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스 크루 사계절 1318 문고 41
신여랑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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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으로 말하다

춤은 인간의 육체를 매체로 삼아 감정·사상·정서 등을 율동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브리태니커)다. 직접적이며 솔직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몸은 즉흥으로 반응하고 생각 이전의 행동이기 때문에 다른 표현 수단 보다 단순해 보인다. 그 단순함은 특히 비보잉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음의 꺾어짐이 많고 속도가 빨라서 어른들 귀에는 당최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리는 힙합 음악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춘다. 그들의 춤은 비보잉이며 그들을 비보이라 부른다.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가 잠시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비보이를 꿈꾸며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왜 비보잉의 불꽃이 이곳 한국에서 다시 살아난 것일까? 묘기에 가까운 그들의 몸짓을 보노라면 저렇게 제 몸을 제 마음대로 다루며 춤을 추고 나면 마음 하나는 시원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보잉 특유의 열기는 그래서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무언가에 억압 되어 있는 것이 많을수록, 털어내고 싶은 것이 많을 수록 그 춤은 아이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2. 질투는 나의 힘

진구와 몽구는 형제 비보이다. 형 진구는 타고난 춤꾼이고 몽구는 형 따라 다니면서 배운 춤이다. 몽구는 형따라 몽구스크루 멤버가 된다.

진구는 말보다 몸이 앞서는 아이로 자라면서 자주 싸움의 원인이 되어 엄마를 애태우는 아들이다. 큰아들이 변변치 못한 것이 엄마는 안타까워 늘 진구를 끼고 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어리광을 부리는 진구를 한없이 받아주는 엄마다.

진구와 엄마 곁에서 몽구는 소외감을 느끼고 형에게는 질투를 갖는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것도 질투가 나지만 무엇보다 진구가 비보잉을 잘한다는 것에 더 강한 질투를 느낀다. 게다가 몽구의 마음을 설레게 한 비걸 진내인도 형의 여자친구가 된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보다 비보잉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만큼 몽구 역시 비보잉에 푹 빠져있다. 형에 대한 질투는 비보잉을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발전하고 몽구는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노력한다.

동생 몽구를 질투하는 것은 형 진구도 마찬가지다. 몽구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 형인 자신보다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는 몽구에게 진구 역시 질투의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몽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키도 작고 어리숙한 자신을 창피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면서 형제의 갈등은 깊어진다.

질투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질투의 마음 속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이 있다. 또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나은 것에 대한 부러움의 마음이 있다.

몽구는 자신도 비보잉을 하지만 상대가 안될 만큼 타고난 비보이인 형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괴롭다. 형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 또한 형을 편애한다고 생각한다. 몽구의 질투가 파괴적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질투의 힘이다.

형과 갈등하면서 몽구는 비보잉에 대해 더 열심히 생각한다. 어느 순간 자신이 비보잉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누구보다 잘 하기 위해서 그토록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춤을 춰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형에 대한 질투와 형만 편애하는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한 비보잉이 어느 순간 몽구의 존재 이유가 된 것이다. 이제 비로소 몽구는 비보이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짓에 집중하고 몸짓이 주는 자유를 만끽할 줄 알게 된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한 것이라고 했다. 좋아서 하는 것을 넘어 이제 즐길 수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3. 비보잉 그룹 ‘몽구스크루’

몽구스크루 멤버는 정말로 비보잉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다. 이들이 비보잉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들이는 노력, 갖고 있는 에너지는 전문 비보잉과 다르지 않다.

생각의 차이로 갈등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서로를 믿는 마음도 크다. 영진, 승, 진구, 몽구, 도형은 각자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비보잉에 대한 열정은 같다.

오디션에 합격해 본격적인 비보잉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했던 진구가 독단적인 행동으로 팀과 불화를 겪고 나왔을 때도 이들은 진구를 받아들인다.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료로서 진구를 이해하는 대목이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공부에 몰입해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몽구스크루>는 비보잉의 세계를전면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청소년 소설에서 잠깐씩, 그러나 자주 등장하는 비보잉이 이 소설에서는 주요 소재로 작용한다.

비보잉 초보자들에게는 비로소 비보잉의 세계로 한 발 들여놓을 수 있을만큼 정보를 주는 것이 또다른 재미다. 지나가는 한 장면이 아니라 본격적인 이야기 대상이 되어 공부 말고도 몰입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몽구스크루의 멤버들이 자신의 비보잉 수준을 조금 더 끌어올리기 노력하는 장면은 실재 비보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알기 위해 아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오로지 공부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또 하나의 출구를 보여준다. 비보잉이 평생의 직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비관적이다. 평생직장을 성공으로 생각하는 시각에서는 한때의 추억으로 남아야 마땅하다.

설령 학창 시절에 비보잉에 몰두 했던 것으로 끝날지라도 무언가에 그만한 열정을 쏟았다는 추억은 의외로 힘이 세다.

산 하나를 넘은 힘으로 무수히 펼쳐지는 산에 다시 오를 힘이 생기는 법이다.

성장소설로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공부와 취미를 병행하며 갈등하는 청소년의 모습에서 빗겨나 있다는 것에서 찾고 싶다.

<몽구스크루>는 공부 말고 다른 것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보잉의 세계는 알고 보면 한때의 관심으로 시작해 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세계다. 몽구 엄마 말을 빌려 ‘그딴 짓’으로 우습게 볼 게 아니다. 그래서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이 나왔는가 싶을 만큼 어렵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공부도 비보잉도 다 어렵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어려워서 포기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승이 돈 때문에 비보잉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나 성적 때문에 삶을 놓아버리는 것이나.

그렇기는 해도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면 제 삶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자신감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주도라는 말은 학습에서도 쓰이지만 우선 자기 삶에 적용되는 말이 되야 한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기업에서 스카우트를 하는 프로를 본적이 있다. 그들은 전문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로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다.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들의 전문가적인 모습이었다. 당시 내가 보았던 장면은 도예를 전공하는 아이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로 화장실을 새로 꾸미는 것이었다. 자신의 도예 작품을 직접 들고 나왔는데 내가 본 그들의 작품은 아주 훌륭했다. 고등학생의 실력이 저 정도로구나하고 생각했고 그 학생들이 그 분야에 들인 시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등으로 누가 스카우트가 되는 것도 관심사였지만 그 순간 나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에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진심으로 그 학생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

<몽구스크루>에 등장하는 비보이들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이미 상대가 없어 보이는 진구는 그렇다쳐도 영진, 승, 도형이 자신만의 비보잉을 찾아가는 모습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형에 대한 질투로 힘들어 하던 몽구도 누구보다 잘 하기 위한 비보잉이 아니라 자신이 즐겁기 위해 비보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자유의 상징 비보이가 되어 간다.

많은 청소년 소설이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생의 어느 순간이 지금 이순간이 아닌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하나 청소년 시절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열정적으로 보내야하는 순간이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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