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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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시간이 많지만 나는 올해 망고와 쩜백이, 쏙천을 만나서 기쁘다. 이방인이 되어서도 가진자의 힘을 갖고 있는 망고네와 쩜빠네 관계가 한숨을 자아내게 하지만 끝내 당당하게 친구를 만들어가는 쩜빠가 고맙고 감사하다. 우리가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생로병사를 비롯해 내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은 이 지구상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그 아이들이 욕망조차 가질 수 없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쩜빠가 압사라 춤을 추고 싶어하는 욕망 혹은 희망은 한국의 아이들이 최고 대학을 가기 위해 서너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쩜빠에게 있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을까. 망고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망고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망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쩜빠였다. 물론 망고의 충격적 사고를 쩜빠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고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산하지 않고 순리대로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쩜빠의 마음은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은 한국 관광객이 쩜빠를 '튀기'라고 할 때 망고가 자기 소개를 마친 후 '튀기'가 아니라 '혼혈'이라고 콕 찝어 고쳐주는 장면이다.  

수아, 망고는 그간  내가 본 청소년 소설 인물 중에서 가장 성숙한 사람이다. 물론 쩜빠도! 어른 같다거나 어른보다 낫다는 것이 아니라 십대 답고 , 십대 답지 않다는 의미다. 기억을 잃을 만큼 충격적인 사고를 겪기도 하지만 화날 때 화내고, 말 할때 말하고, 참을 때 참고, 나눌 때 나눌 줄 아는 수아와 쩜빠가 좋다. 50달러와 500달러의 가치가 서로 같은 것처럼 둘은 다르면서도 닮았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매력은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캄보디아 여행 4박 5일을 함께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행의 매력은 낯선 사람들이 만나 가까워지는 과정일 것이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런 약속을 할 만큼 가까워진 다음에 우리는 여행을 마친다. 여행지에서 가이드는 그곳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다. 그래서 헤어질때는 피붙이와 헤어지는 것 처럼 마음이 짠하다. 언제 다시 만나랴 싶기도 하고.  

티격태격하는 수아와 쩜빠,  삼콜할배의 싫지 않은 간섭, 미경아줌마의 씩씩함, 쏙천의 순수함, 마지막 남은 힘으로 딸을 위해 버티고 있는 엄마가 모두 사랑스럽다.  

그리고 수아가 입었던 체육복이 캄보디아로 날아와 그것도 쏙천이 입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 인연인 것 처럼 우리는 어떤 무엇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다. 결코 소외받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혹은 잊혀지거나  추락하거나 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끝내 이끌고 있을 것만 같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데 캄보디아에서 돌아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니 온통 가시투성이이고 이렇게 폭력적인 사회가 있을까 싶어 다시 떠나고 싶다.  

언젠가 캄보디아 여행길에서 가이드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단다. 그래서 남이 보기에는 가난하고 게으를 수 밖에 없다고 업신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결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집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지 재산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달러를 벌기 위해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는 아이, 학원 때문에 단 30분 밖에 놀 시간이 없다고 하는 아이, 내 눈에는 두 아이 모두 안쓰럽다. 

망고처럼 지금의 내가 좋아지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뭔가를 지나온 사람, 혹은 '극뽁'한 사람에게 열매처럼 주어지는 것이 바로 '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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