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 얼굴
엄기호 지음 / 낮은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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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돌보지 마라’는 제목이 이상했는지 열 살 아들이 갸우뚱 한다. 남은 돌보고 도와줘야한다고 배웠는데 제목이 이상한 모양이다. 엄마가 그런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뭐라 오래 설명하지는 않고 그저 너도 이상하지? 정도로 넘어갔다. 나도 이상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민낯을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비추어 보여준다. 읽다보면 왜 이토록 우리 마음이 아프고 늘 피곤한 지 원인을 알 수 있다. 몸이 상품이 되고 소비가 되는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끝장 모습이다.

그렇다면 해결하거나 혹은 작은 희망의 빛줄기라도 잡을 방도는 무엇인가.

저자는 공동체에서 대안을 찾는 것 같다. 희망과 연대로 뭉친 공동체가 파편화 되고 개별화 된 인간들을 모으고 인간성 혹은 영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아울러 사유 하기를 권한다. 사유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금방 해답이 나오는 문제도 있지만 오래도록 생각해야하는 문제도 있다.

늘 열혈 남아의 고조된 억양에 함께 흥분하며 책을 읽게 된다. 함께 분노하고 가슴을 치며 속상해 한다. 이게 현실이라면 나는 현실을 정말 모르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반성하며 읽는다. 상대적으로 내가 중산층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다는 안도감 마저 들게 하면서 또 한번 죄책감에 빠지게 한다.

하자센터나 간디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교육들이 해답처럼 들여오는 것이 나는 왜 불편하고 힘들까. 간디학교에 입학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그런 것 같다. 까다로운 심사와 자격 조건이 있어서 마음 하나로는 안된다는 패배감에 빠져버렸다. 분명 잘 모르고 짐작하는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 본격적으로 대안교육을 생각해 보지 않는 탓도 있다. 하지만 늘 공동체를 꿈꾸고 대안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인데 왜 자꾸 그것 또한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뭐든 구하는 자가 얻는 것이 진리라면 내가 구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면 정말 공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은 희망없이 공부하는 기계로 조립될 수 밖에 없는가.

모두가 대안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어느 정도 대안학교가 귀족화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다. 투정이나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자의 빈정거림이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든 공교육 현장의 아이들도 뭔가 출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바램이다.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이다. 튀거나 문제거나가 아닌 정말로 평범한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은 누가 위로해주어야 하나.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걸 극복하고 함께 하자는 것이 연대일텐데 나는 어디서 연대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갑자기 심각해졌다. 희망의 연대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돌보지 마라는 신자유주의의 얼굴에 훅을 날릴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다. 그냥 전전긍긍 누가 날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사유를 하고 선택을 하고 실천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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