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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