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89학번이다. 80년대 맨 가장자리, 변두리에서 나는 그마마도 발 한짝 안으로 들여놓지 못한 존재다. 전교조 세대로 시작하는 90년대와는 질투로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지금은 그 무엇도 아닌 존재다. 지금 이 시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있을가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걸로 봐서는 아마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표백>을 읽으면서 아, 내가 결국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표백 세대들을 좌절과 절망, 혹은 완성된 사회를 유지하하는데 필요한 부품으로 그들을 이용하는 비정한 기성세대 축에 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가 청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면 <표백>은 현실의 개인들이 겪는 문제는 본격적으로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말보다 힘이 있어서 좀더 진지하게 듣게 된다.  추리 소설의 형식까지 띄고 있어서 더 흥미롭다. 현역 기자의 글이라 군더더기도 없고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공간의 묘사는 리얼하다.

완성된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자살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저항, 혹은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는 자살 선언의 요지는 분신이나 타살 보다 세련되었지만 그래서 더 모른척 하고 싶어지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어보여서 더 그렇다.  그렇게 까지 자신을 내세워야 하는 그들 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기성세대 축에 끼어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완성된 사회에 끼어있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다.  

그들을 자살까지 하게 만든 원인이 해결 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7급 공무원 '나'의 삶도 눈물겨운 투쟁의 연속이라는 것도 아는 독자는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대로 그냥 계속 쭉 살아야하는 것인가, 한쪽에서는 스스로 사라지고 한쪽에서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들이 갔던 그 곳을 향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같은 시간들, 어쩌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널부러져 있는 사이 모든 일이일어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좀 체 따라주지 않는 행동이 엇박을 내면서 내 삶도 꼬이는 일이 태반이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흔 두살 전업주부가 할 수있는일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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