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사색 -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이계삼 지음 / 꾸리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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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에서 저자는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고민했다면 <변방의 사색>에서는 학교 밖으로 나온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학교 안에서 교사의 모습을 고민하지만 어느덧 그는 활동가의 근육이 단단해진 모습이다.  

최근 2-3년 사이 자신이 겪고 목격한 묵직한 사건들에 대한 사색이 담긴 이번 책은 저자가 힘들었던 만큼 읽는 사람도 함께 힘이 들었다. 세상은 그나마 제자리 걸음이라도 하는가 싶었는데 이젠 더이상 걷기를 멈추어 버린 것만 같다. 나는 늘 궁금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고 옳다고 하는 일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나처럼 그저 변두리에서 멍청한 눈으로 곁눈질이나 하면서 이것도 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인가. 새삼 이 세상에 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김진숙 보다 그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고, 강정마을을 그대로 두라는 사람보다 기어이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다. 사람과 자연은 한 몸이라 자연이 아프면 나도 아픈 지율 같은 사람보다 삽질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본과 권력까지 양 손에 들고 있다.   

나는 그가 언제까지나 교사였으면 좋겠다. 그가 학교 '안'에서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좌절도 절망도 하겠지만 그가 아니면 안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나의 스승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전교조도 좌초직전이고 진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맥을 못추지만 그가 최후의 보루라도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리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흙과 일의 중요성에 깊이 닿아있는 그의 생각이 실행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가 그렇게 살 수 없기에 더 간절히. 

그가 참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나는 "아이들은 미래의 유권자이며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떠넘기는 이 사회의 온갖 문제를 풀어가야하는 당사자들"이라는 말 속에서 깊이 느낀다. 자식에게 지금보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부모(기성세대)의 몫이 아닌가. 나는 그가 한 이 말에서 뭍 아이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속깊은 스승의 걱정과 미안함을 느낀다.  

늘 어둠이었고 새벽은 아직도 멀다. 나는 그래도 새벽이 온다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저 여전히 어둡고 답답할 뿐, 전망 혹은 희망을 얘기할 수 없다. 나는 비겁하고 사는 일에 게으른 사람이다. 이런 깨달음도 이계삼 같은 선생님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으리라.  

몸만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음도 멀리 있었던 김진숙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할 길 없어 이계삼이 알려준 그녀의 책 <소금꽃나무>를 주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것뿐이라고 짐짓 이것이 최선인 양 하는 꼬라지를 용서하지 않을테다. 너, 그러지 마라. 이래 저래 내가 마음에 안든다. 이게 뭐냐고. 이 더운 날, 선풍기 펑펑 돌려가며 한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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