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싱 마이 라이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9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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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수의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을 읽으면서 작가가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겠구나 생각했다. 냉정하다는 것은 현실을 담되 감정에 치우치거나 손을 대지 않고 잘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자니 답답한 현실을 가장 내밀하게 겪으면서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지금 <키싱 마이라이프>를 늦게 읽으면서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두 남녀 아이가 좋아해서(사랑?!) 호르몬에 못이겨 서로 만지게 되고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고 결국 아이를 낳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연이는 부모의 도움을 비롯해 어른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 미혼모가 되는 과정에서 기성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인가 싶어서 화가 났다. 하연이의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채강이는 알바로 돈을 마련하고 여자친구 진아와 진아의 남자친구 현규 또한 미혼모 친구를 위해 학원을 가지 않고 알바로 돈을 마련한다. 끝까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하연이는 미혼모를 도와주는 시설을 찾게 되고 출산을 한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다. 정말? 정말이다. 여기서 끝이다. 그 사이 엄마가 알게 되지만 입양을 놓고 고민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입양을 할 지 말지, 학교문제, 채강이와 채강이 부모와의 문제 등 출산을 하기까지도 어려웠지만 출산 후의 문제를 열어 둔채 소설은 끝났다.  

그 많은 일들을 어찌하라고 이렇게 끝을 맺고 제목은 또 <키싱 마이 라이프>란 말인지.  내가 왜 결말을 꼬투리 잡고 싶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소설을 어른을 대상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면 독자를 좀 더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한순간의 실수로 임신을 하고 가출하고 친구들의 알바 도움을 받으며 미혼모 시설에 의탁하여 아이를 낳고 입양하거나 직접 기르다가 또 어려워 다시 시설에 맡기는 현실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 다음에 들이닥칠 어마어마한(좀 과장을 해야겠다. 양육은 이렇게 큰 문제다) 일들에 대해서는 어쩌라는 말인가. 공감을 끌어내고 이것이 우리 청소년의 현실이라면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자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청소년의 고민과 성장을 다루는 소설이라면 이런 식의 결말은 무책임하다는 판단이다. 일단은 출산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부터 진지한 고민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혹은 지금은 그 순간에 좀더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해가 간다. 많은 미혼모들이 출산을 할 지 말 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 순간을 갖지 못한 채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시간을 보냈음을.  

아이를 낳고 기른 사람조차 이런 결말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청소년들에게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책을 덮으며 그것이 나는 먼저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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