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특별판) 문학동네 시인선 6
이홍섭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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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며, 생김새며, 기다란 손가락 까지 알고 있는 사람의 시를 읽는다. 읽는 사람은 나지만 목소리는 시인의 것이다. 그래서 더 잘 들린다. 물론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심연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먼 시도 있다. 아는 사람의 시를 읽는 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의 자리를 가늠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홍섭 선배의 시가 왜 이리 아프고 서럽고 쓸쓸한지 모르겠다. 그 사이 아이를 얻어 그 아이가 '지누아리'를 좋아하는 일곱살배기로 컸구나. 반갑고 기쁘다.  시인을 아비로 둔 아이를 생각해보았다. 곱고, 연하고, 선하고,  툭하면 울것도 같고, 그러다 생각하지도 못한 장난을 치기도 할 것 같다. 만약 아버지를 닮았다면. 그래서 나는 열심히 아이가 등장하는 시를 찾았고 그 시들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좋은 시가 뭔지, 시가 뭔지 이제는 그것도 가물가물해졌지만 이홍섭의 시를 읽는 동안 쓸쓸하고 사랑스럽고, 살아있는 것이 고마운 일이고, 헤어지는 일이 슬프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일이 신기하면서도 아프고, 부모가 늙고 병드는 일이 나 또한 피해갈 수 없고 살아 생명이 다 귀하고 슬프고 애틋하다는 것을 '소름 돋게' 절실하게 느껴 진다면 나는 그런 시를 좋은 시라고 하겠다.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얼굴을 대면하지 못한 채 이렇게 간간이 들려오는 시집으로 소식을 접하겠다고 생각하니 이번에는 너무 오래 걸리지 말고 새로운 소식을 듣고 싶다.  

내가 떠나온 뒤로 영 너머 강릉이 허전하고 쓸쓸했는데 이제는 주인이 돌아왔으니 그 뜨락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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