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사냥꾼 - 박물학자를 꿈꾸었던 국문학박사의 자연이야기
기태완 지음, 기성재 그림 / 보고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안녕? 수줍은 곤충 사냥꾼!

지금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어른이 되어있겠지만 책 속이니까 나도 나이를 바꿔 네 나이가 되어보고 싶어. 친구 먹자는 얘기야. 괜찮지?

 

봄부터 겨울까지 일년 내내 너는 참 재미나게 지내는군.

별 놀이거리가 없었겠지. 그래도 사냥꾼은 좀 달랐던 것 같아. 전문가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공부도 많이 한 것 같고. 남다른 눈을 가진 것 같아 부럽더군.

이 책을 읽으면 곤충 사냥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도 너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 할 것 같아. 만약 어른들이 읽는다면 어린 시절 자기를 닮았다고 오랜만에 추억에 잠길거야. 아이들이 읽으면 당장 잠자리채를 들고 참나무 숲으로 가자고 할지도 모르지. 가까이 참나무 숲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 아이가 도시에 산다면 맥 빠질거야.

그만큼 곤충 사냥꾼의 생활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더군.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모두 사냥꾼의 놀이였잖아. 놀이 같은 삶!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 했어. 황구렁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나도 소름이 돋았지. 나도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뱀이거든.

나도 밭에 가려면 산길을 걸어가야 했어. 그런데 그 길에는 뱀이 꼭 나타났지. 산 입구에 들어서면 돌맹이를 하나 보지 않고 뒤집어. 속으로 비는 거지. 오늘은 뱀을 보지 말게 해주세요. 효험이 있는지 모르지만 뱀을 보지 않았지.

누가 뱀을 잡아 나뭇가지에 걸어놓으면 그게 말라 쪼그라질때까지 매달려 있어. 그 밑을 지나가려고 하면 그게 내 머리꼭지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후다닥 지나가야 했지.

아무튼 나는 뱀이 무섭고 싫어.

 

그나저나 너는 정말 곤충을 좋아했나봐!

나 같으면 좀이 쑤셔서 몇 시간 씩 개미 군대의 싸움을 들여다 보지 못할 거야. 사슴벌레를 사냥하는 법도 모르지.

사슴벌레를 사냥하고 기르면서 이것 저것 먹을 것을 갖다 바치는 사냥꾼 모습이 웃겼어. 사냥꾼 말처럼 처지가 바뀌었더군. 가재 잡는 데 개구리 뒷다리를 미끼로 쓰는 건 처음 알았어.

 

삼촌이 좋은 분이셨나 봐. 나는 삼촌이라고 부른 사람이 없어서 잘 몰라. 함께 토끼를 잡고 연을 만들어 날리는 삼촌이 있는 사냥꾼이 부러워지더군.

 

설마 곤충 사냥꾼의 이야기를 곤충 과학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없겠지?

절대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래. 이건 과학책이 아니라 이야기니까 말이야. 곤충을 지독히 사랑한 소년의 이야기. 그래서 곤충사냥꾼을 통해 자연의 이야기를 듣기를 바래. 소년과 자연이 어떻게 사랑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풍요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지.

나는 오랫동안 곤충 사냥꾼을 기억할 것 같군. 언젠가 참나무 숲에 갈 일이 있으면 저녁때를 기다려 나무를 한 번 흔들어 볼 생각이야. 도토리가 떨어져 있으면 그 주변도 한 번 둘러봐야겠지? 혹시 거위벌레가 드릴로 구멍 내는 걸 보는 행운이 올지도 몰라. 돋보기가 없어서 힘들까?

곤충사냥꾼이 나비잠자리라고 부르는 잠자리 있잖아. 책 표지를 꾸미고 있는. 어쩌면 그리도 매혹적인 날개를 가진 잠자리가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나비 잠자리와 아주 조금 닮은 물잠자리가 있었어. 그 잠자리도 너무나 가볍고 재빨라서 손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가 없지. 나도 잠자리를 제법 잡는데, 그 잠자리는 어찌나 도도한지 쉽게 잡히지 않아서 애 좀 탔어. 어쩌다 잡으면 전혀 느낄 수 없는 날개의 가벼움에 분명 손에 잠자리가 있어도 없는 듯. 까만 날개의 물이 손에 들까봐 약간 겁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

 

사실은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온지 오래 되었어. 잠자리를 잡으러 돌아다니는 꼬마들이 있기나 할까? 멱 감던 아담한 도랑도 진즉 없어졌지.

그래서 더욱 사냥꾼 이야기가 나를 안달나게 하는가봐.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놀이들이, 그 호기심이, 영영 추억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무튼 곤충사냥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무척 행복했어. 수줍은 것 같으면서도 완전 날쌔고 치밀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놀라웠지. 넌 좀 멋있었어!

 

뭐니 뭐니 해도 곤충 사냥꾼이 말한 그 많은 곤충을 사진이 아닌 손그림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사진보다도 훨씬 생동감이 느껴지더군. 멋진 동무를 두었나봐.

 

더 긴 이야기를 나눌려면 아마 너를 만나야겠지? 그럴 수 없으니까 이쯤에서 마음을 접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 생각나면 책을 들쳐보면서 사냥꾼을 불러볼게.

수줍은 곤충사냥꾼! 널 만나서 반가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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