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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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요근래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를 보면서 하버드 대학생들의 깊이있는 질문과 교수의 폭넓은 대화 수업을 부럽게 보았다. 괜히 하버드 대학생이 아니구나 솔직히 부러웠다. 날것의 말을 철학의 언어로 정리해주는 강의실의 모습이 부러웠다.  

엄기호의 이 책을 통해 나는 이 시대 청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내가 부러워했던 하버드 대학생 못지 않은 청춘이었음을 알았다.  엄기호는 선생으로서 샌델 교수 못지 않았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책은 저자가 직접 수업을 진행했던 내용이 바탕이 되었다. 문화 인류학이라는 과목을 진행했는데 수업의 주제는 다분히 사회적이다. 살아있는 주제를 선정해서 집중적인 대화가 오고간다. 그 사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삶이 학문적인 언어, 철학적인 사유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한다. 잉여라는 마음 아픈 현실을 위로받는 것은 내 삶이 결코 의미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확인하는 순간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청춘들을 이해하는 말로 가득하다. 청춘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눈에는 백수처럼 보일지라도. 문제는 오히려 학교밖의 사회며, 제도며, 기성 세대들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실감나게 제시하기때문에 공감하기도 쉽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하다.  

나는 책이, 사유가 사람을 치유할 수있다는 것을 믿는다. 책 속에도 말하듯이 누군가 내 얘기를 귀담아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삶은 비루하지 않다.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선생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것도 고맙다.  

유한한 미래에 저당잡혀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삶을 조금만 다르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치열하게 살든, 잉여로 살든 삶은 가치있다.  누가 뭐래도 자기 삶에 가장 열심인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그걸 인정하면 너는 왜그렇게 사느냐고 한심해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의 깊이는 눈에 보이는 얄팍한 현실을 인식하고 사유할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삶의 깊이를 헤아리는 인식의 힘, 사유의 힘을 생각하게 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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