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 초급 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이미선 지음, 루루 그림 / 미래주니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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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으로 한 급수가 오른 만큼 퍼즐의 규격도 5×5, 6×6으로 더 커졌습니다. 입문편에도 5×5가 나오긴 했지만 대신 문제의 난도가 낮았는데 이제는 문제도 살짝 더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정도는 되는 레벨이며, 정 안 되면 옆에서 어른이 조금만 도와 주면 됩니다. 

p32의 퍼즐 14번을 보면 문제가 모두 8개가 나옵니다. 입문편에서도 그랬지만, 비슷한 말에는 (비)라고, 영어 힌트에는 (영)이라고 단어 앞에 기호가 나와 풀이를 돕습니다. 영어도 요즘은 어려서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그런 코스를 미리 밟은) 아이들한테 영단어도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도, 아이들한테는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단지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 하나를 더 아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를 통해 말로 지어지는 집의 튼튼한 구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재를 최대한 잘 이용하려면 이 비슷한 말 코너를 잘 학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33에는 수수께끼 하나가 나옵니다. "닦으면 닦을수록 똑똑해지는 것은?" 답은 "학문"이라고 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저는 조금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냥 넌센스 퀴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이 이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p38을 보면 가로열쇠 1번 힌트가 "벚나무의 꽃"입니다. 이 역시도 아이들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답이 "벚꽃"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벚나무가 뭔지 모를 수 있습니다. 물론 철이 되면 서울에도 윤중로에 벚꽃이 피기 때문에 벚꽃이 뭔지는 알겠죠. 그럼 벚꽃이 피는 나무가 바로 벚나무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이는 답과 힌트가 같은 층위에 놓인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튼 여기서 제가 좋게 본 대목은, 비슷한 말이나 영어 외에, 이 교재에서 아이들한테 또하나의 교육 포인트를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벚꽃을 벗꽃이라고 잘못 쓸 수 있다고 지적해 주는 코너가 있어서, 맞춤법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p50의 23번 퍼즐을 보면 가로 1번 열쇠에서는 낱말의 정의만 제시했는데, 바로 아래 줄의 맞춤법 코너를 보면 발자욱이라고 쓰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발자욱이라는 오표기 자체에 익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발자욱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잘못 써도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힌트에서 이처럼 발자욱 vs 발자국이라고 대놓고 말을 했기 때문에, 답이 너무 빤하게 발자국이라고 알려지는 셈입니다. 어차피 힌트가 아니라도, 아무리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이런 문제를 놓치지는 않겠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세로 7번 문제가 조금 어렵습니다. "건물 지붕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수직 구조물." 일단 수직, 구조물 하는 단어가 다 까다로운 어휘입니다. 이 퍼즐은 문제 수가 모두 9개나 됩니다. 

p63 29번부터 6×6 형식이며 문제 수도 13개나 됩니다. 이제부터 제대로된 십자말풀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 교재에서 주안점은 어휘력 증진이기 때문에 힌트는 모두 사전상의 뜻풀이로 되어 있습니다. 만약 영미권에서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만큼 알쏭달쏭한 짧은 어구로만 힌트를 주며, TV 컨텐츠나 만화 등 문화적 배경 지식이 있어야 풀이 가능한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세로 7번은 뜻풀이도 뜻풀이지만 속담을 배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p78 37번에는 12개의 문제가 실렸습니다. 이 퍼즐에는 힌트 중에 이미 답이 그대로 나온 게 몇 개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예문을 통해 속담이나 비슷한 말을 따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공부시킬 포인트는 찾아지는 셈입니다. p79의 수수께끼, "아름다워의 반대말을 두 글자로 하면?"의 답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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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 입문 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이미선 지음, 루루 그림 / 미래주니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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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퍼즐은 어린이들에게 어휘력을 길러 주고, 길게는 문해력까지 증진시킵니다. 이 때문에 어린 학들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국어에 취미를 붙이게 돕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온  퍼즐집을 보면 어른들 위주로 짜인 것도 많기 때문에, 학습의 목표에 더 최적화한 책, 교재를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교육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입문편인데 확실히 낱말들도 그렇고 더 쉽게 풀리기는 합니다. 어른인 제 눈높이로 판단할 건 아니고, 초등 저학년생과 함께 풀어 본 결과가 그랬습니다. 가로 네 줄, 세로 네 줄이라서(혹은 가로 세로 모두 다섯 줄) 혹 어휘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별로 겁 먹지 않고 아이가 마음 놓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16칸이 모두 단어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서(그렇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퍼즐 하나당 문제가 4~7개 정도인데 7개 짜리도 매우 적습니다. 

p17을 보면 문제가 모두 다섯 개인데 이렇게 문제 수가 적으므로 가로 1번, 세로 1번 하는 식으로 애써 구별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의 힌트를 보면, 국어 사전의 정의(definition)을 그대로 가져 왔습니다. 만약 교재가 가로세로 퍼즐 포맷이 아니라 저렇게 단어 뜻만 나열하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대어 보라는 식이면 아주 어려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가로세로 퍼즐 형식이면, 앞에서 푼 문제의 답을 보고 힌트 하나를 얻을 뿐 아니라, 십자말 칸을 채워 나가는 놀이의 재미가 더해져 풀이의 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교재의 특징을 하나 들자면, 모든 힌트 밑에 예문이 하나씩 나온다는 점입니다. 단어는 사실 맥락 속에서야 구체적인 뜻을 가지는 것이며, 단어만 고립적으로 배워서는 참된 지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p16을 보면 5번 문제에 대한 힌트가 "지느러미가 발달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물고기"입니다. 이 설명애 해당하는 물고기는 매우 많을 것 같지만, 어린이의 지식 범위 안에서 답이 될 만한 건 아마도 하나뿐일 것입니다.  예문은, "몸집이 우리보다 훨씬 큰 OO도 있어요."라고 나옵니다. 심지어, 영어로는 shark라는 힌트도 있습니다. 

p44를 보면 역시 4×4 퍼즐입니다. 여기 문제들에도 일일이 예문이 하나씩 제시됩니다. 그리고 영어 힌트도 갈수록 늘어난다는 게 특징입니다. 4번 답 물음표는 영어로 question mark이겠습니다만, 아이들한테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었는지 영어 힌트는 이 항목에 나오지 않습니다. 퍼즐 밑에는 수수께끼 문제가 보너스처럼 하나씩 나오는데, p45에는 "발버둥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이라고 묻습니다. 뒤의 답을 보면 답이 수영장인데 제 생각에는 이 페이지에 제시된 문제와 딱히 연계점은 없는 듯합니다. 

p62의 29번 퍼즐부터 5×5 형태입니다. 물론 어른들한테야 거기서 거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장 저만 해도 4×4를 계속 보다가 갑자기 5×5를 보니까 뭐가 확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문제의 수 역시 제법 늘어났으며 8~9개가 보통이었습니다. 또 본격적으로 가로 세로에 모두 1번 등 중복되는 번호가 매겨지기도 합니다. p75의 35번 퍼즐은 문제 수가 8개입니다. 이 페이지의 수수께끼는 "불을 끄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은?"인데, 이건 뒤의 답을 보니 "소방관"이었습니다. 소방관 분들의 노고에 다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네요. 

p101을 보면 수수께끼가 "슈퍼맨이 데리고 다니는 말은?"입니다. 답은 "슈퍼마리오"인데,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어휘 공부에 친근감을 주려는 의도라고 생각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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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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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이 구절이 인쇄되었습니다. "누구세요 당신?/점점 젊어져서 죄송합니다/나는 사과와 토마토의 탓이라고" p35에 나오는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의 일부입니다. 사람이건 그 무엇이건 노화와 죽음에의 수렴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늙어 가는 통에 혼자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산다면 그 역시도 좀 미안해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탓을 좀 해야겠는데, "거울이라는 속성의 눈동자에서 무한하게 자라나는 과일" 때문이라는 거죠. 이어진 시인 답게 여기서도 또 눈동자가 나옵니다. 예전 일제강점기 이상 시인 때부터, 거울은 뭔가 무한의 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빛의 속성이 반사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떤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습니다(물론 과일도 사람한테 베어먹히면서 따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만). 그래서 사과가 있던 자리에 내가 있고, 내가 있던 자리에 토마토가 있게 되는 무한 반사, 무한 생성의 과정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잔의 잠과 장미 한 잎을 교환하고/한 컷의 꿈과 얼굴을 바꾼다.(p30)" 꽃이 과연 웃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 제목에 나온 대로 나무가 웃지 않는 건 확실한 듯합니다. 다만 "소년의 표정"이라고는 합니다. 한 컷의 꿈, 꿈에서 실컷 웃었으면 꼭 현실에서 웃지 않아도 되며, 현실에선 누구나 바람에 견디느라 웃을 여유가 없습니다. p15의 시 <잠의 나뭇가지>에서 정작 잠이라는 단어는 본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통에 잔잔할 날이 없는 나무에게 잠 속의 달콤한 꿈이 없다면 그 피곤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잠이 달콤하기에 나무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 변함 없을 수 있습니다. 

2장의 제사는 "장미의 팔을 잘라먹는다는 소문이었다"입니다. 주어도 없고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과거형도 아니고 늘상의 습관처럼 저지른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91에는 "팔 잘린 소음"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늙은 장미의 가시줄기는 장미 이전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p51)"는데, 한창 때의 장미꽃이 그 이전을 기억 못 한다면 또 그러려니 해도, 이제 남한테 상처 줄 일만 남은, 보기에도 그리 살갑지 못한 늙은 장미가 그렇다니 차라리 슬퍼집니다. "견고한 철조망의 모습으로 늙어가는", "장미 이후의 삶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이제 여름날 빙수처럼 사르르 녹지도 못하는 그녀가 안타깝습니다. 

소년은 앞에서 나무의 표정 같다고 했습니다. 소년의 손은 작고 맑아서 장미 가시를 쥐어도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p54), 사실 피가 안 난다고 했지 안 다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나이가 어리면 크게 다쳐도 회복이 빠를지 모르겠습니다. 장미꽃을 피우려면 가시의 통증이 터져야 한다고도 합니다(p54). 장미의 향기에 취한 소년의 가시들, 아까는 늙은 장미만 그 활력을 다하고 앙상하게 가시만 남긴 줄 알았는데 이제는 소년도 가시를 품긴 하나 봅니다. 누구의 가시든 철조망과 닮았습니다. 소년은 기어이 그림을 열고 들어가 아주 커다란 꽃이 되기도 합니다(p145).  

"꽃집은 프리지어를 좌판에 펼쳐 놓고 바람을 흥정합니다(p82)." 다른 작품에서는 사과 안에서 호수가 자라고 머무는 걸 봤는데, 이 작품(<질주하는 계절>)에서는 별사탕 안으로 우리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먹던 그 달달하고 희고 작은 별사탕이 맞습니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게 가능한가 봅니다. p108에는 <어항 속의 당신>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나의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항 속의 "당신"은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열심히 헤엄칩니다. 

유목은 어느 방향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한 곳에 머물지만 않으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꿈에서 사슴의 뿔은 그저 더운 곳으로만 몰려갑니다(p122). 바람이 불어서 이리저리 날려다녀도 괜찮으며, 꽁꽁 얼린 채라도 좋다(p130)고 합니다. 눈물을 먹고 붉은 혀를 토해도(p80) 알고보면 다 도깨비 나라의 사정이라고 생각하니 별 걱정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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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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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님의 시집입니다. 책은 시집 판형으로 나온, 분홍색 표지의 아주 예쁜 모양입니다. 표제작인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는 이 책 4부의 p110에 나옵니다. 사과라는 단어가 들어간 시는 p47의 <사과의 시간>이 있고, 호수는 p86의 "얼음 호수"라는 제목 안에 들어 있습니다. 보통은 호수보다 크기가 훨씬 작을 사과 안에, 어떻게 호수가 자랄 수 있는지는 이 시집을 다 읽고도 알아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혹 사과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 안에 어떤 호수가 담기진 않았는지, 나아가 그 호수가 자라고 있진 않은지 자세히 살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 것 같습니다. 

시장에 들르는 시간이 보통 오후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눈부신 햇빛 때문에 모자 챙을 더 내려야 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하지만 p26 <봄의 무희>에서 시적 화자는 "정오의 시장"에 가는 중이며, 그 "눈동자를 지폐의 주머니에 넣고 흔들흔들 걷기"를 희망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빨들을 빼내어 산들산들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고도 합니다. 좀 무섭기도 하지만(?) 활기찬 시장과 평화로운 공원은 눈이 보내는 신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무엇을 빠각빠각 씹어 소화시킬 치아 따위와는 무관하게, 내가 그 자체로 사랑하고 끌어안고 그 안에 하나가 되어야 할 공간이 아닐까, 그런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과연 바다는 파랑과 하양의 파장이 합쳐져 이루는 사인곡선일 수 있습니다. 내 눈동자는 내 눈동자에 머물지 않고, "봄의 눈동자에 포개"야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지. 

"얼굴보다 더 먼저 떨어진 것이 있었다...꽃을 피우도록 애간장을 다 바친 뿌리의 눈알이 흥건히 고여서(p32. <동백>)". 식물 옆에 떨어진 꽃잎[落花], 더군다나 동백처럼 빨간 빛의 꽃잎이라면 정말 피와 함께 떨어진 빨간 눈동자처럼 때로 섬뜩하고 아깝게 느끼기도 합니다. 떨어진 꽃잎은 과연 얼굴이고 눈동자입니다. 이 예쁜 꽃을 피워 올리기 위해 뿌리는 얼마나 필사적으로 땅으로부터 양분을 위로 위로 빨아올렸을까요. 그 수고는 아무렇지도 않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곰 한 마리가 무심하게 꽃을 툭툭 건드리고 빨기도 하고 마침내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예사롭게 꽃을 꺾고 밟고 다니는 우리들도 곰처럼 무정합니다. p68의 <마음의 동굴>에서도 가녀리고 슬픈 꽃잎들의 심상이 나옵니다. 

여름철에 해변에 가면 많은 이들이 모래인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설프게 잘못 만들어진 사람도 있고, 제법 큰 공을 들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지기도 합니다. 만든 사람도 언제까지나 조각품을 곁에서 지킬 수는 없고, 어스름이 닥치면 애착은 뒤로 하고 자리를 떠야 합니다. 그래서 해변에는 남자, 여자 둘만 남았고(p54. 둘 다 모래인간), 그들은 밀물과 함께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데 남자가 여자 몸 위에 쏟아져 내리는 게 더 슬픕니다. "나"는 바닷물을 움켜쥐는데 사라지는 건 바닷물이 아니라 내 손가락입니다. 내 울음소리는 저 모래인간들처럼 허물어지는 게 슬퍼서 나는 소리일까요. 

우리는 중학생 때 시(또는 운문)에는 산문과 달리 운율이라는 게 있다고 배웠고, 정형시에는 외형률, 자유시에는 내재율이 깃든다고 들었습니다. p74에 나온 시는 <내재율>인데, "새소리가 깨어나는 숲은 모든 안개가 詩 같고", "구름의 날개를 바라보면 온몸에 깃털이 돋는다"는 화자의 말에서 정말 어떤 리듬이 전해집니다. 시 같은 안개, 또 구름을 보고 깃털이 돋는 듯한 나의 몸. 시인의 입에서 운율이 깃든 시가 나오는 건 시인의 마음 안에 이미 운율이 살아 숨쉬어서 가능하겠습니다. 달처럼 커다란 광원은 온전한 거울을 갖기 힘들지만(p82), 눈 위를 걸어가며 내가 눈처럼 흩날리는 듯 느끼는 사람은 이미 존재가 하나의 아름다운 운문이며 사과 안에서 자라는 담백한 호수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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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인공지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K-Teen 시리즈
전승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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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인공지능이 상용화하여 일상 곳곳에 침투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기계적이거나 정밀한 지능보다는 인간만의 풍부한 감수성이 더 큰 강점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호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해야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미래가 이처럼 현재와 크게 달라질 양상이라면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그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며 옆에서 부모님들도 그를 돕는 게 좋겠습니다. 

컴퓨터는 특이하게도 그 발전 속도가 그리 늦춰지지 않고 기술 진보의 일정 패턴이 유지되어, 기존의 제품이 빠른 속도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p39를 보면 무어의 법칙이 설명되는데, 이 법칙(?)이 처음 알려진 게 무려 1965년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이 비슷한 걸로 한국인인 황창규 삼전 사장이 내놓은 황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이나 엄격한 검증을 거친 건 아니고 경험상 그렇게 보인다는 정도이며 따라서 산업 현황의 변화에 따라 이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책에서 참 설명을 정확하게 하는 게, 이 무어의 법칙을 설명하며 어디까지나 경험적 관찰에 의존했다고 독자에게 앙여 주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AI라는 개념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가전제품이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당장 스마트폰부터가 그렇습니다. 지금 10대들은 피처폰이라는 기기를 TV 속에서나 봤을 뿐 실물로는 못 접했을 가능성이 크며, 태어나면서부터 본 모바일 기기가 스마트폰입니다. 이보다 앞서 혹은 비슷하게 스마트TV라는 것도 나왔으며, 보일러나 에어컨, 냉장고 등도 스마트폰과 연계하여 집 밖에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도 십 년 안짝입니다.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일단 인공지능이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책의 설명(p17)이 직관적입니다. 사실 아직은 어른들도 뭐가 스마트인지 뭐가 인공지능이라는 건지 아직 헷갈립니다. 

요즘 한창인 AI 혁명을 가져온 주역은 바로 기계학습, 머신러닝(p81)입니다. 그 전에는 컴퓨터에게 이런저런 프로그래밍을 시도했었으나 특유의 논리 정합성에만 집착하는(당연하죠) 속성상 아무 발전이 없어서 번번이 좌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접근할 게 아니라 다량의 데이터를 주입하고 스스로 그 안에서 법칙을 발견하게 하는 방식이 고안되고, 이제 인터넷에서 빅데이터가 생성되며 모바일로 장소의 지역까지 초월할 수 있게 되자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 역시 순수 창의가 아니라 모방과 반복을 통해 학습을 행하고, 이제 뇌신경 구조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밝혀진 만큼 그를 정밀하게 본떠 만든 컴퓨터의 다층 구조 시스템이 이 일을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진 것입니다. 

어른들은 그들이 성장하면서 지켜 본 예전의 여러 컨텐츠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켜 노예로 삼는 설정을 많이 봤기 때문에 AI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습니다. 대표적인 게 영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에 나오는 스카이넷인데 사실 터미네이터 이전에도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한 명작은 많았으며 터미네이터는 그리 정교하게 고안된 설정도 아닙니다. 여튼 책에서는 너무 인공지능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인간이 언제나 주도권을 가지는 기호주의 방식(p93)에 의해 설계되니 안심하라고 어린 독자들에게 가르칩니다. 사실 기계의 속성은 논리정합성 추구이며 프로그램 단계에서 골수에 이 원칙을 박아 놓는 이상 어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애초에 인공지능이 나오게 된 것도 같은 인간의 배신에 치를 떨어서인 동기가 있었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프레임을 노출하며 기능을 발휘하는 투명 디스플레이(p149)가 곧잘 등장하는데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책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선형적 천재에 의해 언젠가는 모두가 혜택을 보게끔 현실화할 것이며,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상상력, 공감 능력을 두루 갖춘 청소년으로 성장해야만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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