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쿠쿠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1
조우리 지음, 백두리 그림 / 낮은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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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른의 손바닥만큼 작고 공책처럼 얇은 <내 이름은 쿠쿠>를 읽고 난 뒤 가만히 밀려드는 감정이 꽤나 묵직하다. 위로와 감동으로 꽉 채워진 감정이었다.

이 작품은 박살 직전에 처한 한 가족의 삶이 무사히 제 궤도에 들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안락사(일종의 처리) 지경에 처한 유기견 쿠쿠(가족이 된 뒤 얻은 이름)를 한여름 네 가족이 구했고, 해체 지경에 몰린 한여름 네 가족을 쿠쿠가 구하고 비로소 안락하게 죽음에 드는 일련의 과정은 내내 쿠쿠를 통해 말해진다.

문학에서 비인간을 화자로 쓰는 일의 유용함을 이 작품이 아주 잘 활용했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입으로 바로 말해지지 않고 비인간 쿠쿠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거리 두기(문학적으로 낯설게 하기)를 함으로써 감정의 남발을 막되 작품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깨지기 직전, 가족의 삶을 살려내려는 의지와 간절함이 절제된 형식으로 표현되었던 집 안 청소 장면이어야 한다. 또 하나는 제 몫의 삶을 잘 살아 낸 뒤 눈을 감던 순간의 쿠쿠. 구하고 돕는 일이 문학적으로 표현될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매우 훌륭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아이야, 지구에서 너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는 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 이제 아이야, 두 번은 오지 않을 여름처럼 뜨겁게 살아가길. 나처럼 단단한 이빨을 가지고 네 인생에 다가오는 위협을 멀리 쫓아 버리길. 우리가 달렸던 길들을 언제나 기억해 주길.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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