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의 세 친구 창비청소년문고 3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패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은 그 실패가 잉태하고 있는 희망의 씨앗 때문일 것이다.

<갑신년의 세 친구>는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등 갑신정변 주요 인물 셋을 다루기는 하지만 갑신정변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정변을 일으키고 삼일 만에 막을 내린 젊은 개혁가들의 좌절을 절정에 두되 당대 시대 상황을 면밀하게 그려냄으로서 짤막한 역사적 사건에 살과 근육을 입혔다. 그래서 독자는 빈약한 역사적 사실의 행간에서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역사적 당대 현실을 체험하게 되었다. 새삼 안소영의 작가적 능력에 감탄하였다.

 

김탁환은 <김탁환의 쉐이크>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자세로 100권의 책을 준비하라 했다. 이야기 하나를 ‘머뭇거리며’ 준비하는 동안 100권의 책을 준비하여 도움을 받는다고 하였다.

단 몇 줄 기록으로 남은 역사를 재현하고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인데, 안소영이 <갑신년의 세 친구>를 역사적 공간에 재현시키기 위해 참고한 도서 목록은 책 뒤에서 확인할 수있다. 나는 이 아직까지 이야기책 하나를 내기 위해 이토록 많은 자료를 읽고 공부하였다는 기록을 보지 못하였다. 참고 자료를 보면 이 작품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치 있고 재미가 있는 까닭은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으로 살아나는 시간 저편의 인물들이다. 이름 석자로 남은 김옥균은 마치 지금 내 옆에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릴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수고 덕택이다. 그녀가 참고하고 만들어낸 김옥균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졌으며 호리호리하게 큰 키에 갸름한 얼굴이다. 얼굴빛은 백송 줄기만큼이나 희었고, 가늘고 긴 눈매는 젊은이다운 자신감과 단호함이 어려있다. 책 끄트머리에 실려있는 김옥균은 사실 별 표정이 없다. 하지만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김옥균은 이토록 생생한 젊은이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조선의 모습을 풍전등화라 하였다. 이 책은 풍전등화의 조선을 글로써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을 암기로 받아들이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신년의 그 청년들이 세상을 개혁하지 못했다 하나, 거슬러 박지원의 사랑에 몰려들어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던 이덕무, 박제가 그들 또한 실패한 인물들이었다.

완전한 실패란 없기 때문에 실패한 역사 속에서 또 누군가는 희망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의 사랑에서 갑신년의 세 친구들의 운명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안소영의 전작 <책만보는 바보>와 함께 읽어야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